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말하기 수업』은 단순한 말하기·글쓰기 기술서가 아니라, 고대 철학자들의 사고법을 빌려 누구나 말과 글을 설득의 무기로 바꿀 수 있는 18가지 도구를 제시한다. 소크라테스에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철학자들이 남긴 논리와 설득의 원리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독자들이 일상 속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사유 방식에서 설득의 본질을 찾으신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책을 집필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퇴근 후, 선배와 철학 스터디를 한 적이 있어요. 어른이 돼서도 삶에 대한 궁금증은 떠오르기 마련이죠. 철학은 그런 의문에 대해 올바른 답에 이르는 생각법을 알려줍니다. 문제는 처음 철학을 접하는 사람에겐 이해가 쉽지 않고, 최근에는 시간 투입 대비 효용을 따지니까 따로 공부할 동기도 약하단 점이에요.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선입견도 일부 있어요. 우리가 현실에서 배운 학문들, 논리적인 사고, 특히 말하기와 글쓰기는 철학에 기반하고 있는데 말이죠. 그래서 시험은 물론 사회생활에 필수적인 설득의 원리를 철학에서 배우는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자기 계발을 위한 말하기와 글쓰기를 배우면서 철학의 기본 원리도 알게 된다면 생각의 깊이와 설득의 힘이 더 깊고 풍성해질 수 있으니까요.
학교에서 말하기와 글쓰기를 열심히 배웠어도 시험이나 면접장에선 좋은 성적을 거두기가 어려운데 그 이유는 뭘까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콘텐츠 평가위원을 할 때 보면, 다들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쓰지만 설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 이유는 바로, 이미 설득된 내용으로 설득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당연한 주장에 당연한 근거를 들어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당연히 실패하기 쉽죠. 반면 철학자는 당연한 것을 의심하면서 마치 처음 보는 문제처럼 대합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새로운 근거로 주장을 할 수 있게 되죠. 그래서 이 책에서도 당연한 이야기를 신선한 주제로 바꾸는 철학자들의 생각법과 설득의 원리를 중심으로 소개했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AI 시대에 특히 ‘인간만이 가진 설득의 힘’으로서 철학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AI가 내놓은 결과를 정답이라고 믿기 쉬운 시대가 됐어요. 신념을 극단적으로 강화하도록 부추기는 알고리즘 편향도 문제죠. 이런 시대에 철학이 갖는 의미는 당연한 것도 다시 한번 물어보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철학은 AI나 알고리즘, 또는 누군가가 정답이라고 가리키는 방향에 대해 ‘과연 그럴까’라고 다시 생각하고, 이기기 위한 논쟁이 아니라 더 나은 답을 찾도록 대화하게 만들죠. 철학적 설득의 원리는 결국 그런 질문을 반복하면서 답을 찾아가는 대화입니다.
철학자들의 사고법이 ‘사람을 움직이는 힘’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조금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설득, 즉 사람을 움직이려면, 궁극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아는 게 중요해요. 일상에서 우리는 휴대폰만 보는 아이가 있으면, 휴대폰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빼앗는 해결책을 사용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더 근본적인 구조와 원리를 바라보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사람을 움직일 수도 없죠. 철학자들의 사고법은 현상보다는 근본 원리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합니다. 사람을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고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가능하게 돕는 것이죠.
반대 의견을 설득하거나 갈등을 조정할 때 철학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우리가 겪는 갈등과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모순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한쪽의 답이 일방적으로 옳다고 하기도, 또 틀렸다고 하기도 어려울 때가 많아요. 게다가 정답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죠. 철학은 이런 상황을 올바르게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왔어요. 변증법적 사고, 귀납과 연역, 중용과 실천 등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이론들이 바로 그 대표적인 철학적 방법들이에요. 이 방법들의 특징은 모두 순환적 구조라는 점입니다. 한 사이클을 거쳐서 답을 찾았다 해도, 더 나은 답을 찾을 때까지 계속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갈등과 반대 역시 논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돼요. 특히 반대는 나쁜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답을 찾는 과정의 일부였음을 인정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철학적 방법론은 갈등 조정에 도움이 됩니다.
철학적 사고법을 익히면 자신감이나 표현력에 어떤 변화가 생기나요?
자신감은 주장과 비판의 원리를 이해할 때 생겨납니다. 주장과 비판을 캄캄한 동굴 속에서 손을 맞잡고 이쪽이 출구일까를 논의하는 길 찾기 과정으로 생각하는 것이죠. 철학적 사고법을 통해 논리적인 근거로 주장하고 정당한 비판은 수용하면 되니까요. 문제는 상대가 틀린 답을 고집하는 순간인데 그럴 때는 엘렝코스 같은 논박을 펼칠 수도 있고, 문제 해결형 스토리텔링과 비유 등으로 상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사례와 함께 그 방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말과 글을 어떻게 변화시키길 바라시나요?
이 책은 유려한 화법과, 화려한 문체, 상대를 이기는 대화법에 앞서 더 근본적인 원리를 철학에서 찾아내고자 했어요. 바로 생각입니다. ‘저 사람 말을 참 잘해, 글을 잘 써’라는 칭찬도 좋지만, ‘저 사람의 생각, 그리고 생각하는 방식이 참 좋아’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 쓰고자 노력했습니다. 기술적으로 무언가를 잘하면 인정받고 끝날 때가 많습니다. 기술적으로 잘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설득하고 움직이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좋은 말과 글입니다. 이 책을 통해 저와 함께 철학자들이 만든 좋은 생각의 길을 따라 함께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철학자의 말하기 수업
출판사 | 나무의철학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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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