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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죽어도 후회 없는 삶으로 이끄는 200가지 질문

『오늘의 죽음 Q&A』 홍지혜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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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운세를 보듯 매일 ‘오늘의 죽음’을 떠올린다면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은 죽음을 생각하면 어떤 기분이 드세요? 너무 먼 미래라서 지금은 알 필요가 없는 것 같나요? 아니면 불편하고 부정적인 느낌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피하게 되나요? 이 책 『오늘의 죽음 Q&A』는 수많은 죽음 중에서도 가장 외면하고 싶은 ‘나의 죽음’에 관해 묻는 책입니다. 그동안 죽음에 관한 책은 타인의 죽음을 관찰자 입장에서 가슴 먹먹하게 서술한 에세이가 대부분이었죠. 이렇게 직접적으로 ‘나의 죽음’에 대해 성찰하게 만드는 책은 처음인데요, 작가님께 직접 이 책을 쓴 계기를 물었습니다. 



오롯이 죽음에 관한 질문이 200가지가 들어 있는 책이라니, 어떻게 이런 책을 생각하셨나요? 

이 책을 쓰기 전에 먼저 여행에 관한 질문이 담긴 책을 썼어요. 여행자끼리 서로의 취향과 생각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쓴 책이죠. 그 책을 쓴 후에 그다음으로 쓰고 싶은 책은 뭘까 생각해 보니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었어요. 여행은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만 해당하지만, 죽음은 태어난 모두가 긴 여정 끝에 맞이하는 공평한 도착지잖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책을 쓰게 된 것 같아요. 저는 매일 죽음을 떠올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람이고, 사람들에게 질문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이 책에 담긴 수많은 질문 중 하나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질문이라면 그 질문이 그에게 가장 ‘좋은 질문’이자 인생을 바꾸는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생각보다 죽음에 관한 질문을 살아 있는 동안 받을 기회가 없으니까요. 

좋은 질문이 인생을 바꾼다고 하셨는데요. 작가님의 인생을 바꾼 질문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네, 있어요. 2015년 이경신 선생님과 함께한 죽음 워크숍에서 그런 경험을 했어요. “1년 후에 죽는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면 1년 동안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이었는데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질문이었죠.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 질문에 깊이 생각하고 많은 사람 앞에서 구체적으로 답을 한 건 그날이 처음이더라고요. 그때 제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말이 ‘책을 쓰는 것’이었어요. 그런 말이 튀어나올 줄 몰랐는데 당황스럽더라고요. 어쩌면 마음 한구석에서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를 그날 처음 알게 되었죠. 그 후 저는 1인 출판사를 만들고 7년간 동네 골목길을 오가며 찍은 길고양이 사진으로 작은 사진집을 만들었어요. 책 만드는 방법도 몰라서 파워포인트로 만들었죠. 그렇게 제 생에 첫 책이 쉽게 만들어졌어요. 어쩌면 내 의지만으로 진작에 할 수 있는 일을, 저는 입 밖으로 꺼내고서야 할 수 있었던 거죠. 저는 그게 질문을 받은 자가 공개적으로 답변했을 때 생기는 힘이라고 봐요. 이후로 제 삶은 조금씩 변했고, 저는 지금 열 번째 책의 인터뷰에 답을 하고 있네요.

이 책을 쓰시면서 죽음에 관한 책이나 영화를 레퍼런스로 많이 찾아보셨을 텐데요, 그렇게 죽음에 관해 천착하시는 과정이 감정적으로 꽤 버거웠을 것 같아요. 

음, 저는 죽음을 떠올리고 그것을 파고드는 과정이 버겁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만약 그 과정이 제게 고통스럽고 힘들었다면 아마 글을 쓰지 못하고 책을 끝까지 만들 수 없었을 거예요. 저는 그냥 어릴 때부터 죽음을 떠올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람이었어요. 늘 내일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본능적으로 내일 죽을 수도 있으니 오늘 마음껏 이 생을 즐겨야겠다고 아주 어릴 때부터 생각했던 것 같아요. 크고 나서야 모두가 나처럼 생각하고 살지는 않는다는 걸 깨달았죠. 죽음에 관한 책이나 영화를 찾아보는 것은 이 책을 쓰기 훨씬 전부터 자연스럽게 제가 늘 해오던 일들이고 그런 제 삶은 대체로 만족스러웠어요. 그런 제 경험을 토대로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내일 죽을 수도 있다, 오늘이 내게 주어진 마지막 하루일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한다면 좀 더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책을 만들게 되었어요.

텀블벅으로 이 책을 먼저 독립 출판했을 때 독자들의 반응이 어땠나요? 죽음을 떠올리는 것이 실제로 더 나은 삶을 꾸리는 데 도움이 되었을까요? 

