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크쉑, 에그슬럿, 블루보틀 등 MZ 세대의 사랑을 듬뿍 받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브랜딩 CMO로 맹활약해 온 최연미 마케터가 브랜딩에 관한 영감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담은 새 책 『브랜드 인사이트』를 펴냈다. 브랜딩이 더 이상 마케터의 전유물이 아닌 요즘, 쉽고 효과적인 브랜딩,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마케팅의 비결을 찾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효과적인 해답을 제시할 것이다.
작가님은 그간 경제와 마케팅에 대해 여러 책을 써오셨는데, 이번에는 브랜딩에 주목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미국 버지니아대학교에서 다든(Darden) MBA를 마치고 두산그룹 전략실에서 근무하다 패션잡지사인 두산매거진 마케터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우연히 제안받아 처음 쓰게 된 책이 혼자서 덜컥 아파트를 샀던 이야기를 담은 『서른셋 싱글 내 집 마련』이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부동산 전문 책이라기보다는 에세이에 더 가까웠던 것 같네요. 첫 번째 책 판매가 꽤 잘 되어서 글 쓰는 과정의 기쁨을 알게 되었고, 이후 직장 생활과 병행하여 경제와 마케팅 책까지 총 네 권을 출간했습니다.
요즘 한국 시장과 기술은 정말 숨 가쁠 정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브랜딩과 마케팅 방식 또한 더 세밀하게 분화되어 초개인화되었습니다. 특히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더욱 정화하게 이루어지는 홍보와 마케팅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마케터의 감각과 경험보다 인공지능과 통계 분석이 더 중요하다고 인식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찾는 좋은 공간, 좋은 브랜드는 여전히 사람 냄새 나는 브랜드인 경우가 많아요. ‘핫한’ 브랜드라고 해서 사실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10년, 20년 전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익숙한 감성을 재발견하게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번 책을 통해 익숙한 듯하지만 새로운 브랜딩과 브랜드 경험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하나의 브랜드가 소비자와 어떻게 소통하며 사랑받게 되는지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한 지역을 대표하는 로컬리티 제품에서부터 스스로 변화하며 체질을 바꿔 가는 리브랜딩 제품에 이르기까지, 숫자와 통계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찾고 머무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다루고 싶었습니다. 책 제목을 『브랜드 인사이트』라고 지은 이유도 독자들이 다양한 사례에 숨어 있는 브랜드의 이야기 속에서 각자의 영감을 찾고 누구나 스스로 하고 있는 일에서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 냈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브랜딩이 꼭 마케터에게 국한된 영역은 아닌 것 같습니다. ‘브랜딩’이라는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혹은 마케팅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본질적으로는 브랜딩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실제로 브랜딩에 대한 관점과 통찰력을 갖는 것이 마케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 된다고 보시나요?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브랜딩은 이제 더 이상 기업과 마케터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유튜브와 여러 SNS 매체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제는 개인이 우연 혹은 치밀한 계획하에 브랜드를 만들어 내고 또 성공시키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요즘의 브랜딩은 쉽게 말하면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결하게 드러내는, 일종의 ‘심볼’인 것 같습니다. 브랜드는 이미지이고, 느낌이고, 신념이고, 타이포그래피일 수도 있는 그 어떤 함축적인 가치의 상징입니다. 그 안에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이 담길 때 사람들이 열광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 같습니다. 흔히들 브랜드를 로고나 제품명 정도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질문하신 것처럼 브랜딩은 제품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브랜드는 총체적인 경험입니다. 진짜 이야기를 담은 브랜딩 전략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첫 단추가 됩니다.
책에서 브랜딩에 관한 8가지 관점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디자인’을 꼽은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지만 정작 디자이너가 아니면서 디자인을 총괄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을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이와 관련해서 해주실 조언이 있을까요?
