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뛰어넘는 글쓰기의 힘
결국 글쓰기는 긴 호흡으로 이어 가야 하는 작업이기에 순간의 인기나 화제성을 좇다 보면 금방 지치기 쉽습니다. 자신만의 진실된 이야기를 찾고 그것을 독특한 개성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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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호수의 에세이 클럽』은 미국에서 생활 중인 저자(밤호수)가 4년 넘게 운영해 오고 있는 온라인 에세이 쓰기 수업 ‘밤호수의 에세이 클럽’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다. 에세이 작가인 동시에 모집 공고가 올라올 때마다 곧바로 마감될 정도로 인기 높은 에세이 클럽의 이끔이로서, 에세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국에 계실 때에는 국어 교사로 일하셨다고 들었어요. 국어 교사를 그만두고 에세이 작가, 에세이 클럽 운영자가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국어 교사를 그만두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남편의 커리어를 위해 휴직을 하고 함께 미국에 왔거든요. 몇 년 있다 돌아갈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했고 교직을 아예 내려놓게 되었죠. 그때 마음이 많이 슬펐습니다. 국어 교사는 제 정체성이었으니까요. 그렇게 미국에서 내 나라, 사람들, 교단에 대한 그리움에 시달리다가 블로그를 시작했고 거기서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부터는 자연스럽게 에세이 작가로, 에세이 강사로의 삶이 이어졌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게 제 인생의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수순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움’이 촉발한 글쓰기가 결국 한국과 미국을 잇는 일종의 다리가 된 셈이네요. 그래선지 에세이 클럽을 통해 ‘하루를 두 번 사는 듯하다’라는 표현이 인상 깊었는데요, 이 생활이 글쓰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구체적으로 들어 볼 수 있을까요?

하루를 두 번 사는 듯한 스케줄은 독특하고 재밌는 경험이에요. 미국에서 사는 주부로서의 저는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첫 수업을 진행하죠. 한국 분들에겐 밤 수업이에요. 한숨을 돌린 후 오후 서너 시가 되면 한국의 글벗들이 일어나고, 다시 본격적으로 무언가 시작되는 기분이 들지요. 원고가 오가고 안부를 묻거나 질문을 하기도 하고요. 제게는 한참 졸릴 시간이지만 다시 에너지가 충전되는 듯해요. 기술이 발전한 덕분에 이런 시스템으로 살아갈 수 있으니 늘 한국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충만함을 느껴요. 그 소통과 연결이 제게는 힘이고 글을 쓸 수 있는 원천이기도 합니다. 

 

‘밤호수의 에세이 클럽’은 벌써 9기까지 진행되었다고 들었는데요, 그동안 에세이 클럽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참가자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아, 너무 많지요. 이건 정말 너무 어려운 질문이에요. 한 기수 당 여덟 명 정도, 석 달 간 엄청난 글들이 오가면서 서로를 알아 가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이 제 안에 깊숙이 들어와요. 그러니 모두가, 모든 순간이 각별해지지 않을 수가 없어요. 수업을 두 번, 세 번, 네 번 다시 듣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래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참가자를 말하자면, 아무래도 지난 8기에 참여했던 제 첫 제자랍니다. 25년 전 제가 중학교에서 가르쳤던 첫 제자를 에세이 클럽에서 다시 만났을 때의 감동이란 말로 하기 힘들었죠. 학교에서 그 아이(아이라고 하기엔 너무 커 버렸지만)를 처음 만났을 때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오랜만에 소식이 닿았을 때, 마침 글을 쓰고 싶어 하기에 제가 에세이 클럽에 꼭 들어오라고 반 협박을 하긴 했습니다. 지금도 열심히 글을 쓰고 출간을 준비하고 있어요. 

 

반대로, 에세이 클럽 운영 중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시차가 있는 상황이라든가, 온라인 매체로 진행되다 보니 여기에 얽힌 애로사항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는 노하우도요. 

어려움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기술적인 문제가 있겠지요. 종종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하면 소통에 딜레이가 있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런 기술적인 한계는 수업 전후로 채팅방에서 나누는 대화를 통해 충분히 보충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온라인이라서 가능한’ 소통 방법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하지요.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요, 에세이 클럽 멤버들은 다 안답니다. 제가 가장 ‘배 아파’ 하는 순간을요! 멤버들끼리 오프라인에서 만나 신나게 수다를 떨 때, 공저 출간 계약서에 사인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일 때, 출간 이후 함께하는 북토크 시간 같은 것들을요. 그럴 때면 저는 며칠 전부터 ‘배 아파 죽겠다’고 엄살을 떱니다. 몇몇 멤버들은 ‘밤호수 님은 온라인 속에 있는 캐릭터가 아니냐’라고 놀리기도 해요. 하지만 속으로는 뿌듯하고 기쁘고 행복하지요. 그분들이 함께 있을 때면 저도 함께 있는 듯하거든요. 

