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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한 뇌과학자의 자기감 수업

『뇌는 어떻게 자존감을 설계하는가』 김학진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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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고 존중받는 삶을 원한다면 내 몸의 신호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로 인간이 이타적 선택을 하는 신경학적 기제를 밝혀 주목받았던 사회신경과학자 김학진 교수(고려대학교 심리학과)가 이번엔 ‘자존감을 뇌과학으로 설명하는 책’으로 독자를 찾는다. 신간 『뇌는 어떻게 자존감을 설계하는가』는 “최신 뇌과학 연구 성과를 집대성해 자존감이라는 개념을 생물학 용어로 재정의함으로써, 불안, 우울, 중독, 분노 조절 장애 같은 자존감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과학적 접근법을 제안”하는 책이다. 널리 심리적 용어로 애용되어온 ‘자존감’을 뇌과학적 개념인 ‘자기감’과 대비해 살펴보면서, 신체가 보내는 신호와의 소통, 즉 ‘자기 감정 인식’이 마음의 자존감과 사회적 공감력을 높이는 기제를 밝힌다. 



『뇌는 어떻게 자존감을 설계하는가』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전작인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로 이타성을 뇌과학으로 분석하여 대중에 많은 관심을 받으셨는데요, 두 번째 책을 출간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새로운 논문이나 저서를 세상에 처음 내놓을 때마다 제 자존감은 매번 심하게 요동칩니다. 전작이 출간되고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독자분들의 반응을 기다릴 때의 기대감과 불안함은 여전히 그대로네요. 그동안 제 생각은 나름대로 많이 발전했다고 믿는데 그런 점들이 새로운 책에 잘 담겼길 바랍니다.

전작에서는 이타성, 동조행동, 공정성 판단 등과 같은 사회적인 현상에 주로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어 타인과의 관계에서 경험하게 되는 심리적 현상들의 이면을 좀 더 깊게 파고들었습니다. 모두 궁금해하지만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자존감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더욱 명확하게 이해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을 줄 수 있길 희망합니다.

자존감은 이제까지 주로 심리학적으로 설명된 것 같은데요, 어떻게 뇌과학으로 자존감을 분석하게 되신 건가요?

자존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을 측정하기 위해 심리학에서는 조작적 정의라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개념을 관찰 가능한 변인으로 새롭게 재정의하지요. 예를 들어, 누군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어떤 사람의 행동이 달라지거나 타인으로부터의 부정적인 평가에 공격적인 자기방어 행동이 촉발된다면, 이런 행동들은 그 사람의 자존감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이처럼 자존감을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여러 행동 과제들을 개발해서, 자존감 불균형으로 인해 자기방어 행동이 촉발되는 시점의 뇌 반응을 fMRI라는 뇌 영상 기술을 사용해 측정합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사회적 맥락에서 자존감 불균형을 유발하고 측정하는 행동 과제를 개발했는데, 이를 사용해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은 다르더라도 자존감 불균형에 공통으로 관여하는 핵심적인 신경회로를 규명할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 뇌가 자존감의 불균형에 이끌린다고 말씀하셨어요. 우리는 이 불균형 때문에 고통받는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왜 뇌는 자존감의 불균형에 이끌리는 걸까요?

자존감이 불균형 상태에 빠지면 뇌는 자연스럽게 이를 회복하기 위한 행동을 촉발합니다. 이 행동으로 불균형이 성공적으로 해소될 때 우리는 즐거움을 느끼고 그 행동은 강화되지요. 이 과정은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이처럼 불균형을 예측하고 방지하기 위해 생겨난 뇌의 알로스테시스 기능이 지칠 줄 모르고 끊임없이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불균형이 클수록 불균형이 해소될 때 경험하는 즐거움의 강도 또한 커지기 때문에,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우리는 불균형을 일부러 유발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도박에 중독되거나 위험한 스포츠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뇌의 알로스테시스 기능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신체로부터 오는 신호에 귀를 기울여 즐거움이라는 감정이 근본적으로 생존을 유지하는 데 얼마나 기여하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게 되면, 단지 즐거움 자체에만 이끌려 불필요하게 신체 에너지를 낭비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생존에 중요한 즐거움과 그렇지 못한 즐거움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 즐거움의 원인을 찾아 그 감정 안으로 깊이 파고 들어가는 감정 인식이 필요합니다.



자존감 불균형을 해소하는 과학적 방법을 소개하시기도 했는데요. 교수님께서는 자존감 불균형이 심해질 때 활용하시는 방법이 있나요? 있다면 독자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방법은 무엇인가요?

