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아웃 보이(Fall out boy) < American Beauty/American Psycho >
확연한 팝 밴드로서의 방향을 드러낸다. 연속한 두 전작, < Folie A Deux >와 < Save Rock And Roll >보다도 음악의 스펙트럼이 더욱 확장됐거니와, 훨씬 대중지향적인 성격을 품었다. 한 때 폴 아웃 보이를 시류의 선두에 위치하게 했던 이모(Emo)의 기질은 자리에서 많이 물러난 형상. 이제는 다른 이들이 만든 흐름 안에 자신들을 밀어 넣고자 한다. 음반은 그리 나쁘지 않다. 졸작을 내걸어 등장했다면야 기치에 역풍이 맞닿았겠으나, 밴드의 장점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물을 내놓음으로서 앞길을 매끄럽게 다듬었다. 변화에 대한 가치 판단은 나중으로 미뤄도 될 듯싶다.
세 번째 트랙 「Centuries」을 위시로 「Fourth of July」, 「Uma Thurman」 등의 곡에서 앨범의 스타일이 명확히 드러난다. 더욱 부각시킨 드럼 라인과 비트감, 더 없이 캐치한 선율을 내세우며 소구력에 강하게 어필함과 동시에 맹렬한 펑크 리프를 다수 걷어내 매끈함을 확보했다. 들을만한 싱글들이 연속해서 등장하는 가운데, 음반의 가장 큰 공헌은 팀의 메인 송라이터 패트릭 스텀프에게 향한다. 비단 트렌드에 잘 어울리는 멜로디를 써냈다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에 갖고 있던 밴드의 스타일이 잘 녹아들게끔 방향까지 설정해냈다는 데에도 큰 의미가 생긴다. 음반 곳곳에서 넘실대는 에너지를 잘 살펴보자. 데뷔 때부터 함께 해온 폴 아웃 보이 특유의 기질이다. 웅장하게 퍼지는 「Irresistible」의 혼 섹션과 「Centuries」의 코러스 라인, 「Fourth of July」에서의 아레나 스타일이 이 맥락에서 힌트가 될 테다.
몇몇 곡에서 사용한 샘플링 기법은 작품에 의외성까지 더한다. 미국 텔레비전 시트콤 < 먼스터즈 >의 테마 송으로부터 선율을 차용한 「Uma Thurman」과 수잔 베가의 「Tom's diner」에서 멜로디를 가져와 도입부에 붙인 「Centuries」는 더욱 자유로워진 폴 아웃 보이의 창작 행위를 명시하는 증거들이다. 밴드의 여러 시도가 멋지게 섞인 「American beauty/American psycho」가 최고의 트랙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붙지 않는다. 댄서블한 리듬과 펑크 사운드, 머틀리 크루의 「Too fast for love」에서 가져온 리프의 결합은 음반에 가장 강렬한 3분을 쏟아낸다.
팝적인 감각과 폭 넓은 사운드 활용, 강한 완력, 이 삼박자가 딱 맞아 떨어지면서 괜찮은 음반이 완성됐다. 차트에서도 충분히 성과를 낼만한데다, 밴드의 변화 흐름을 잘 받아 넘긴다는 중요한 의의까지 챙겼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단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억지로 귀에 밀어 넣으려는 듯 하는 코러스 구조의 반복은 흥미의 유효기간을 갈수록 떨어뜨린다. 트랙 리스트 막바지 구간에서는 좀처럼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 곡마다의 컬러는 제각각일지라도 골자의 규격이 어느 정도 동일하다보니 위와 같은 결과가 발생하게 됐다. 후일로 넘기자 했던 변화에 대한 가치 판단 역시 이러한 한계로부터 출발할 공산이 크다. 앨범에 존재하는 장해물은 장기적으로도 위험 요소가 될 수도 있는 취약점인 셈이다.
그러나 현재에 집중해 < American Beauty/American Psycho >를 본다면, 가장 큰 요점에는 2010년대의 흐름에 훌륭히 대처하는 폴 아웃 보이의 성장이 있다. 펑크 키드로 시작한 4인조 밴드는 이제 거대하게 부풀린 사운드를 잡고 뒤흔든다. 매 앨범마다 경계의 확대와 역량의 진전을 들고 등장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폴 아웃 보이의 걸음은 분명, 이번에도 건강하다.
2015/01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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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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