디자인이 있어야 메시지를 담을 수 있고 전달할 수 있습니다. 요즘 브랜딩은 결국 하나의 이미지로 압축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결국 브랜딩은 디자인으로 시작되고 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마케팅이 보여주려는 의도는 디자인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고 또 요즘은 공간과 디자인이 성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패키지부터 사이니지까지 마케팅에서 담당해야 할 디자인적 요소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디자이너와 끊임없이 협업하며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아티스트 그룹과 직접 소통해야 할 때도 많죠.
예전에 제가 담당했던 업무 중 하나를 예로 들어 볼게요. 파인 캐주얼 브랜드인 쉐이크쉑 청담점 매장 오픈을 위해 사전 홍보로 진행한 공사 가림막 이벤트인데요, 보통 공사가림막을 ‘호딩’이라고 표현하는데 이 호딩 벽면을 대형 광고판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획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아티스트 그룹 ‘아토드’, 디자인 스튜디오 ‘팰린드롬’과 협업해 다양한 대형 일러스트와 브랜드 메시지가 만나 자동으로 접히고 돌아가는 형태의 거대한 플립 아트 설치물을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설치물이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돌아가면서 일러스트와 메시지가 완벽하게 딱딱 맞물려 돌아가도록 만들기까지 무척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제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계획했던 결과물이 완벽하게 수정될 때까지 설치물 앞에서 망부석처럼 서 있곤 했습니다. 무슨 대단한 예술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고생까지 해야 하나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이 호딩 설치물이 브랜드가 고객에게 건네는 첫 메시지, 브랜드 이미지의 시작이라고 생각해 공을 들였습니다. 이처럼 브랜딩을 진행하는 데 디자인이 가지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여기에 필요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려면 때로는 끈질기고 집요하게 매달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디자인 외에도 초세분화, 큐레이션, 브랜드 경험, 스토리텔링, 로컬리티, 팬덤, 리브랜딩에 이르기까지 8가지 주제에 대해 소개하고 계시는데요, 이 모든 관점을 아우르는 하나의 핵심 같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성공한 브랜딩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찾기 위해 최근 5년간의 자료와 사례를 찾고 고민하고 경험하고 토론해서 압축한 주제가 바로 이 8가지였습니다. 이 8가지를 하나의 관점으로만 바라보기는 물론 힘듭니다. 브랜딩을 바라보는 8가지 각기 다른 관점이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한 8개의 구슬을 꿰는 하나의 실을 굳이 제시하라면, 저는 브랜딩의 ‘과정과 경험’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 브랜딩은 기업이 고객에게 제시하는 잘 차려진 밥상이 아닙니다. 고객이 직접 참여하고 이해하며 그 과정을 공감하는 모든 행위와 공간이 브랜딩이자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꼭 기업에서 진행하는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하는 소소한 일, 내 주변에 흔하게 있었던 것들 중 이미 브랜드였던 것이 있습니다. 그 안에 존재하는 진짜 이야기를 찾고 꿰는 과정 전체가 브랜딩입니다. 책에서 예로 들었던 ‘방유당’이라는 브랜드의 출발점이 부모님이 참기름 가게를 운영하면서 있었던 이야기와 시행착오 과정을 모두 담아 보여주는 것에서 브랜드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브랜딩 사례들을 읽으면서 제목처럼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작가님께서는 평소 브랜드 인사이트를 키우기 위해 어떤 방법 혹은 습관을 갖고 있으신가요?
제게는 그것이 ‘휴식’입니다. 저는 쉬기 위해 시간을 만듭니다. 휴식의 시간은 무엇을 하기보다는 안 하는 것, 채우기보다는 비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잠을 많이 잔다거나, 숲을 멍하게 응시한다거나, 한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본다거나, 장작을 끊임없이 태웁니다. 그러다 보면 뭔가 평소에는 보이지 않았던 인사이트가 찾아옵니다.
