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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부터 여섯 번째 대멸종, 오염수 방류에 이르기까지

『지구 파괴의 역사』 김병민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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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오염수 문제의 핵심은 방류만이 아니라 원전 폐로 전까지 녹아내린 핵연료가 오염수를 계속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다.”


2023년 8월 24일,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우리는 왜 이 문제에 주목해야 하는가? 김병민 교수는 『지구 파괴의 역사』에서 이러한 실제 문제들을 토대로 문제를 제시한다. 단순한 환경·기후 위기론이 아니다. 고대 문명부터 근대 과학까지의 전반적인 인류 역사를 살핀다. 그러한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독자들이 스스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이번에 오랜만에 도서 『지구 파괴의 역사』로 독자분들을 만나게 되셨어요. 출간 이후로 좋은 반응들이 가득한데요, 교수님을 처음 만나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질문이 정말 어렵습니다. 요즘 말로 일명 N잡러이거든요. 전공 역시 듀얼메이저 (Dual Major)입니다. 컴퓨터공학과 화학공학을 전공했어요. 지금 한림대학교 반도체디스플레이 융합스쿨과 국립인천대에서 겸임교수와 전문 교수로도 있고요. 다른 주업은 기업에서 공유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 CSV)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 ESG 화두인데 대부분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CSR은 기업의 가치사슬상 존재하는 사회문제와 이와 관련된 이해관계자 이슈에 대응하는 활동에 제한됩니다. 잉여 이익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고요. 조금 더 확장되어서 기업 활동 자체가 ESG가 되어야 하는 CSV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ESG 전에 CSV를 건너뛰고 ESG로 바로 들어가 버렸죠. CSV라도 제대로 하자는 측면이죠.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기초 자연과학과 관련한 콘텐츠와 지속 가능한 삶을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 중에 있습니다. 아직은 상세하게 공개하긴 좀 어렵고요. 이런 일들 이후에 여력이 있는 개인 시간에 집필과 칼럼, 대중 강연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일본이 후쿠시마의 원전 오염수 방류로 큰 충격을 안겨주었는데요, 이 소식을 접하시고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오염수 방류는 갑자기 등장한 이야기는 아니었죠. 이미 원전 사고 직후인 2012년부터 알프스ALPS에 대한 계획과 개발을 수립했고 방류 시점도 예고했고요. 충격보다는 안타까운 일이라 느끼고 있습니다. 결국 저질렀다는 안타까움이죠. 

이 질문을 주신 것도 이 사건에 대한 과학의 시선을 물으신 것 같은데요. 과학의 언어는 수학입니다. 그러니까 숫자나 공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자는 건데요. 오염수 ( 요즘은 처리수라고 하기도 한다지요. ) 안전에 대한 답은 과학적으로 해답이 온전하게 나오질 않습니다. 물론 방사능 물질의 반감기는 지수 로그를 따라갑니다. 대신 시간이라는 변수가 있지요. 언젠가는 희석될 겁니다. 

대신 이 문제를 과학의 프레임에 넣어 버리면 가려지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사람들은 숫자보다 정성적인 답을 원합니다. 정말 안전한가 하는 질문일 겁니다. 그런데, 과학만으로 확답할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데이터가 투명하지 않으니까요. 삼중수소 하나에 매몰될 게 아닙니다. 언급되지 않는 다른 핵종도 있고요. 방사능 피폭 안전치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사회적 합의 기준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대상으로 정한 기준일 뿐입니다. 삼중수소는 매일 마시는 물이나 커피에도 있습니다. 적은 양은 별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화학에서는 많은 양이 많은 일을 한다는 게 정설입니다. 그 양적, 질적 수치가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고요. 게다가 폐로가 되지 않았기에 방류는 계속될 것이고 누적된다는 게 문제죠.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바다가 이것을 받아줘야 하는가를 질문해야 합니다. 바다에는 수많은 생명이 살고 있습니다. 인류의 식량이기 이전에 유전자로 보면 인간과 별 차이가 없는 생명체입니다. 그리고 우리 삶의 터전인 자연의 일부이고요. 그 터전에 오염수건 처리수건 인류의 과오로 인한 물질을 쏟아 내도 된다는 권리를 누가 부여했는지 질문하는 게 먼저인 것 같습니다. 정말 이 방법 외에 다른 대안은 없었는지, 고민해야 했어요.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들겠죠.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었어요. 이런 사례가 남으면 다음에 또 어디선가 그렇게 해도 된다는 면죄부 같은 겁니다. 원전을 사용하는 우리에게도 자유롭지 않은 질문이기도 합니다. 원전은 많은 문제점을 품고 있는 계륵 같은 에너지원입니다.



