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희 대표의 작업실 - 『터틀넥프레스 사업일기』
1인 브랜드를 운영하는 초보 대표의 꾸밈없는 운영기를 담은 터틀넥프레스 김보희 대표의 신간 작업 이야기.
글 : 이참슬
2025.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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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해서, 책 때문에 거북목이 된 사람들을 위한 출판사. 동그란 머리를 빼꼼 내놓고 궁금한 눈을 한 거북이 그림이 마중하는 터틀넥프레스의 여정을 담은 사업기가 책으로 엮였습니다. 19년 동안 회사에 속해 책을 만들던 편집자, 정년퇴직이 목표였던 직장인이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들기까지 어떤 시행착오와 고민이 있었을까요? 

 

 


 

『터틀넥프레스 사업일기』 작업 후기

서울국제도서전에 맞춰 출간을 준비했기 때문에, 도서전 준비와 책 마감이 동시에 진행되었어요. 인쇄소에 데이터를 넘기기 전 8일 간은 집 밖에 전혀 나가지 않고 일만 했을 정도로 빠듯한 일정이었는데요. 도서전도, 책 출간도 무사히 마무리한 것만으로도 저 자신이 대견합니다.

 

『터틀넥프레스 사업일기 : BEGINS』에 이어 반 년 만에 두 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뉴스레터를 아카이브한 『거북목편지』도 함께 출간되었어요. 일기, 메모, 편지 등을 모아 책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대표님은 아카이빙의 전문가 같습니다. 매일 무언가를 기록하고, 저장하는 팁이 있을까요? 

미루지 않고 바로 기록하기. 검열하지 않기. 두 가지가 기록을 지속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이었어요. 저도 여전히 기록하기 귀찮을 때가 많은데요. 엉망진창인 문장이어도, 두서없이 써도 되고 오직 기록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딱 그때 떠오른 단어와 표현이어서 나중에 보니 생생함이 다르더라고요. 또 어떤 생각, 마음이든 검열하지 않고 일단 써둬요. 나만 보는 일기인데도 나 자신에게 거짓말하거나, 멋지게 보이려고 꾸미거나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잖아요. 진짜 속마음을, 지금 떠오르는 표현으로 있는 그대로 씁니다. 이건 나만 보는 거야, 계속 스스로에게 알려주면서요.

 

1인 출판사의 대표로 터틀넥프레스의 여러 책을 만들었고, 작가로서 『첫 책 만드는 법』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앞선 책들과 대표님 단독 저서를 터틀넥프레스에서 만드는 작업은 또 다른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일단, 이 기록이 책으로서 가치가 있는지 독자분들에게 도움이 될지 판단하는 게 어려웠어요. 생각이 오락가락해서 여러 차례 출간을 포기하려 했습니다. 미리 읽은 동료분들이 응원해주지 않으셨다면 출간하지 못했을 거예요. 또 교정교열 단계에서도 힘들었는데요. 틀린 부분이 잘 안 보이더라고요.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라는 옛말이 이거구나 했습니다. 덕분에 편집자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 편집자의 역할을 체감했어요. 

 

매년 사업일기를 출간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첫 번째는 1인 출판사의 브랜딩부터 사업자 등록까지 과정을 담았고, 두 번째는 성장을 고민하는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세 번째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게 될까요? 

일기장을 넘겨봤는데요. 『터틀넥프레스 사업일기3』 상반기는 20여 차례의 사업일기 북토크, 서울국제도서전 이야기가 주가 될 것 같네요. 재밌는 건 상반기에 ‘성장’에 대해 제 나름의 답을 찾았는데요. 요 한 달 사이에 또 생각이 바뀌었어요. 하반기까지도 성장, 일하는 방식에 대해 계속 고민을 이어갈 것 같습니다. 또 준비 중인 새 책들 이야기도 나오겠죠? 

