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게 넘실거리는 파도와 반투명한 해파리를 닮은 소설, 『해파리를 따라서 여름으로』. 이 책은 아이들의 성장을 그리면서 ‘하나의 단어로 묶어 버릴 수 없는 마음’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명확하게 표현하기 힘든 마음, 우리의 안에서 찰랑거리며 희미하게 반짝이는 마음들을.
박서형 작가님,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작품이 작가님의 첫 단행본인데요, 작품을 집필하는 시간 동안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박서형입니다. 이렇게 첫 작품으로 인사드리게 되어 저 역시 반가운 마음입니다. 처음 『해파리를 따라서 여름으로』를 쓰기 시작한 건 여름이었습니다. 여름부터 겨울까지 이삭과 이리리가 사는 섬에 함께 사는 기분이었어요. 뭘 하든 두 아이가 자꾸만 떠올랐어요. 그래서 그런지 아직은 곧 봄이 온다는 것도 잘 실감 나지 않아요. 정말이지 ‘백 년 동안 숨바꼭질’을 하고 나온 기분이랄까요.
『해파리를 따라서 여름으로』 라는 제목을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떤 의도로 제목을 정하게 되었는지, 작가님의 생각과 비하인드가 궁금해요.
소설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삭과 이리리가 해파리 같다고 생각했어요. 헤엄칠 수 없지만 독을 품고 있다는 점이 특히요. 둘 다 바깥 상황에 의해 어디론가 떠밀려 가는 인물들이잖아요. 그런 아이들이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움직여야 한다면, 그 둘을 안내하는 건 단연코 해파리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의지가 없는 동물을 따라가서 결국에는 여름이라는, 잔인할 만큼 선명한, 그러나 생으로 가득 찬 계절에 도착하게 된다는 의미로 제목을 짓게 됐습니다.
소설에는 소수자이자 약자인 인물이 다수 등장합니다. 이야기의 중심축인 ‘이삭’과 ‘이리리’는 소수자성과 약자성이 두드러지는 인물이기도 해요. 이러한 인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면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섬세해지고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작가님은 이 아이들의 목소리를 그리며 어떤 점에 집중하셨나요?
쓰는 내내 이 아이들의 삶이 가십으로 소비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아이들은 소설 속에서 가십으로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 바깥의 독자에게는 두 아이의 진짜 삶이 보이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고 왜 그렇게 말했는지를 최대한 세밀하게 드러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또한 소수자성, 약자성이 두드러지는 보편적 인물이자 개별성을 가진 개인이라는 걸 밝히기 위해 아이들의 성격이 드러나도록 노력했어요.
사회적 의제를 내포하지만 이 아이들이 의제로만 보이지는 않길 바랐습니다. 그게 그 아이들이 가장 원했던 ‘존중’을, 작가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더불어 소설 본문에 이름이 아닌 컬러로만 표시된 부분은 제가 소설을 창작하며 정해둔 최저선이기도 했는데요. 이리리와 사귄 아이로 인해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해도 아웃팅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삭에게도 독자 여러분께도요. 말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말하고,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을 끝까지 지키는 것. 그것을 늘 염두에 두고 집필했습니다.
이삭과 이리리가 소설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게 느껴졌어요. 이토록 구체적이며 다층적인 인물을 만드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듯해요. 이삭과 리리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사실 이삭과 이리리는 제가 쓴 각각 다른 단편소설의 등장인물이었어요. 이십 대 초반에 썼던 소설이라 다시 쓸 일은 없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곁에 아무도 없는 둘을 만나게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하고 나니 둘이 정도 붙이고 싸우기도 하고 오해했다가 이해하기도 하며 가까워지더라고요. 소설을 쓰면서 스스로 고민한 지점도 많지만, 이삭과 이리리는 정말 예측 불허한 장면들을 자꾸 만들어내는 조합이었습니다.
단편소설에서 우울하고 수동적이었던 이삭은, 이리리를 만나서 심술도 부리고 싸움도 하고 자기 감정을 드러내게 됐어요. 이리리는 밝고 다정한 모습만 보이는 인물이었는데 슬픔에 꺾이고 소리 내어 울고, 결핍을 드러내기도 하죠. 그 과정 자체가 저에게도 신기하고 멋진 일이었습니다.
소설의 배경으로 섬, 바닷가, 빈집 등 다양한 공간이 등장해요. 소설에 잠깐 등장하는 폐교도 참 매력적이었어요. 작가님께서는 어떤 공간이 가장 매력적이었나요?
저에게 가장 매력적인 공간은 이삭 동네 아주머니가 살던 집터 앞의 평상입니다. 집터라는 건 이제 정말 집이 남지 않았다는 뜻이잖아요. 그러나 이삭은 그 빈 곳에서도 어릴 때 자신이 느낀 온기를 떠올립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그림이 달리 보이는 렌티큘러 엽서처럼,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바라보고 감각하는 게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공간을 통해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소설을 다 읽은 뒤에 자꾸만 생각나는 장면들이 있었어요. 작가님의 마음에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이 제 발목을 가장 오래 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역시 하나를 꼽자면 단연코 이리리가 깨어나는 장면입니다. 이리리가 자신을 구하기도 했지만 이삭 역시 이리리를 구했다는 점, 그로 인해 이삭 역시 자신을 구했고 이리리가 이삭을 구한 게 되는 거라는 점 때문에 가장 오래 남은 장면입니다. 정말 다시 태어나기라도 하듯 피가 나고 물에 젖고 토를 하는 두 아이가 아직도 눈앞에 선명할 정도예요. 저 역시 그 장면을 펑펑 우는 마음으로 써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물론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습니다.
독자에게 『해파리를 따라서 여름으로』가 어떤 이야기로 다가가길 바라시나요?
청소년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지만, 이 소설은 명백한 성장 소설입니다. 성장이라는 건 키처럼 어느 정도 자랐다고 멈추는 게 아니잖아요. 당신은 혼자일 수 없다. 당신을 혼자 내버려두지 않겠다. 그런 목소리가 읽는 분들에게 들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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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를 따라서 여름으로
출판사 | 토마토출판사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