원전의 위험성은 다들 알고 있지만 탈원전이 가능할지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진부할 수 있지만 대체가능한 다른 에너지원으로 어떤 에너지가 있을까요?

책에서도 이 내용을 다뤘습니다. 정책의 상충이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탈원전은 언젠가는 해야 합니다. 왜냐면 폐기물과 안전 문제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성급한 탈원전은 결국 에너지 수급 문제로 직결됩니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만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그리드에 충분한 전기를 공급하지 못합니다. 현대 문명은 전기 문명 그 자체입니다. 하루도 살 수가 없을 정도로 깊숙하게 들어와 있죠. 특히 산업 중심인 대한민국은 일정 수준 이상의 발전을 지속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화력 발전소를 짓고 있습니다. (아마 7개 정도가 건설 중인 것으로 압니다) 

RE100과 CF100은 현시점에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죠. 그러면서 스마트 그리드를 꺼냈지요. 하지만 쉽지 않아요. 갈 길이 멉니다. ESS와 IT만 구축되면 되는 게 아니라 전체 그리드의 체질을 바꿔야 하는 일이죠.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만으로 부족하고, 공급도 불안정합니다. 이런 불안정한 전력이 그리드에 들어오는 것은 복잡성이 커집니다. 유럽과 미국은 그리드가 여러 개예요. 그리드가 불안정해지면 다른 그리드에서 공급받는 구조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상황은 비교하기 어렵다는 거죠. 

당분간 우리는 원전에서, 그리고 화석에너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현실입니다. 대체 가능한 에너지는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핵융합 발전이 될 겁니다. 재생에너지는 보조적으로 공급할 거고요. 물론 핵융합 발전도 갈 길이 멀지만, 에너지 문제만큼은 국경을 넘어 협력 중입니다. 그전까지는 어떻게든 원전과 재생에너지로 버텨야겠지요. 화석연료로 에너지를 얻는 것은 기후변화에 부담이란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까요. 탈원전을 성급하게 꺼내는 통에 화력발전소에 중심이 이동한 거고 탄소배출 제로는 달성해야 하고, 진퇴양난에 아이러니 투성이죠.

환경을 지키기 위해 개인을 넘어 기업 그리고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근 많은 기업이 ESG를 선언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에 관해서 이야기하는데, ESG 경영의 확대로 앞으로의 지구에 변화가 많이 생기리라고 보시나요? 

앞서 제 소개에도 말씀드렸지만, ESG도 좋지만, 더 광범위한 범위에서 기업의 활동 자체가 공유가치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기업들이 원자재와 부자재, 그리고 MRO, 경영 환경에 ESG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분명 조금씩 나아질 겁니다. 아무래도 개인의 활동보다는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니까요. 

그런데 ESG에 대한 오해가 있습니다. ESG는 환경 (Environmental), 사회 (Social), 지배구조 (Governance) 전반에 걸쳐 기업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 투자자에게 알리기 위한 비재무적 성과지표일 뿐입니다. 결국 이 지표라는 숫자 프레임에 갇혀 진정한 공유가치창출(CSV) 이 희석되는 느낌입니다. 오히려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에서 CSV를 실현하는 게 전 지구적인 변화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입니다. 적어도 보이는 숫자가 아니라 진심이 느껴져야 하는 거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런 용어가 중요한 게 아니겠죠. 기업 경영이 신자유주의 물결에서 여전히 성장에 매몰돼 있는 건 변하지 않았으니까요. 그 기조를 만든 미국은 공생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버렸어요. 트럼프 때 본심을 드러냈고 제대로 지구와 충돌한 겁니다. 물론 기업은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지만 수직 성장이 아닌 수평 성장도 있다는 것을 생각했으면 합니다. 아마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확산할 거라고 보입니다. 아쉬운 건 가장 성장과 소비가 큰 대륙과 국가에서 변해야 영향력도 큰 법입니다. 우리가 공리주의를 꺼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아요.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는 불편한 진실이지만 꼭 마주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지구와 함께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이미 어떤 태도나 행동을 해야 한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제가 꼰대처럼 이래라저래라 할 문제는 아니지요. 가르치려 들 필요도 없습니다. 제가 책을 낸 이유도 틀렸으니, 사람들을 고치려는 의도나 교훈을 주려는 게 아니었어요.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유레카 모멘텀을 드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 모멘텀들이 모이는 게 사회와 지구환경을 변화할 강력한 대활약이 될 수 있을 거란 믿음이었죠. 한 사람의 삶이 바뀌는 건 아주 미미하지만, 그 변화된 삶들이 모여 거대한 담론이 될 것이고요. 다들 뭔가 행동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자신이 이걸 한다고 티도 안 나고 뭐가 바뀌겠냐 싶을 거예요. 