 

터틀넥프레스는 “함께 배우고 싶은 것을 책으로 만드는 출판사” 라는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셨습니다. 터틀넥프레스가 보여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함께 배우고 싶은 것’에는 삶의 태도도 포함되어 있어요. 이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할 때 배우고 싶은 삶의 태도를 가진 분들의 이야기는 힌트를 주잖아요. 새 책은 ‘삶의 태도’를 담은 에세이를 준비하고 있어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를 쓴 한수희 작가님의 7년 만의 신작이에요. 작가님 글은 웃으며 술술 읽히는데, 다 읽고 나면 마음속에 계속 어떤 질문이나 생각거리가 둥둥 떠올라서 할 말이 많아지는 게 특징이에요. 이번 책도 그렇습니다. 작가님이 건넨 이야기들이 생각의 문을 열어줄 거예요. 

 

“지금은 덜 불안한가요?”라는 질문에 “그럴 리가요”라는 답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큰 한 걸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주는 거북목 멤버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분들에게는 선배님이 해주신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어요.

 

“차근차근 하나씩 즐겁게 배우는 마음으로, 서두르지 말고, 하나를 하고 변화를 기다리는 즐거움으로 해나가자고요. 또 하나를 하고, 또 변화를 기다리고, 차근차근.” (『터틀넥프레스 사업일기 BEGINS』 202쪽)

 

세상일 중 갑자기 이뤄지는 건 하나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그걸 바라게 될 때가 많잖아요. 그래서 조급해지고요. 시작하시는 분들도 비슷하리라 생각해요. 한꺼번에가 아니라, 작은 것이라도 하나를 하고, 또 하나를 해보며 변화를 기다리는 즐거움. 그걸 누리실 수 있기를요. 그리고 터틀넥프레스의 든든한 기둥인 거북목 멤버들, 동료들, 작가님들. 감사합니다. 우리 함께 배우며, 재밌는 일 만들며 나이 들어가요. 

 

 

작업을 하는 동안 가장 의지한 반려 [ ________ ]

사업일기. 이 일기를 책으로 출간해도 되는지, 책으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고민될 때마다 펼쳐보았습니다. 빼곡히 적힌 지난 일기를 보면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의 힘을 믿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면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그 마음을 또 일기장에 적어두기도 했습니다. 『터틀넥프레스 사업일기』 3권을 정리하며 또 고민할 미래의 저를 응원해주려고요.


김보희 대표의 사업 일기

 

작업실을 소개해 주세요. 
 
작업실은 터틀넥프레스의 사무실이기도 한 저희 집 거실입니다. 집순이와는 거리가 먼데, 신기하게도 일과 글은 집에서 가장 효율이 높습니다. 특별한 루틴은 없지만 어떤 작업을 하든 구글타이머로 20분씩 시간을 쪼개어 진행합니다. 그러면 줄줄 흘러가는 시간에 칸막이를 만들어주는 기분이 듭니다. 지금 이 인터뷰도 타이머를 맞추고 쓰고 있어요. 

 

마감 후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요. 정확히는 생산성과 관련없는 일은 뭐든 하고 싶었어요. 강릉에 새로이 개관한 솔올미술관에 김환기 선생님 전시를 보러 다녀왔고요. 왜관에 있는 성베네딕토 수도원에 가서 일기 쓰고, 산책만 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법을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아주 잘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더 놀고 싶습니다. 

 

할 일이 있을 땐 그것 빼고 모두 재밌게 느껴집니다. 작업 중 특히 재밌게 본 남의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솔직히 다른 콘텐츠를 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집 밖으로 나갈 시간도 없던 시기, 유난히 날씨가 좋았는데요. 창밖의 나뭇잎이 흔들리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었습니다. 

 


“첫 해보다는 덜 실수하고, 덜 헤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2년 차가 되니 2년 차로서 처음 경험하는 세계가 펼쳐지더라고요. 그 세계에서는 또 모든 게 ‘처음’이었습니다. 3년 차, 4년 차, 20년 차가 되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합니다. 매년 새로운 구간을 걷는 게 고정값이라면 신인의 마음으로 계속 걸어가보려고요.” (『터틀넥프레스 사업일기2 : WALKS』, 8쪽)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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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틀넥프레스 사업일기 : BEGINS

<김보희>

출판사 | 터틀넥프레스

터틀넥프레스 사업일기2 : WALKS

<김보희>

출판사 | 터틀넥프레스

거북목편지

<김보희>

출판사 | 터틀넥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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