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주원규 "'정상성'이라 불리우는 울타리 바깥 이야기"
벗은 몸은 어떤 이에게는 지독한 수치이며, 어떤 이에게는 인간 존재의 연민과 연대를 매개하는 현실이다. 주원규 작가의 『벗은 몸』은 문학의 사회적 리얼리즘을 명확히 보여 주는 작품이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3.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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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규 저자

『벗은 몸』은 끝내 찬란한 이야기다. '정상성'이라는 가혹한 울타리 바깥에 갇힌 한 인간, 승민은 내내 호소한다. 그는 고통을 받거나 상실을 느낄 때면 물을 찾아 어김없이 자신을 깊숙이 담근다. 존재의 근원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사이에서 아파하는 인간을 끌어안는다. 이 소설은 왜곡된 인간과 사회, 그리고 종교의 벗은 몸을 적나라하게 들추어 낸다. 벗은 몸은 어떤 이에게는 지독한 수치이며, 어떤 이에게는 인간 존재의 연민과 연대를 매개하는 현실이다. 주원규 작가의 『벗은 몸』은 문학의 사회적 리얼리즘을 명확히 보여 주는 작품이다.



작가님, 요즘 바쁜 일상을 보내고 계신 것 같은데요. 근황이 어떠신가요?

OTT 플랫폼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는 8부작 드라마 대본을 집필 중에 있습니다. 현재 촬영을 앞두고 있어요. 사전 제작이라 촬영 전에 대본 집필을 마무리해야 해서 조금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그리고 틈틈이 소외된 가출 청소년들과 학교 폭력 문제를 다룬 에세이 집필도 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언제나 사회의 그늘진 곳에 대한 문제 의식이 담긴 작품을 쓰시는데, 신작 『벗은 몸』은 어떤 문제 의식을 통과한 작품인가요?

『벗은 몸』은 우리 사회의 '정상성'에 관해 질문해 보고자 시도한 작품이에요. 겉으로는 선의와 협력, 이웃 사랑을 강조하던 종교 단체에서 자신들의 정상 기준에 맞지 않는 장애인을 대하는 여전히 강고하게 뿌리박힌 폭력과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이를 극복하려는 방법론에서 타협과 협의를 거세한 근본주의적 시각을 가진 이들에 관해서도 살펴보고 싶었죠. 벗은 몸』 은 여러 주제 의식이 농축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님이 표방하는 장르인 사회적 리얼리즘에 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리얼리즘'이 우리가 사는 현시대를 담아내는 데 기여하는 표현 방식이라면 '사회적 리얼리즘'이란 우리 시대가 당면한, 하지만 애써 외면하고픈 소외와 모순의 지점을 해부하듯 살피고 이를 문학적 광장에 하나의 담론으로 제시하는 표현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우스갯소리로 오늘의 소설적 상상력이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의 기이함을 따라가지 못한다고들 해요. 최근의 소설 장르가 사회를 은유하는 역할로서 SF 장르의 특징을 차용하는 편이기에 SF 장르에 관한 고민과 도입, 활성화도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지만, 우리의 소설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지 않고 외면하거나 무관심해선 곤란하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여전히 사회적 리얼리즘이 묻어 나오는 창작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벗은 몸』의 표지에 나오는 '물'은 이 소설의 중요한 메타포인데, 어떤 의미일까요?

종교적, 문화적 상징으로서의 물은 정화와 순결을 지시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은폐와 압살의 공포로서 기능하기도 합니다. 소설 속 자폐를 앓는 승민은 자신의 소통이 벽에 막혔을 때, 이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물속에 얼굴을 처박고 가만히 버티는 잠수를 하곤 하는데요. 이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관한 외침이나 의견, 소통의 열의에 관해 지독하리만치 무관심하고 그것들을 외면하려 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벗은 몸』은 특히 정상성 이데올로기가 가진 만연한 폭력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있을 법한 이러한 왜곡된 시선을 일상 가운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정상, 비정상에 관한 패러다임을 해체 내지는 완화하는 방법론을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가 홍역처럼 앓고 있는 정상성에 관한 욕망은 안타깝게도 경쟁에서의 승리, 승자독식을 당위로 여기는 성장주의의 폐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상성을 갖추기 위해 끝없는 갈라치기를 거듭하는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에 관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직과 학교, 종교와 정치가 쉬지 않고 이 문제를 공론화함으로써 일상에서의 인식 변환이 필요하죠. 제가 이런 소설을 쓰는 이유도 매우 미약하나마 정상성에 이르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욕망이 우리 심정 체계를 어떤 황폐의 지옥으로 끌어내리는지를 보여 주기 위한 작업입니다.

많은 독자분들이 『벗은 몸』을 한 자리에 앉아 단숨에 읽었다는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작가님의 글에는 남다른 몰입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글쓰기 방식이 있으신가요?

특별한 방식이 있는 건 아니고요. 제 마음과 머리에 담긴 사건과 그 모순을 함께 이야기하고 나눠 보고 싶은 욕망과 조급함이 고맙게도 작품 자체의 몰입감으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아울러 극적 장면을 떠올리며 글을 쓰는 편이기도 해서 '사유적 언어 조탁'보다는 '보여 주기 언어 조탁'에 무의식적으로 더 손길이 가는 편인 것도 저만의 글쓰기 방식으로 연결된 것 같습니다.

혹시 요즘 작가님이 관심을 두고 계신 소재나 주제가 있으신가요?

학교 폭력의 발발과 기원, 그리고 그 파국적 정서에 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폭력의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서요. 한국 사회에서 폭력이 발생하는 근원이 되는 공간이 어째서 학교가 되어야 하는지, 교육 공동체가 어째서 살벌한 폭력의 도가니가 되어야만 했는지를 여러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조만간 이 주제를 입체적으로 다룬 작품으로 다시 인사를 드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원규

소설가이자 목사. 서울에서 태어나 2009년부터 소설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 2017년 tvN 드라마 <아르곤>을 집필했고, 2019년 『반인간선언』을 원작으로 한 OCN 오리지널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의 기획에 참여했다. JTBC, 연합뉴스, MBN 등에 패널로 출연해 세상과 이야기 사이의 교감에 힘써왔다.




벗은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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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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