하지만 결국 이런 관심과 변화가 모여 정책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되는 겁니다. 결국 이 행동이 정치잖아요. 내가 관심을 가지고 같은 관심을 같은 정치인을 내세우고 정책을 바꾸는 겁니다. 사회 전반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만, 지금은 이기심과 화가 팽배한 사회입니다. 다들 지친 거죠. 서열과 갑질, 낙오되면 나락으로 빠질 것 같은 두려움, 그러니까 계속 앞만 보고 달려야 했거든요. 달리던 것을 잠시 멈췄으면 했어요. 멈추고 과거를 돌아볼 시간을 드리고 싶어 책을 썼습니다. 그러면 이기심보다는 이타심이 더 생기지 않을까요? 그 대상은 타인을 넘어 다른 생명이나 자연으로 확장될 것이고요.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가치관이 바뀌면 태도는 자연스럽게 바뀔 거라 생각합니다.

인류와 환경 파괴의 역사를 그려내신 만큼, 절대 잊히지 않는 역사적 사건이 있으신가요? 있으시다면 짧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솔직히 어떤 사건이든 중요하고 기억에 남습니다. 작은 사건도 우리에게 교훈이 될 테니까요. 잊히지 않는다는 표현보다 절대 잊으면 안 되는 사건으로 질문을 바꿀게요. 책에는 핵융합 발전이라는 희망만 언급했습니다. 사실 그 희망이 참혹한 희생을 밟고 올라선 위대한 과학적 산물이자 인류 문명이었어요. 책에 쓰기에는 시점도 애매했어요. 영화 오펜하이머가 등장했고 동시에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죠. 

우리가 핵융합에 희망을 걸 수 있었던 건 핵력의 엄청난 에너지를 계산하고 지구 위에서 실험으로 증명한 사실 때문입니다. 물리학은 사실 20세기 초에 끝났다고 할 정도로 큰 사건이죠, 여전히 원자력 에너지는 핵의 분열과 융합이라는 이론을 바탕으로 한편에서는 무기로 한편에서는 에너지로 인류 곁에 있죠. 그러니까 희망과 불안을 양손에 쥐고 있는 겁니다. 과거이자 미래이기도 하고 현재 진행형이지요. 그 이론을 알아낸 것 자체가 큰 사건이지만, 지구 대기를 모두 태워버리는 불지옥을 만들 수 있었고, 적어도 수십만 명이 순식간에 녹아내려 소멸할 거라는 알면서도 실제로 실험으로 증명한 사건은 잊어서는 안 됩니다. 역사적으로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희생을 치른 사건이고 이 희생을 밟고 우리는 또 다른 희망을 가진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실 독자분들께 자유롭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프롤로그에도 썼지만, 우선 안녕하시냐고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행복하시냐고요. 열심히 달려가시는 그 길이 맞는 것인지도요. 분명 우리는 선진국 반열에 들 정도로 성장했는데 왜 매일의 삶이 더 바쁘고 고달플까요. 그리고 불안은 가중됩니다. 청년들은 희망을 잃고 있고요. 

적어도 책을 읽으시는 동안은 각자의 시계를 멈추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어떤 사실을 바라보며 해석은 한 가지 이상이 됩니다. 이유는 모든 일은 입체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죠. 우리의 선택과 판단은 전후 사정과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따라 늘 달라지잖아요. 제 책에서 더 배우거나 공부할 건 없습니다. 사실을 바라본 다른 시선도 있었다는 것을 알려드린 거고요. 오히려 거꾸로 독자들에게 제가 질문을 드린 겁니다. 달리는 삶을 잠시 멈춘 시간 동안 우리가 놓친 게 있었는지 답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뿐입니다. 




*김병민

컴퓨터공학자이자 화학공학자다. 한림대학교 반도체·디스플레이융합스쿨과 인천대학교에서 겸임 및 전문 교수로 활동한다. 인공지능 기반의 과학 콘텐츠 글로벌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동시에 칼럼 연재와 강연, 집필 활동으로 대중과 소통한다.

 



지구 파괴의 역사
지구 파괴의 역사
김병민 저
포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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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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