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작가의 책장
김화진 작가가 요즘 애정하는 <핫 스팟>, 『미시마 유키오의 편지 교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해변의 스토브』, 『부바르와 페퀴셰』.
글 : 김화진
202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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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핫 스팟>

넷플릭스 


후지산이 보이는 어느 마을, 호텔리어로 근무하는 주인공은 우연한 기회로 함께 근무하는 선배가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절대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지 말라는 외계인 선배와의 약속을 한나절 만에 저버리고 절친한 친구 둘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는 주인공. 주인공을 포함한 세 친구와 한 명의 외계인은 도란도란 함께 밥을 먹고 휴대폰에 보호필름을 붙여 주는 사이가 된다... 이것이 이 드라마의 전부는 아니지만, 점점 가까워지는 세 친구와 외계인 선배의 사이를 구경하는 일은 무척 좋다. 무례한 말을 뱉어놓고 아, 미안합니다, 라고 거듭 사과하지만 하나도 안 미안해 보이는 사이가 괜히 부러웠다.

 



『미시마 유키오의 편지 교실』
미시마 유키오 | 현대문학


이 소설은 다소 특이한데, 시작에 앞서 작가가 등장해 편지를 주고받을 다섯 명의 등장 인물의 외양과 성격에 대해 설명해 준다. 그리고 ‘육체적 사랑을 요청하는 편지’, ‘돈을 빌려줄 것을 요청하는 편지’ 등 장 제목으로 편지의 목적을 일러준다. 목적에 충실한 (남의) 편지를 읽는 일은 즐거웠다. 각 장마다 이야깃거리는 다르지만 편지의 성격은 일관되게 속되고 뻔뻔하며 그리하여 수치스러운 웃음을 자아내는데, 인물들이 수치스러움을 모른다는 점이 좋다. 읽으면서 이런 소설을 쓸 때 작가는 얼마나 재밌었을까... 하고 부러워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미시마 유키오라... 그렇게 재밌어하지 않았을지도? (아닌가?)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이사카 고타로 | 현대문학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나는 이 소설을 좋아하게 되리라고 예감했다. “한 가지 배운 게 있다. 서점을 털 정도의 각오 없이는, 옆집에 인사를 가면 안 된다.”라는 어느 장의 마지막 문장과, “한 가지 배운 게 있다. 위험을 감수할 각오 없이는, 출입 금지 장소에는 들어가면 안 된다.”라는 다른 장의 마지막 문장을 읽을 때 벌써 그런 생각이 들었다. 두 문장의 화자는 서로 다른 사람이고 다른 사람이 다른 시간과 다른 상황에서 내뱉는 문장은 아귀가 딱 들어맞는 톱니바퀴처럼 서로 상관한다. 혹은 상관하지 않지만 연관이 있을 거라는 암시를 준다. 돌고 도는 쳇바퀴 같기도, 회전목마 같기도, 윤회 같기도 한 소설을 지금 만나서 무척 다행이다.

 



『해변의 스토브』
오시로 고가니 | 문학동네 


단편만화를 좋아한다. 단편소설을 좋아하는 이유와 아주 비슷한 이유로.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에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기대감, 걸음을 뗀 곳과 멈춘 곳 사이의 거리가 아주 멀어져도, 여기가 거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까워도 작가의 개성으로 빛나는 부분을 보게 되기만 한다면 전부 괜찮아지는 마법 같은 짜릿함. <해변의 스토브>에는 콘센트를 꽂지 않아도 켜지는 스토브, 자기 팔을 뚝 잘라내 미니 설녀를 만들어 내는 설녀 같은 두근거리는 상상 존재와 함께 현실의 사람이 지닌 곤란함이 사이좋은 비율로 배합되어 있다. 깜짝 놀란 뒤 반드시 슬퍼지는 사람. 우리 모두 조금씩 그렇구나, 생각하며 이 단편만화집을 토닥토닥 읽었다.  

 



『부바르와 페퀴셰
귀스타브 플로베르 | 책 세상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아주 멀리 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무더운 여름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 이 도시와 사람과 일에 짜증에 가까운 싫증을 느낀 두 남자 부바르와 페퀴셰가 만나며 모든 일은 시작된다. 비슷한 것도 다른 것도 많은 두 사람은 하필 “시골에 가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데에 의견 일치를 본다. 그리고... 진짜로 떠난다, 그들이 드디어 시골로 떠나는 책세상 판 1권 32쪽에 이르러 나는 이렇게 메모했다. “모든 것이 잘못되기 시작...” 시골에 정착한 그들은 책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배우기 시작한다. 원예, 농업, 화학, 의학, 문학... 그리고 도미노가 쓰러지듯 모든 것에 실패한다. 다만 그들은 지쳐도 지치지 않는다. 다음 책으로, 다음 도전 과제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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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의 편지교실

