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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울 수 없으니 칠한다

실제로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내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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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곡한 생각들을 지우기가 어렵다면, 무해한 다른 생각으로 그 위를 덧칠해버리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것은 바꿔 말하자면 복잡하고 쓸모 없는 생각에서 멀어진다는 뜻이니까.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완벽하게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를 묘사하고 있어서 무척 마음에 든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내기가 쉽지 않다. 퇴근길에 밀려드는 업무 걱정을 떨쳐내기도 어렵고,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바라면서도 막상 주말에 약속이 없으면 당황하면서 공부하다 만 외국어교재를 뒤적거리거나 별로 보고 싶지도 않은 영화를 예매하면서, 어쨌든 뭐라도 해야겠다는 묘한 의무감에 사로잡히고 만다. 그러다가 이미 빼곡한 생각들을 지우기가 어렵다면, 무해한 다른 생각으로 그 위를 덧칠해버리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것은 바꿔 말하자면 복잡하고 쓸모 없는 생각에서 멀어진다는 뜻이니까. 사람들이 컬러링북에 열광하는 것도 이런 연장선이 아닐까 싶다. 다만 나는 컬러링북을 칠하면서 어떻게 면을 채워야 할 지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묘한 결과물만 내놓는 사람이라(점잇기 책에 무척 관심이 많다), 다른 방법으로 마음을 멀리 옮기고 있다. 오늘은 그 준비물인 책을 몇 가지 소개해본다.

 

 

*입문편~나만의 티라노사우루스를 만들자! Make Your Own T. Rex


몸이 바쁘면 마음은 저절로 평온해진다. 일단 손부터 움직이자. 심심한 날 친구가 필요한 날, 휴지심이나 우유팩이 없더라도 MAKE YOUR OWN 시리즈만 있다면 친구를 만들 수 있다. 어린이에서부터 어른까지 모두를 위한 백과사전으로 유명한 DK에서 나온 것으로, 인체모형이나 스테고사우루스 골격 모형을 내 손으로 조립할 수 있다(뼈 중에서 친구를 골라야 한다는 게 난점이지만). 나는 그 중에서 T. REX편을 골랐다. 편의상 책이라고 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티라노사우루스에 대해 소개하고 조립법을 알려주는 소책자와 공룡조립키트 세트가 함께 들어있다. 단단한 종이로 된 키트를 칼집대로 뜯어서 조립하면 된다. 처음에는 아이들 책이어서 쉽게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조각이 많고 목뼈, 늑골, 꼬리뼈들의 모양이 비슷해서 순서를 따라서 조립하느라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러고 나면 몸길이 85cm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완성된다. 85cm면 15cm가 부족한 1m, 실물은 박력이 넘친다. 보통 조립을 하려면 접착제나 나이프 등 준비물과 더불어서 쓰레기 처리까지 전후 과정이 추가로 따라붙기 마련인데, 이 책은 손으로 조각을 떼어내고, 남은 판은 잘 끼워서 받침대로 활용할 수 있어서 쓰레기가 나올 틈이 없는 것도 좋다.

 

 

*초급편~결말을 알고 있는 추리소설


결말을 알고 있다고 해서, 첫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해답이 눈에 보일 정도로 시시한 소설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 읽은 적이 있어서 어떻게 끝날 지 이미 알고 있지만 세부 사항은 살짝 잊었고, 재미있었던 책이면 된다. 평소에는 추리소설이라면 그다지 가리지 않고 두루 잘 보는 편이지만, 경험상 이럴 때는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최대한 부각시킨 책이 좋았다. 애거서 크리스티나 존 딕슨 카 처럼 믿고 보는 고전도 좋고, 아리스가와 아리스(특히 작가 아리스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역시 관시리즈)처럼 본격추리소설의 길을 갈고 닦은 이들의 책도 좋다. 보통 이들의 책은 밀실의 비밀을 어떻게 풀 지, 범인은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빨리 알고 싶어서 허겁지겁 읽는 편인데, 두 번 세 번 읽으면 답을 알고 있다는 여유가 생기면서 새롭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중고급편~정말 아무 생각이 없어질지도 모르는 Where's Wally?

 

외국도서MD라 그런 건 아니지만 자주 보고 듣는 게 있다 보니 이번에도 외국책이라 죄송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외국책으로 소개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는데, 한국어판은 절판되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열심히 찾았던 빨갛고 하얀 털모자를 쓰고 동그란 안경을 낀 월리를 오랫동안 못봤었는데, 알고보니 그는 저 멀리 영국에서 아직도 여행을 하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6권짜리 세트를 사서 월리와 웬다, 흰수염 마법사 할아버지, 강아지 우프, 오들로를 보며 추억에 젖었다. 그런데 기억했던 것 보다 난이도가 높아서 오랜만의 재회가 점점 전투적으로 변했다. 월리와 웬다와 오들로가 수십명씩 나오는 무대나, 우프나라의 우프를 찾다보면 우주삼라만상을 잊고 온전히 책과 나만 남는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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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찾아야 했더라?