몇 해 전부터 저는 짧게 인정 욕구 기록집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일기를 떠올리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사실 일기와는 다릅니다. 하루에 한 번 정도 저는 그날 경험했던 강한 감정들을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그 감정 뒤에 인정 욕구가 있었는지 점검해 보고 그 경험을 짧고 간단하게 몇 줄 정도 적습니다. 그러면 그 감정을 느낄 당시에는 잘 알아차리지 못했던 숨겨진 인정 욕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숨겨진 저의 인정 욕구가 구체적인 상황과 만나면서 표출된 독특한 경험을 글로 적어 보면 제 감정이 작동하는 방식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됩니다.

감정을 글로 적는 일에는 또 다른 장점이 있습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혼란스럽던 감정이 점차 정리되고 그 결과로 내 감정이 다시 변화되는 걸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느꼈던 감정과는 전혀 다른 감정이 숨어 있었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되기도 합니다. 감정을 기록하는 건 단순히 감정이 글로 변환되는 한 방향의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라, 그 글이 다시 감정을 변화시키는 양방향의 능동적인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처럼 감정의 기록을 통해 감정을 경험했던 순간 알아차리지 못했던 그 감정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게 되면 제 감정 리스트를 확장할 수 있지요. 그리고 이 감정 리스트는 미래에 유사한 상황에서 비슷한 감정을 겪게 될 때, 그 감정 뒤에 숨겨진 나의 욕구를 처음보다 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해줍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감정들 중 인정 욕구로부터 비롯된 것들을 찾아내고 분류하는 일은 이제는 제게 거의 일상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 일을 수년간 해 왔지만, 아직도 여전히 경험하는 순간에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나중에야 새롭게 알아차리는 감정이 존재하는 것을 발견하곤 합니다. 어쩌면 평생 쉼 없이 해나가야 할 일이 아닐까 싶네요.

중독을 일으키는 보상 자극 중 하나로 SNS의 “좋아요” 심벌을 언급하셨어요. 교수님께서는 인터넷이 보편화된 현대 사회에서 예전보다 자존감 불균형이 일어나기 더 쉬워졌다고 생각하시나요?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SNS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만 생각해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지요.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외모, 재력, 능력을 최선을 다해 뽐내는 SNS에 매일 노출되는 상황은 아무리 노력해도 헤어 나오기 어려운 늪과 같습니다. 게다가 SNS 플랫폼들은 사용자의 행동을 세밀하게 분석해서 더 많은 시간을 SNS에서 보내도록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기에 개인이 이 거대한 알고리즘에 저항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도 할 수 있겠죠.

창이 발달하면 방패도 발달해야 하는 것처럼, SNS라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맞서 자존감 불균형을 더 효율적으로 방지할 수 있도록 돕는 진보된 디지털 기기의 발전이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SNS를 통해 수많은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해 온 기업들은 이미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 기술을 기업의 이윤을 더 높이기 위해 사용하느냐 아니면 소비자들의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사용하느냐 하는 선택이 중요한 문제이겠죠. 중독의 범위를 더 광범위하게 정의해서, 소비자의 취약한 상태를 예측하고 방지해야 할 법적 의무를 기업에 부과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 조만간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뇌는 어떻게 자존감을 설계하는가』가 독자님들에게 어떤 책으로 남길 바라시나요?

사실 이 책의 목적은 자존감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 치유하고 위로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목적을 위해서는 훨씬 더 좋은 책들이 이미 많이 발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 이 책은, 자존감으로 인해 발생하는 크고 작은 개인적 혹은 사회적 문제들의 원인을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함으로써 그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 과학적인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데 보탬이 되고자 하는 목적이 더 큽니다. 상처받은 개인을 위한 심리적 위로나 치유의 대상으로만 자존감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기초과학·교육·정책·조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좀 더 체계적으로 자존감이라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과학적인 해결책을 찾아가기 위한 새로운 관점을 이 책이 제공해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님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지난번처럼 이번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리며, 따뜻한 격려뿐 아니라 내용에 대한 날 선 비판 또한 언제든 반갑게 듣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학진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계산신경과학 석사학위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에서 생물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거쳐 2007년부터 현재까지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기법(fMRI)을 사용해 인간의 경제적·사회적 의사결정과 관련된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으며 ‘인정 욕구’, ‘자존감’, ‘공감’, ‘도덕성’, ‘이타성’ 등의 신경학적 기제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뇌는 어떻게 자존감을 설계하는가
뇌는 어떻게 자존감을 설계하는가
김학진 저
갈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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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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