<미시마 유키오> 저/<최혜수> 역

출판사 | 현대문학

해변의 스토브

<오시로 고가니> 글그림/<김진희> 역

출판사 | 문학동네

アヒルと鴨のコインロッカ-

<伊坂幸太郞>

출판사 | 東京創元社

Bouvard y Pecuchet: Novela

Flaubert, Gustave/ Dubois, Abel/ B., Martin Hernandez

출판사 | Createspace Independent 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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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202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나주에 대하여」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 연작소설 『공룡의 이동 경로』, 장편소설 『동경』, 단편소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개구리가 되고 싶어』 등이 있다. 『나주에 대하여』로 제47회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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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

전후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탐미주의 작가다. 미시마 유키오는 1925년 도쿄에서 고위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본명은 히라오카 기미다케平岡公威이다. 1944년 가쿠슈인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엘리트 관료 집안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도쿄대학 법학부에 입학한다. 1941년 「꽃이 한창인 숲」을 문예지에 발표하면서 ‘미시마 유키오’라는 필명을 쓰기 시작했다. 1944년 가쿠슈인 고등부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도쿄 제국대학 법학부에 입학했다. 1947년 대학 졸업 후 대장성의 관료가 되었지만 이듬해 전업 작가가 되기 위해 퇴직했다. 열세 살 때부터 필명을 만들어 왕성한 창작활동을 했던 미시마가 문단에 정식으로 데뷔한 것은 1946년에 쓴 단편 「담배」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추천으로 『인간』지에 실리면서부터이다. 1949년 대학을 졸업한 미시마는 대장성 금융국에서 근무하지만 공무원 사회의 관료주의를 이기지 못한 채 일 년 만에 사표를 내고 전업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그 무렵에 쓴 장편 『가면의 고백』을 통해 일본 주요 작가의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 그는 화려한 문장과 미의식을 바탕으로 『사랑의 갈증』, 『푸른 시절』, 『금색』 등의 수작을 잇달아 발표했으며, 1957년 『금각사』가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문학의 절정기를 맞이한다. 『금각사』의 성공 이후 미시마 유키오는 수차례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국제적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1961년에는 2·26 쿠데타 사건을 소설화한 단편 「우국」을 발표했는데, 이는 자신의 종말을 예언한 작품이기도 하다. 1970년 그의 마지막 작품이며,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4부작 장편소설 『풍요의 바다』 마지막 편을 출판사에 넘긴 미시마는 자신의 추종자를 데리고 1970년 11월 25일 일본 자위대 주둔지에 난입하여 자위대의 궐기를 촉구하는 연설을 한 후 대중 앞에서 할복하여 일본 국내는 물론 세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지면서 45세의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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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코타로

기발하고 독특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매혹하는 소설가.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반향을 일으키고 이름 앞에 항상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작가. 한국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중국, 대만 등 10여 개국에서 번역되었으며, 국경을 넘어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어두운 주제까지 경쾌하게 풀어내며 정교한 구성으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최고 권위의 나오키상에 다섯 번이나 후보로 선정되고, 최초로 일본 서점대상에 5년 연속 후보로 오르는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반향을 일으키며 일본에서 가장 촉망받는 차세대 작가로 일컬어진다. 기발한 상상력과 정교한 구성, 재치 넘치는 대화로 평단은 물론, 젊은 세대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무려 여덟 편의 작품이 영화화됐으며, 『그래스호퍼』를 비롯한 다섯 작품이 만화로 만들어졌고, 그 외 다수가 연극, TV 드라마, 라디오 드라마로 재탄생되어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71년 일본 치바 현에서 태어나 도호쿠대학 법학과를 졸업했다. 고등학생 때 부모님에게 선물받은 책에서 ‘짧은 인생을 상상력에 내던질 수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라는 문장을 보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일본 추리소설계의 전설 니시무라 교타로의 이름과 같은 획수의 한자를 조합한 필명 이사카 고타로는 베스트셀러 작가를 닮으라는 바람을 담아 가족들이 지어 주었다고 한다. 이사카 코타로는 동시대의 인간과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에 주목하는 작가이다. 1996년 산토리 미스터리 대상에서 『악당들이 눈에 스며들다』가 가작으로 뽑혔으며, 2000년 『오듀본의 기도』로 제5회 신쵸 미스터리클럽상을 수상, 작가로 등단했다. 2002년 『러시 라이프』로 평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3년 추리소설 독자를 넘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중력 삐에로』를 시작으로 2004년 『칠드런』, 『그래스호퍼』, 2005년 『사신 치바』, 2006년 『사막』, 2008년 『골든 슬럼버』로 여섯 차례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으나 ‘집필에 전념하고 싶다’는 이유를 들어 고사한다. 2004년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로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신인상을 수상한 데 이어, 같은 해 『사신 치바』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부문에서 수상했고, 2008년 『골든 슬럼버』로 야마모토슈고로상과 서점대상뿐만 아니라 2009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올라 3관왕을 달성했다. 서점대상 제1회부터 제6회까지 매회 최고작 10위권에 선정된 유일한 작가로, 2016년에는 12년 만에 『칠드런』의 후속작 『서브머린』을 발표했으며, 2017년에는 『화이트 래빗』과 『AX』, 2018년에는 『후가와 유가』, 2019년에는 『시소 몬스터』와 『고래 머리의 왕』을 출간하는 등 변함없이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이 시대 가장 독특하고 기발한 작품을 쓰는 작가로,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러시 라이프』, 『사신 치바』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 탄탄한 독자층을 갖고 있으며 『마왕』을 통해 일본 문학평론가와 편집자들에게서 일본 문학의 계보를 잇는 진정한 작가 반열에 올랐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는 문제 의식을 심오하게 그려내기보다는 그만의 상상력으로 재구조화한 소설로 승화시킨다. 『마왕』에서 이사카 코타로는 일본의 극우주의와 파시즘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믿음이라는 새로운 코드와 부딪히게 하면서 초능력이 있는 형제들이라는 색다른 설정으로 그 재미를 더했다. 그의 작품들은 이처럼 "사람을 제물로 동굴에 바치는 풍습이 있는 마을" 등 색다른 설정과 엉뚱한 상상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 가운데 관습, 사람들의 비뚤어진 의식과 같은 문제점들을 위트있게 지적함으로써 그 매력을 더한다. 때로는 사실감 없게 느껴지는 그의 이야기는 소소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하며 그만의 현실감을 부여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세상 속에 던져진 특이하고도 평범한 우리의 삶에 대하여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기상천외하고 독창적인 세계관을 중층적이고 정교한 구성력과 경쾌한 필치로 풀어내는 것이 작품의 특징이며, 최근 영화로 제작된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를 비롯해 12개 작품이 영화화되는 등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은 영화나 연극, 만화, 드라마 같은 다른 분야로도 확장되어 독자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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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브 플로베르

