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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안에 철학을 배울 수 있습니다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김재훈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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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만화로 하는 거 보다 더 쉽게 중학생 때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철학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2021.07.14)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은 인문학과 철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지만 정작 어디부터 공부하면 좋을지 몰라 막막해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철학을 기초부터 다지고 싶지만 시중의 철학책이 너무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단번에 철학의 기본 개념을 잡고 싶다면? 이런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어려운 철학을 쉽게 풀어냈다! 만화라는 도구로 접근성은 낮추었지만, 지식의 깊이는 더했다.



라면이 끓는 3분 동안 만화로 철학을 익힌다는 기획이 인상적입니다. 어떻게 이 책을 집필하게 되셨나요? 그중에서도 만화로 풀어낸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청소년기부터 철학을 좋아하는 경우에 해당했고 허영심으로 시작한 철학공부가 막상 해보니 꽤 재미있어서 계속 철학을 손에서 놓지 않고 꾸준히 해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유익한 경험을 주변 사람들과도 공유하고 싶어서 그림과 말풍선을 곁들여 텍스트를 만화에 녹여 봤는데 반응이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다른 일들로 도저히 짬을 낼 수가 없어 지지부진하며 세월만 보내고 있다가 더 이상 미루지 말라는 분들의 충고로 서정욱 교수님을 소개받아 다시 철학 만화를 손에 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왕 만화로 하는 거 보다 더 쉽게 중학생 때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눈높이를 낮추고 애초에 계획했던 근현대 철학에서 범위를 넓혀 아예 고대철학부터 시작해 철학 전반을 훑자는 기획에 따라 원고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피타고라스,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등 총 11명의 철학자를 소개하셨는데 이 중에서도 특별히 마음에 담고 있는 최애 철학자가 있으신가요? 

플라톤입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청소년 때부터 저를 사로잡았던 매력적인 관념철학이었고 세계와 사물의 본질을 해석하는 단초가 되어주었으며 이후 철학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서양철학자들의 사상에 알게 모르게 스며있는 사고의 바탕이 되었다고 봅니다. 저는 이데아라는 철학용어를 어찌나 흠모했던지 이데아라는 장문의 시를 지어 본 적도 있습니다.

아깝게 소개하지 못한 철학자가 있다면요?

탈레스와 데모크리토스는 좀 아쉽습니다. 탈레스는 자연철학의 효시라 불리기 때문에 어떻게 세상 만물의 근원이라는 불가지 영역에 시선을 두고자 했을까? 그리고 그 과정을 어떠했을까? 하는 것들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원자론을 처음으로 제안했다고 알려진 데모크리토스는 마르크스의 학위 논문 제목이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 자연철학의 차이>일 만큼 유물론의 서사를 읽는데 중요한 대목입니다. 하지만 두 철학자들에 관한 자세한 텍스트들을 많이 수집해서 공통된 맥락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누락되었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경자’는 꼭 철학을 잘 모르는, 혹은 처음 접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대변해주는 느낌이라 재미있었어요. 누군가를 모델로 한 건가요? 혹은 관련한 이야기가 있을까요?

경자씨와 관련된 특별한 모델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일종의 유저인터페이스처럼 철학 초보자가 편하게 철학이라는 도구를 익혀가도록 하는 장치인 셈입니다. 그래서 이름이 그다지 다양하지 않았던 제 부모님 세대에 흔했던 어머니 친구분들의 이름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가장 평범했지만 요즘에는 참 특별한 이름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가끔은 그저 살아가기조차 팍팍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철학을 익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우리 인생에서 철학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어떤 이유 때문에 당신의 삶에 철학이 필요하다고 권하기 솔직히 힘듭니다. 각박하고 여유가 부족한 현실 속에서 굳이 철학을 해서 더 어려운 일상을 감당하라고 하기 송구하기 때문이죠. 철학이라는 학문은 무엇보다 일상의 여가를 필요로 하는 고급 취향이라는 점을 시인해야 합니다. 해당 학문으로 생계를 충당하는 학자가 아닌 다음에야 철학을 교양으로 접해서 사고의 풍요를 누리려면 일단 시간을 할애해야 합니다.

