2025 젊은 작가 특집

예스24는 매년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를 찾습니다. 올해는 20명의 작가를 후보로 6월 18일부터 7월 15일까지 투표를 진행합니다. 젊은 작가 20인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 볼까요?

작가님의 기억 속에 인상 깊게 남아 있는 첫 책은 무엇인가요?

계몽사의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입니다. 푸른색 또는 고동색 하드커버와 미색 내지의 질감이 기억납니다. 아마 삽화도 있었습니다. 「알프스의 소녀」라거나 「톰 소여의 모험」, 「보물섬」 같은 소설들을 읽었고, 「외다리 병정」 등의 안데르센 동화도 인상 깊었습니다.  

첫 책을 출간하기 전에도 많은 이야기를 써오셨으리라 짐작합니다. 최초의 습작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느 군도 지역을 혼자 2주 정도 여행할 때였습니다. 밤에는 사방이 깜깜하고 파도 소리만 들리는 곳들이었는데요.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오랜 생각을 실행하기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돌아보니 호사스러운 작업 환경이었네요. 그때 쓴 첫 습작은 ‘상상의 여행기’라고 할 만한 것이었는데, 물론 발표하진 않았습니다. 

습작과 출간의 큰 차이 중 하나는 독자가 있다는 점 같습니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독자와의 첫 접촉의 순간이 궁금합니다. 

제 첫 소설이 신문에 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몇 문장을 다이어리 같은 데에 손 글씨로 옮겨서 소셜미디어에 올리신 분이 계셨습니다. 굉장히 감사하면서, 어쩐지 책임감 비슷한 것도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이었습니다.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분들에게 가장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도 이제 시작인데요. 쓰기의 가장 큰 보상은 쓰기 자체라고 스스로에게 종종 이야기합니다. 한 무더기의 레고 블록을 가진, 또는 36색 크레용을 선물 받은 어린이의 마음이고 싶습니다. 백지에 단어와 문장을 늘어놓는 일은 그 자체로 이미 놀이겠지요. 쉽지 않을 때도 많지만 그 즐거움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지금까지 출간한 작품 중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꾸만 되돌아가게 되는 인물이나 작품이 있으신가요? 

요즘은 되돌아가기보다는 앞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서인지, 딱 누가 떠오르지 않네요. 제 첫 소설집의 인물들은 이미 저를 떠났고, 독자분들의 상상을 타고 멀리 나아가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제 저는 새 인물들을 찾으려 합니다.

언젠가 꼭 한번 다뤄보고 싶은 소재나 인물이 있으신가요?

모든 것의 종착지로 저는 어쩐지 바다를 떠올리게 됩니다. 해변이나 파도나 배가 아니라, 대양(大洋)에 관한 소설을 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육지에 갇혀 있습니다.

만약 평행 우주에서 작가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직업을 갖고 싶으신가요?

선원이 되어 바다로 나가거나, 목동이 되어 초원으로 나가는 건 어떨까요. 아니면 직업이랄 것 없이 그냥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하는 삶도 좋겠습니다. 그 세계의 저에게는 그런 용기가 있기를 바랍니다. 

인류 멸망을 앞두고 지하 벙커에 도서관을 지을 예정입니다. 딱 세 권의 책을 보관할 수 있다면 어떤 책을 고르시겠습니까?

인류에게는 염치없지만 일단 제 책인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포함시켜야겠습니다. 그리고 한국어에 빚이 있으니 『표준국어대사전』을 보관하고요. 마지막으로는 『최불암 이야기』 같은 유머집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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