노르망디의 중심 도시 루앙에서 1821년 12월 12일에 태어났다. 아버지는 루앙 시립병원의 외과부장이고 어머니는 노르망디 태생이다. 아버지가 외과 의사였던 사실은 그가 과학에 흥미를 갖게 되고 세밀하고 객관적인 관찰을 하는 데 적잖은 영향을 주었다. 열다섯 살 여름휴가 때 트루빌에서 만난 젊고 아름다운 엘리자 슐레징거 부인에게 격렬하고도 신비스러운 애정을 기울인다. 『감정교육』(1869)에서 마리 아르누 부인의 윤곽이 슐레징거 부인의 모습을 통하여 표현되어 있다. 1840년에 바칼로레아에 합격하고 파리의 법과대학에 등록하지만, 『감정교육』 초고 집필 중이던 1843년 10월에 신경병 발작 이후 법학을 그만두고 문학에만 몰두한다. 이 무렵에 아버지와 여동생을 잃는다. 이후 플로베르의 인생은 여행과 친구들(특히 시인 루이 부예)이 중심이 된다. 그 무렵 ‘뮤즈’라고 불리던 여류 시인 루이즈 콜레와의 관능적 연애도 경험한다. 플로베르가 루이즈 콜레에게 보낸 편지는 당시 플로베르가 쓰고 있던 작품이나 문학에 관한 생각들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자료다. 1851년 이집트 여행에서 돌아와 『마담 보바리』 집필을 시작한다. 이 작품은 1857년 1월에 기소되어 경범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게 되는데 시인 라마르틴이 변호 서한을 보내주었고 2월 7일에 무죄판결이 났다. 이듬해는 소설 『살람보』를 준비하기 위해서 튀니지를 여행한다. 1862년에는 『살람보』가 미셸 레비 서점에서 출판되어 성공을 거둔다. 5년의 시간을 바쳐 1869년에 『감정교육』을 탈고했으나, 평이 별로 좋지 않아 실망하게 된다. 그해에는 친구 부예와 동료 생트뵈브를 잃고 신경병이 재발했다. 1870년에는 쥘 공쿠르를, 1872년에는 어머니를, 1876년에는 조르주 상드를 잃었다. 만년은 『성 앙투안의 유혹』(1874) 등이 호평을 얻지 못하여 낙담했으나 『세 가지 이야기』(1877)가 좋은 평을 받았다. 또한 그가 대부가 된 모파상의 성공은 침체되어 있던 그의 만년에 생기를 주었다. 1880년 5월 8일, 뇌출혈로 급사했다. 『부바르와 페퀴셰』는 미완성작으로 사후에 출판(1881)되었다. 한편 아홉 권에 이르는 『서간집』은 비평가들에게 최대의 걸작으로 간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