그다음은 업계를 구분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사례를 찾고 직접 경험해보는 것입니다. 조각조각 떠오르는 생각의 단상을 마음 맞는 사람과 깊이 토론하며 나누기도 하고 혹은 나와 접점이 거의 없다시피 한 다양한 사람들과 가벼운 이야기를 툭툭 나눕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떠오르는 생각과 이야기들은 브런치에 하나씩 올려둡니다. 브랜드 인사이트는 이렇게 5년에 걸쳐 모인 생각을 조금씩 모아 만든 책입니다. 생각을 문장으로 만들고, 그 문장들을 하나의 주제로 다듬어 짧은 글이 여럿 모이면 그것이 어느 순간 책이 되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구슬을 처음부터 꿰려고 하지 않고 책을 쓸 정도가 최대한 모은 후 멀리서 다시 바라보면 한 가지 주제로 모이더라고요. 그렇게 계속해서 생각의 조각들을 모으고, 인사이트를 찾고, 흩어진 것을 서로 연결해 보고 내 경험을 녹이다 보면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됩니다.
마지막으로 제 인사이트를 발전시키는 또 하나의 작은 습관은 카카오톡으로 ‘나에게’ 메모를 남기는 것입니다. 내가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죠. 나와의 채팅 창에는 주로 짧은 단어들뿐입니다. TV를 보다가, 차를 타고 가다가, 툭툭 생각나는 것들을 순간적으로 적어놓는 정도죠. 근데 이 과정을 몇 년 동안 반복하며 묵혀놓고 보면 각각의 단어들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단서를 찾게 되곤 합니다.
요즘 ESG 경영과 브랜딩이 화두였는데, 사실 이 책에서는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고, 말미에 잠깐 언급하신 것 같아요. 그 이유가 있을까요?
네, 맞아요. ESG가 중요한 화두였고 마케팅 환경에서도 ESG를 뗄 수 없습니다. 저도 평소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많고 앞으로 이 부분이 브랜딩에 있어 더욱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꼭 ESG 전문가의 관점이 아니라 저마다의 업무와 일반적인 마케팅 관점에서 우리가 ESG를 어떻게 대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할 지점들이 많이 있죠. 그렇기에 이 책의 한 장에서 일부로 다루기에는 너무 방대한 분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따로 ESG에 대해서만 다루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죠. ESG는 트렌드가 아니라 중요한 담론이자 중장기적인 방향성이기 때문이죠. 기회가 된다면 사회적 역할과 책임, 관계의 관점에서 ESG를 다루고 싶습니다.
그럼, 다음 책은 ESG에 대한 책을 집필하시는 걸까요? 향후 계획과 활동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사실 쓰고 싶은 이야깃거리들은 다양하게 있습니다. 생각을 깊이 있게 발전시키고 책으로 쓰는 과정이 보통 몇 년 동안 일상 속에서 응축되어야 하는데 말처럼 쉬운 과정은 아닌 것 같아요. 아직은 다음 책 주제로 정한 것은 없어요. 마케팅의 관점에서 바라본 디자인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다뤄보고 싶습니다.
*최연미 22년 경력의 현직 브랜드 & 마케팅 전문가. 고려대학교에서 스페인어문학을 전공하고, 미국 버지니아 주립대(University of Virginia) 경영학 석사, 다든 MBA(Darden MBA)를 졸업하였다. 쉐이크쉑, 에그슬럿, 블루보틀커피코리아의 국내 론칭과, 두산그룹의 전략실 트라이씨(Tri-C)에서 인하우스 컨설팅을 담당했다. 두산매거진 〈G.Q〉와 〈얼루어〉 브랜드 매니저로 다수의 패션, 뷰티, 럭셔리 브랜드와 협업하였고 LG전자 모바일사업부 글로벌 마케팅 팀에서도 근무하였다. 현재 (주)BKR에서 신규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며 팀홀튼(Tim Hortons) 임원(CMO)으로 재직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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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