 

어쩌면 가장,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에 근접할지도 모르겠다. 시력이 걱정되니 중간에 잠시 눈을 쉬게 해야 하는게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다. 한편 이 시리즈는 미니북도 나와있는데(극한취미!), 다행스럽게도 돋보기가 함께 들어있어서 카트에 넣어두고 한참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러다가는 언젠가 *고급편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상태에 도달하는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사실 여태까지 책을 소개해놓고 나서 이런 말을 하기 민망하지만, 그 동안 고급 단계에 가장 근접했던 것은 등산이나 근력운동을 한 뒤였다. 물 한 통을 들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것 만으로도 마음은 편안하게 비워진다. 하지만 요즘은 비와 폭염이 번갈아가며 기승을 부리는 터라 마음을 비우려다가 체력을 비우는 지경에 처할 지도 몰라서 참고 있다. 그나마 위의 책들이 있어서 당분간은 다행이다.

 

 

Make Your Own T. Rex

Jon Richards | Dk Pub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그중에 T-Rex에 대해서 자세히 나와있는 책입니다. 이빨에서부터 뼈의 부분부분까지 설명이 나와 있어서 T-Rex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추천할만한 책입니다. T-Rex의 박스 안에는 뼈 표본을 만들수 있는 두꺼운 종이로 된 80piece가 들어있어 안전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저/이가형 역 | 해문출판사

인디언 섬에 초대받은 여덟명의 손님과 그곳에 있는 하인부부. 모두들 떳떳치 못한 그들이 한명씩 죽을때마다 식탁위의 '열 명의 인디언 소년' 인형이 하나씩 사라진다. 한 명 한 명씩 차례로 모두가 죽어가는 상황.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추리소설보다는 공포소설에 가까울 정도로 보는이의 가슴을 죄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걸작 추리소설로 단서는 열 개의 인디언 인형에 있다.

 

 

 

 

 

 

황제의 코담뱃갑

존 딕슨 카 저/전형기 역 | 동서문화사

프랑스 북부 피서지에서 영국인 로즈 경이 담뱃갑으로 맞아죽는 사건이 일어난다. 상황증거에서 맞은편에 살고 있는 여성이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나 사건 당일 그녀의 전남편이 찾아와 함께 창문 너머로 참살현장을 목격했던 것. 마침 피해자의 아들과 약혼 중이라 무죄 증명을 위해 전남편을 불러올 수도 없고 절체절명 진퇴양난에 빠지는데 완벽한 알리바이를 무너뜨리는 존 딕슨 카의 본격 미스터리 대표작.

 

 

 

 

 

 

말레이 철도의 비밀

아리스가와 아리스 저/최고은 역 | 북홀릭

말레이시아의 낭만적인 휴양지 카메론 하일랜드로 여행을 떠난 히무라와 아리스가와. 대학시절 친구인 타이론의 초대를 받아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던 그들은 그곳에서 우연히 알게 된 일본인 모모세 준코의 초대를 받아 그녀의 집을 방문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의문의 변사체를 발견한 히무라와 아리스가와는 연이어 일어나는 사악한 범죄의 한가운데에 서게 되는데……

 

 

 

 

 

 

십각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 저/양억관 역 | 한스미디어

신본격 미스터리의 시작을 알린 <관> 시리즈 첫 작품으로 고전 본격 추리물에 오마주를 바친 아야츠지 유키토의 데뷔작이다. 십각관이라는 기괴한 배경, 독특한 이중 전개, 심리의 사각을 찌르는 대담한 트릭으로 미스터리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된 작품이다.

 

 

 

 

 

 

 

 

Where's Wally?

Martin Handford | Walker Books | 번역서 : 월리를 찾아라 1

제목 그대로 우리의 주인공 월리를 찾는 책이다. 매 페이지에 그려지는 재미있는 상황과 장면 속에서 집중력을 발휘하여 우리의 월리를 찾아보자.

 

 

 

 

 

 

 

 

 

 

 

 

 

 

 

 

Where's Wally? The Magnificent Mini Book Box - 5 Books & Magnifying Glass

Martin Handford | Walker Books

가지고 다니면서 즐기기 편하도록 예쁜 박스에 담겨 있습니다. 게다가 박스세트만의 특별선물! 작은사이즈의 월리 시리즈이지만 예쁜 확대경이 들어있어 더욱 수월하고 재미있게 찾아 볼 수 있답니다. 월리 1번부터 5번까지를 미니사이즈 책으로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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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양찬(도서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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