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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의 혹평을 극복할 수 있을까? 데미안 라이스 3집 발매

데미안 라이스 3집 < My Favourite Faded Fantas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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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데미안 라이스, 이번 앨범은 어떨까요? 전작과의 차이를 느껴보세요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 < My Favourite Faded Fantasy >

 

미국 음악웹진 피치포크(Pitchfork)는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의 이전 앨범 < 9 >를 리뷰하면서 10점만점에 1.9점이라는 박한 점수를 매겨놓았다. 피치포크가 이런 음악에 가차가 없는 편이긴 하지만 전작 < O >는 데뷔작 < 9 >보다 대중적 지지층을 확실히 흡수하지 못한 것은 확실하다. 「Rootless tree」와 같은 킬링 트랙이 존재함에도 특유의 설운 서사가 듣는 이에게 피로함을 안겨주며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시나브로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그는 어디를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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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공개했던 「My favourite faded fantasy」는 묘한 복선을 함축하고 있다. 쉽게 의중을 드러내지 않는 곡 구성이나 한 때 가장 좋아하는 대상이 될 수 있던 그대라는 애절한 비유에서 < My Favourite Faded Fantasy >는 데미안 라이스의 은근한 신파가 되어버린다. 「It takes a lot to know a man」에서는 9분이라는 시간 동안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자조와 회의를 내비친다. 그렇게 일장연설이 끝난 뒤 그는 남은 시간을 육중한 스트링 세션과의 협연으로 매조지 한다. 「Colour me in」의 나긋나긋 읊조리는 도입부에서는 전형적인 데미안 라이스의 사랑노래도 잠시 얼굴을 비춘다.

 

묘한 신비감마저 감돌던 싸늘한 정서는 앨범 전반부 이후 서서히 빛을 잃는다. 후반부는 단출한 악기 편성으로 층을 쌓아간 뒤 세션과의 합주로 갈등을 터뜨리는 구성을 애용하는데 다소 처지는 데미안 라이스 스타일의 발라드를 그대로 답습한다. 후반부 곡들이 저마다 차별성을 크게 구가하지 못하면서 전작의 용두사미는 지금에도 재현된다. 팬들에게야 기나긴 여운 혹은 반가운 과거와의 조우일지 모르나 이 일관성이 데미안 라이스의 발목을 종종 잡았다는 사실 또한 간과할 순 없다.

 

이전 아웅산 수치 여사를 기리기 위해 만들었던 「Unplayed piano」과 같은 싱글에서의 날카로움을 지금의 그에게서도 느껴지기를 바란다. 다만 음악적 파트너이자 애인이었던 리사 해니건(Lisa Hannigan)과의 결별 등 현실적인 문제들은 그의 음악을 일정부분 가로막고 있다. 작품에 서려있는 서늘함과 자조적인 정서도 일련의 일들에 의해 촉발된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렇고 그런 싱어송라이터에 머무르지 않으려는 노력은 보인다. < My Favourite Faded Fantasy >를 통해 데미안 라이스는 몸을 기민하게 움직이며 자신의 노선을 분명히 긋는다.

 

 

 

 

 

 

 

 

글/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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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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