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젊은 작가 특집

예스24는 매년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를 찾습니다. 올해는 20명의 작가를 후보로 6월 18일부터 7월 15일까지 투표를 진행합니다. 젊은 작가 20인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 볼까요?

작가님의 기억 속에 인상 깊게 남아 있는 첫 책은 무엇인가요?

첫사랑 같은 책은 아무래도 『데미안』인 것 같습니다. 중학생 때 이 책을 읽었는데요. 저는 데미안을 통해 문학이 주는 감동을 처음으로 경험했습니다. 이전에도 책을 많이 읽기는 했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습니다. 그저 오락이었고 책을 고를 때도 재미를 가장 우선시했습니다. 그런데 데미안을 읽은 후 처음으로 사유라는 것을 해본 것 같아요. 

『데미안』의 주인공인 싱클레어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인물에게 동화되어서 막막함을 느끼기도 하고, 혼돈에 빠지기도 하죠. 읽다 보면 깨달음을 얻는 순간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그 깨달음이라는 것이 명쾌하지는 않아서 읽을 때마다 어렴풋이 짐작하는 정도에서 그쳐야 했어요. 그래도 답답하기보다는 늘 색다른 신비로움을 느꼈습니다. 그 경이로운 미지의 세계를 알아가고 싶어 흥분했던 기억이 납니다.

첫 책을 출간하기 전에도 많은 이야기를 써오셨으리라 짐작합니다. 최초의 습작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기억에 남는 습작이라면 첫 장편소설을 쓰기 전 2018년도에 썼던 동화가 생각납니다. 500매 가까운 동화였고 꽤 긴 시간, 공들여 썼기 때문에 애착이 컸습니다. 기대를 하고 공모전에 냈는데 아쉽게 떨어졌습니다. 최종심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조금만 고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정말 조금 고쳐서 다음 공모전에 냈습니다. 그때는 본심에서 떨어졌어요. 

그렇게 일 년 정도 원고와 씨름하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지금 이 동화를 놓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쓸 수 없다는 것을요. 원고를 접어두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소설이 당선된 후 여러 곳에서 청탁이 왔는데 그때마다 습작 동화를 꺼내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왔습니다. 계속 그 동화에 연연하는 제 모습이 싫어서 결국 파일을 폐기했습니다. 몇 년이 흘러 집에 보관하고 있던 인쇄된 동화 원고를 보다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이 원고가 운 좋게 공모전에 당선됐다면, 책이 출간됐다면, 나는 계속 이 수준에 만족하며 글을 썼을 거라는 걸 이제는 아니까요. 습작기의 원고를 추억 속에 남겨두기로 결심하는 순간이 습작기의 종료를 선언하는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습작과 출간의 큰 차이 중 하나는 독자가 있다는 점 같습니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독자와의 첫 접촉의 순간이 궁금합니다. 

『유원』이 나왔을 때 지나치게 겁을 먹어 한동안은 리뷰를 아예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들었을 때 그것을 제가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친구들과 가족들이 좋은 리뷰를 찾아서 제게 보내주었고 조금씩 자신감을 찾았습니다. 그중에 한 독자분께서 ‘백온유 작가가 어떤 글을 쓰더라도 나는 백온유의 이름을 믿고 그 책을 찾아 읽겠다’라고 리뷰를 남겨주셨어요. 이유 불문하고 책을 읽어주신다니 힘이 났습니다. 마음도 조금 가벼워졌고요. 그때의 그 약속을 떠올리며 지금도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분들에게 가장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내가 글을 쓸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따지고 들 필요가 없다는 게 문학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은 원래 잘 안 써지는 게 정상이고 어려운 게 정상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자기 자신을 다독이면서 천천히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출간한 작품 중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꾸만 되돌아가게 되는 인물이나 작품이 있으신가요? 

요즘 『경우 없는 세계』로 학생들과 함께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을 자주 하고 있는데요. 그렇다 보니, 소설 속 ‘경우’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선량한 사람에게 마땅한 보상을 주지 않는 사회에서 아이들이 겪어야 했던 부당한 일들이 소설에 자주 나오는데요. 경우를 위한 세계, 더 나은 사회를 고민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고마우면서도 서글픈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꼭 한번 다뤄보고 싶은 소재나 인물이 있으신가요?

공포 영화나 공포 소설을 좋아해서 스티븐 킹 소설을 굉장히 즐겨 읽는데요. 언젠가는 공포 소설을 제대로 써보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만약 평행 우주에서 작가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직업을 갖고 싶으신가요?

(정말 뜬금없지만) 축구 선수가 되어보고 싶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축구 경기를 봤으니 좋아한 지 꽤 오래됐는데요. 희한하게 단 한 번도 축구를 직접 해볼 생각은 안 했어요. 워낙 운동신경이 없으니 시도도 안 한 것 같은데 평생 우주의 백온유는 운동신경을 타고 나서 축구 선수가 되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차원의 기쁨과 슬픔이 있겠지만 그런 삶도 경험해 보면 행복할 것 같아요. 

인류 멸망을 앞두고 지하 벙커에 도서관을 지을 예정입니다. 딱 세 권의 책을 보관할 수 있다면 어떤 책을 고르시겠습니까?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코맥 매카시 『로드』, 최승자 『이 시대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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