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도 더 지난 일입니다. 출판사에 메일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한 직업보건의학자께서 보낸 메일이었습니다. 다섯 분의 직업보건의학자들이 모여 스터디하면서 책 하나를 함께 번역하고 있는데, 혹시 이 책을 출간해볼 의향이 있냐는 내용을 담은. 저는 당시 제 사수 분과 함께 제안서를 검토했습니다. 각자 검토 후 사수께서 제게 물었습니다. “이 책 어때?” 저는 대답했습니다. “하고 싶은데요.” 사수께서 말했습니다. “나도.” 곧 책의 한국 출판권을 샀고, 다섯 분의 선생님께서는 각자 바쁜 중에도 번역 작업을 진행하셨습니다.
그렇게 나온 책이 과학자 캐런 메싱의 회고록 『보이지 않는 고통』입니다.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이내 한 대학 생물학과 교수가 된 전도유망했던 과학자 캐런 메싱. 그는 실험실에서 곰팡이 연구에 열중하다 말고 왜 노동현장으로 가서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었을까요? 과학자는 노동자들 곁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배웠을까요? 여기까지 글을 읽으신 분들은 아마 이 질문의 답이 엄청 궁금해지셨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 책을 구매해 읽어보세요. 궁금증이 풀리는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겁니다.
2년 전쯤, 첫 번째 문단에 등장하는 사수께서 <한겨레> 사이언스온에서 어떤 연재물을 보고 반해 필자께 출판을 제안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필자는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 보건학자 김승섭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때 모종의 사정으로 저자로 모시진 못했는데, 사수께서 제게 “『보이지 않는 고통』이 나오면 김승섭 선생님께 꼭 보내드려줘...”라는 말을 남기고 1년 전 회사를 떠나셨습니다. 그 말을 받들어 책을 김승섭 선생님께 보내드리려고 생각하고 있다가 아예 추천사를 받아버렸습니다.
이 책은 캐런 메싱의 이야기지만 추천사를 써주신 김승섭 선생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번역하신 김인아, 김규연, 김세은, 이현석, 최민 다섯 분의 이야기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분들 모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곁에서 귀를 열어두고 언제든 편을 들어줄 준비를 하고 계시니까요. 캐런 메싱을 비롯해 더 편하고 돈 더 많이 버는 길 놔두고 굳이 고된 길을 택한 분들에게 애정과 감사를 보내며, 제가 더 떠들기보다는 이 분야 전문가 분들의 목소리로 이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캐런 메싱은 학문과 현실 사이의 틈을 누구보다도 먼저 인지하고, 두 발로 뛰어다니며 온몸으로 그 간극을 메꾼 과학자입니다. 이 책에는 생물학과 교수로 분자유전학을 연구하던 그가 어떤 과정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노동과 건강에 대한 뛰어난 과학자이자 적극적인 옹호자가 되었는지 생생하게 나와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감사했습니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분투했던 과학자의 이야기를 이토록 정직한 문장으로 만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김승섭(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저자)
“『보이지 않는 고통』은 과학자들이 고결하게 구사하는 수많은 모호함과 판단의 유예가, 그리고 노동자들에 대해 가진 막연한 계급적 우월감과 노동에 대한 무시가 노동자들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지에 대한 책입니다. 과학자들이 철저히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야기를 들을 때에야 비로소 노동자들의 현실이 오롯이 드러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김인아(한양대학교 직업환경의학교실 교수,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 저자, 『보이지 않는 고통』 역자)
“저는 한국 시민들이 지난 가을과 겨울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들에게 더 많은 책임감을 가지라고 요구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았습니다. 결국 한국 시민들은 정권을 교체하기까지 했습니다! 아마 한국 독자들은 직업보건 전문가들과 함께 노동자들의 ‘보이지 않는 고통’을 없앨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행운을 빕니다.” -캐런 메싱(캐나다 퀘벡대학교 생물학과 명예교수, 『보이지 않는 고통』, 『반쪽의 과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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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고통캐런 메싱 저/김인아, 김규연, 김세은, 이현석 역 외 1명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노동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어느 과학자의 분투기.『아픔이 길이 되려면』 저자, 보건과학자 김승섭 추천! 과학자, 연구실을 나와 노동현장으로 가다!
이환희(동녘 편집자)
책을 읽거나 만들지만 수집하는 걸 가장 즐겨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