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맛본 뒤 평가는 맛있다 또는 맛없다 둘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왜 맛있고 왜 맛없는가에 대해서 묘사하라고 하면 설명하기가 어려운 걸까요? 아마도 우리가 맛의 과학적 원리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일 거예요. 이번에는 맛의 과학적 원리에 대해 알려주는 책 네 권을 소개합니다. 도미와 광어의 풍미와 식감, 브리 치즈와 체다 치즈의 풍미가 어떻게 다른지 맛에 숨겨진 과학의 세계로!
『맛의 원리』
최낙언 저 | 예문당
맛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드물죠. 하지만 저자는 맛을 잘 아는 사람도 드물다고 단언합니다. 미각이 단순해 보이지만 깊이 있는 감각이고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죠.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일한 저자의 경험과 지식이 녹아 있어서 맛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나에게 구미가 당기는 소제목을 먼저 찾아보길 권합니다. 음식 맛이 즐거움을 주는 이유, 실제 맛의 다양성이 미각이 아닌 후각에 달린 이유, 성분보다 리듬이 맛에 더 중요한 이유를 찾다 보면 책을 통독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게 확실하니까요.
『맛의 과학』
밥 홈즈 저/원광우 역/정재훈 감수 | 처음북스(CheomBooks)
음식의 맛과 향이라는 신비로운 세계에 우리가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돕는 예시와 설명이 가득합니다. 왜 어떤 사람은 제로콜라를 마시면서 쓴맛을 느끼는 걸까, 커피를 입에 넣기 전에 맡는 냄새와 입속에서 느껴지는 맛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매운맛을 좋아하는 것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성향 때문일까, 강렬함을 추구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의 칭찬과 관심을 받고 싶은 성향에 기인한 것일까? 오이, 고수의 향의 대한 호불호에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은 어디까지일까? 과학 저술가 밥 홈즈는 마치 미술관에 전시된 그림을 더 잘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큐레이터처럼 흥미로운 실험과 친절한 해설로 맛의 원리를 차근차근 짚어줍니다. 음식 맛에 예민한 사람이든 무관심한 사람이든 맛의 즐거움을 더욱 온전히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책입니다.
『왜 맛있을까』
찰스 스펜스 저/윤신영 역 | 어크로스
옥스퍼드 대학교 통합감각연구소 소장이며 이그노벨상 수상자가 저자라니 호기심이 끌립니다. 저자 찰스 스펜스 교수는 인지과학, 뇌과학, 심리학을 융합하여 가스트로피직스라는 새로운 분야를 창안한 것으로도 유명한 심리학자인데요. 인스타그램에서 흐르는 듯한 달걀 노른자 사진을 보면 군침이 도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풀어낸 것도 스펜스 교수가 처음일 듯합니다. 비행기에 타면 음식이 맛없는 것도, 수프 그릇 오른쪽에 스푼을 두면 왼쪽에 둘 때보다 구매 의사가 15퍼센트 더 증가하는 것도 다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현상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음식을 더 맛있게 먹고 싶은 미식가부터 더 맛 좋은 음식을 내고 싶은 요리사까지 맛에 진지한 사람이라면 꼭 참고해야 할 지식이 가득합니다.
『마우스필』
올레 G. 모우리트센, 클라우스 스튀르베크 저/정우진 역 | 따비
햄버거를 먹는 것과 햄버거를 갈아서 곤죽으로 만들어 먹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죠. 영양은 그대로이고 풍미물질도 고스란히 남아있지만 후자는 전혀 즐겁지 않습니다. 입안에서 뇌로 전달되는 ‘마우스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먹는 즐거움은 음식의 풍미에만 달려있지 않습니다. 식사는 음식 속 화학물질과 물성이 함께 만들어내는 마법이죠. 경험으로는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비밀에 가려있던 ‘마우스필’의 실체를 물리학자와 요리사가 함께 파헤칩니다. 케첩을 흔들면 뿜어져 나오고, 터키 아이스크림이 쫄깃한 과학적 이유까지 알 수 있죠. 음식과 요리에 진지한 사람이라면 일독과 소장을 권합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정재훈
약사이자 푸드라이터. 주변 사람들이 푸드파이터인지 푸드라이터인지 헷갈려 할 정도로 먹는 일에 진심이다. 캐나다 이민 시절 100kg 직전까지 체중이 불었다가 20kg 이상 감량하면서 음식 환경이 체중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을 실감했다. 그동안 쓴 책으로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정재훈의 생각하는 식탁』, 『정재훈의 식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