이 책을 포함해 철학이라는 제목을 걸고 나온 교양서적들은 기본적으로 존재론에서부터 형상학 등 매우 까다로운 사유의 방법들로 접전을 벌였던 지식의 전장에 관한 기록입니다. 다시 말해 일상의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지혜가 아닌 배움을 추구했던 학자들의 의도된 지적 분쟁이었고 그 과정의 개요를 살핀다는 건 특별한 분야의 지식을 자신의 지성에 더 보태겠다는 남다른 욕구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욕구를 충족하는 건 평범한 경험만은 아닙니다. 다만 그 경험을 통해 더 넓고 깊은 생각을 하고 더불어 죽기 전까지의 삶에서 호기심을 발동시키고 마음의 욕망을 채우는데 철학이 유용하리라는 추천은 할 만 합니다.

청소년기부터 철학을 흥미롭게 다루시다가 이제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는 철학책을 출간하실 예정이라 들었습니다. 출간 예정 도서에 대한 스포도 조금 해주실 수 있을까요?

순서에 따라 고대부터 먼저 출간되었지만 사실 이 시리즈의 액기스는 근대 철학입니다. 제가 가장 관심을 많이 가졌고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부분이 데카르트로부터 헤겔 마르크스까지 인어지는 근대 철학입니다. 이 시절 서양철학은 정말 다채롭기도 하고 철학자들이 펼치는 지식의 향연이 너무도 다이내믹합니다. 동시대 사상가들끼리 다투고 상호 보완하기도 하고 좌절을 겪고 다시 일어서는 장면들이 가히 영화나 드라마처럼 흥미진진하죠. 그에 비해 현대철학은 이미 근대에 어지간히 결말을 본 드라마의 각본을 더 심도 있게 파고들며 철학을 다시 더 어려운 미궁으로 밀어 넣고 있습니다.

아마도 철학들은 그래야 했을 겁니다. 그래서 그렇게 어려워진 철학을 조금이라도 쉽게 풀어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무척 고생했습니다. 작정하고 꼬아놓은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는 고역이었습니다.



어떤 독자들이 『만화로 보는 3분 철학』을 읽으면 좋을까요? 

누구나 다 보셨으면 합니다. 특히 최근 문해력이니 논술과 구술 비중이니 하면서 고전과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짐을 짊어지게 된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 책이 나오기 전 시험 삼아 독서평설이라는 청소년 잡지에 기고한 적이 있었는데 학생들 반응이 좋다고 근대철학으로 이어서 연재를 계속하면 좋겠다는 잡지사의 제안도 있었고, 돌아보면 우리가 고전과 인문을 가장 왕성하게 접했던 시기가 청소년 학생 시절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역시 필요에 의해 철학의 맛보기라도 하려는 욕구가 있는 이들이 이 책에 익숙하리라 여겨집니다. 물론 청소년에 국한하지 않고 누구나 다 읽으면 좋겠습니다.




*김재훈

텍스트를 직관적이고 흥미로운 만화로 재가공하는 데 탁월하기로 정평이 난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겸 저술가이다. 서울여대와 홍익대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글쓰기 강의를 맡기도 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광고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미술감독 등의 일을 했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을 거치면서 글과 기호로만 이루어진 지식을 만화라는 매체에 갈아 태우겠다는 목표로 사회문화, 철학, 역사, 과학 등 다양한 정보를 그림의 틀에 맞게 구축해서, 쉽게 읽히면서도 유익한 볼거리로 만드는 방법을 다방면으로 실행해 지식만화의 세계를 넓혀가고 있다.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김재훈,서정욱 공저
카시오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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