모든 독자의 반응을 제가 다 알 수는 없지만, 제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들은 말들은 긍정적이었어요. 결혼한 지 10년이 넘으면 보통 서로 다 안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이 책의 질문을 통해 자신이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배우자의 모습을 알게 돼 신기했다고 친구가 말하더라고요. 누군가에게 죽음에 관한 질문을 하는 것은 조금 멀고 험한 미지의 세계로 같이 여행을 떠나는 경험과 비슷해요. 평소 일상생활에서는 일과가 대강 정해져 있고, 예상을 크게 빗나가는 상황이라는 게 거의 없잖아요. 그런데 정보가 없는 미지의 나라로 당장 여행을 떠나면 아무리 절친한 사이더라도 갈등이 생길 소지가 커지죠. 정보가 없으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고 서로 몰랐던 욕구가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는 질문들이 서로 몰랐던 모습을 알게 해주는 좋은 도구가 되는 것 같아요. 이 책의 질문들이 실제 자신의 가족의 죽음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감사한 메시지도 받은 적이 있어요. 죽음을 실제로 준비하거나 연습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나도 몰랐던 나의 욕구나 상대의 욕구를 알 수 있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죽음을 ‘식탁에서’ 이야기하면 우리에게 어떤 좋은 점들이 있을까요? 

우선, 밥맛이 아주 좋아질 겁니다(웃음). 내일 갑자기 사고로 죽을 수도 있고, 천재지변으로 재산을 몽땅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내 앞에 있는 음식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매일 마주하는 식탁에서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될 거예요. 나에게는 음식을 내 의지로 떠서 먹을 비교적 건강한 육체가 있고, 식재료를 음미할 수 있는 오감도 아직 존재하며 대체로 내가 원하는 대로 식단을 꾸릴 의식과 자유의지도 있겠죠. 심지어 한국은 물이 깨끗해서 수돗물을 마셔도 되는 나라잖아요. 전 세계에서 수돗물을 언제든지 마실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죠. 그런데 한국이라는 나라는 내 의지로 내가 선택해서 태어난 나라도 아니잖아요? 아프리카의 물 부족 국가에 태어난 사람들이 자기가 선택해서 그 나라에 태어나 고통받는 것이 아니듯이 말이죠.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면 내가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이 행위 하나만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운이 좋은 건지, 얼마나 소중한 일상인 건지 절로 알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것을 단순히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하루하루 자신이 체감할 수 있다면 좀 더 후회 없는 오늘을 살 수 있을 거예요. 

작가님께서는 지금 후회 없는 삶을 살고 계신가요? 매일매일 이 책의 어떤 질문을 떠올리고 하루를 시작하시나요? 

이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문장이 있죠. ‘나의 오늘은 어제 죽은 이들이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 실제로 제가 고3 때 눈뜨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에 붙여 두었던 글귀예요. 저는 매일 아침 이 글을 보며 1분 1초도 후회 없이 살려고 노력했어요. 그때가 제 생에 가장 밀도 높은 삶을 살았던 때고요. 그리고 고백하자면 이후로 단 한 번도 그때처럼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가며 모든 순간을 계획해서 열심히 살아본 적이 없어요(웃음). 그럼 이후의 제 삶은 매 순간 후회로 가득한 삶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아요. 열심히 사는 것과 후회 없이 사는 것은 달라요. 사람들은 말하죠. 한 번 사는 인생 후회 없이 살아야 한다고. 그래서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저는 생각이 조금 달라요. 후회 없는 삶이란 매 순간을 완벽히 살 순 없어도 대체로 만족하며 잘 흘려보내는 것이에요. 살다 보면 후회되거나 아쉬운 일이 종종 생기죠. 그건 제 의지만으로도 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일이 생겨나도 그건 어쩔 수 없었지 하며 의연히 흘려보내기도 하고, 만족스러운 순간이 많았던 날엔 스스로 대견해하기도 하고 그렇게 매 순간과 잘 이별하는 것이 후회 없는 삶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이 책은 죽음에 관한 200개의 질문이 담긴 책이에요. 저는 이 책을 잘 읽은 사람은 200개의 질문을 모두 읽은 사람이 아니라고 봐요. 10개의 질문이라도 직접 질문에 대한 답을 써보거나 곁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해 본 사람이 이 책을 진짜 잘 읽은 사람이에요. 그리고 이왕이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자신만이 아는 비밀공간에 적기보다는 공개적인 곳에 기록하는 것을 추천해요. 답은 구체적일수록 좋고요. 또 곁에 있는 소중한 누군가와 인상 깊었던 질문을 공유하면 좋겠어요. 내가 누구이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모르는 분들에게 이 책에 담긴 질문들이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질문을 ‘읽을 때’가 아니라, 그 질문에 자신이 생각하고 ‘대답할 때’ 비로소 이 책의 질문은 힘을 갖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꼭 읽는 것에 그치지 말고 가능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많은 사람과 이 책의 질문들을 나누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늘어난 수명과 노후 걱정을 하며 열심히 재테크 정보 같은 걸 공유하잖아요. 그런데 정작 우리의 가장 확실한 미래인 죽음은 말하지 않죠.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 책의 질문들을 통해 좀 더 많은 분이 죽음을 핑계로 후회 없는 오늘을 살아간다면 좋겠습니다.



*홍지혜

‘살아 있음’ 내가 가진 조건과 이력 중에 가장 먼저 쓰고, 자랑하고 싶은 것은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 외 부연하자면 낮에는 외국인에게 한국말을 가르치고, 밤에는 질문하는 책을 만드는 사람. 좋은 질문은 본질과 마주할 수 있는 힘을 주고, 그런 힘이 있을 때 우리는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의 죽음 Q&A
오늘의 죽음 Q&A
홍지혜 저
현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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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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