어쩌면 이렇게 멀리 있기 때문에 더 애틋하고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그래서 더욱 에세이 클럽에 정성을 쏟는 것일 수도 있어요. 결국 중요한 건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감정적 거리더라고요. 에세이 클럽을 진행하고 나면 물리적 거리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우리는 ‘글로 만난 끈끈한 사이’니까요. 오히려 이 거리가 우리를 더 특별한 ‘문학공동체’로 묶어 주는 것 같아요. 

 

이토록 끈끈한 사이라 그런지, 거의 모든 참가자들이 클럽 이후에도 자발적으로 모임을 꾸려 글쓰기를 이어 간다고 들었어요. 비결이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우선 에세이 클럽에서는 서로의 글에 관심을 갖고 읽어 보기를 권합니다. 수업 중에 서로의 작품에 대해 함께 의견을 나누기도 하지요. 하지만 ‘비난이나 비판은 금지’입니다. 비판은 오직 저만 가능하죠. 하지만 저조차도 결코 이유 없는 비난이나 신랄한 비판을 하지 않아요. 공감이 먼저, 칭찬이 먼저, 그 다음이 고칠 점. 이런 접근은 ‘에세이’라는 장르의 특별함과도 연관이 깊어요. 에세이란 나만의 렌즈를 끼고 나의 이야기를 꺼내는 거잖아요. 처음부터 비판의 벽에 부딪히면 글쓰기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수 있어요. 조심스러운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직설적인 비판도 겸허히 수용할 수 있는 단계가 옵니다. 에세이 클럽에서는 수강생들이 그 경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이탈 없이 통과해 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고요. 

저는 ‘꼭 모임을 이어 가라’든가 ‘공저를 무조건 써라’라든가 말씀드리지 않아요. 글쓰기 모임은 멤버들의 필요에 의한 선택이죠. 혼자 쓸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한 분이 있고, 모임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자극, 동기부여가 더 필요한 분들이 있어요. 각자의 필요에 따라 결정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에세이 클럽에 오신 분들 중 대부분은 이런 모임을 원하시는 분들이에요. 아무래도 혼자서 글을 쓰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글쓰기 모임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지속성의 비결에 대해서는 책에 더 자세하게 나와 있답니다!

 

에세이 클럽에서 블로그 글쓰기가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블로그 글쓰기(SNS 글쓰기)와 책 집필에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시나요?

블로그 글쓰기와 책 집필은 엄연히 다른 분야라고 할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론 얼마든지 혼합될 수 있는 글쓰기 영역이기도 합니다. 블로그에 올린 글이 책의 초석이 되기도 하고, 책 집필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저 역시도 블로그에 연재해 오던 글들이 묶여 제 첫 책이 되었지요. 저는 블로그 글쓰기를 적극 활용하시라고 늘 말씀드립니다. 에세이 클럽에서도, 수강생들이 글을 쓰면 무조건 블로그에 올리고 멘토들에게 댓글을 달아 달라고 합니다. 처음부터 책을 집필하듯이 누군가에게 글을 오픈하고 의견을 들으면서 쓰는 거죠. ‘독자’가 있다는 것은 내 글을 멈추지 않게 하는 동력이 되어 주니까요. 그런 면에서 SNS는 책으로 가는 중요한 다리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블로그를 좋아하지만, 요즘은 인스타그램, 특히 스레드(Threads)를 이용한 글쓰기도 좋다고 봅니다. 역시 독자들의 반응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시작은 에세이, ‘나’의 이야기를 쓰기이지만 이러한 글쓰기가 확장되어 나중에는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여타 에세이 쓰기 스킬만을 담은 책들과 구별되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작가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말 그대로 콘텐츠는 ‘나만의 고유한 영역’이에요. ‘남이 보고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남의 관심을 끌기 위해 시작된 글은 그 한계가 명확하지요. 진정성 있는 글은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감정에 충실할 때 나옵니다. 예를 들어 일상에서 마주친 작은 깨달음, 혹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품어 온 생각들을 솔직하게 풀어내는 것이지요. 그렇게 쓴 글은 독자들에게도 설득력과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이 이야기에 ‘확장성’이 있느냐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소한 것들에서 시작하더라도 계속해서 가지를 뻗어 가며 확장이 가능한, 잠재력이 있는 이야기는 콘텐츠로서도 좋고 작가 스스로도 만들어 가고 써 나가는 재미가 있지요. 좋은 콘텐츠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독자들이 자신의 경험과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둔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글쓰기는 긴 호흡으로 이어 가야 하는 작업이기에 순간의 인기나 화제성을 좇다 보면 금방 지치기 쉽습니다. 자신만의 진실된 이야기를 찾고 그것을 독특한 개성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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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호수의 에세이 클럽

<임수진(밤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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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