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저마다 다릅니다. 동일한 언어를 쓰고 있는 대한민국 안에서도 그렇죠. 하물며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역사 경로를 밟은 나라 사람들과는 얼마나 다를까요? 현재 세계는 '호모제노센(homogenocene)'이라고 하여, 전 세계 사람들이 비슷하게 살고 있다고 하지만 당장 옆 나라 일본과 중국, 러시아만 봐도 우리와 다르게 살고 있는 듯합니다.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면에서 그렇죠.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삶은 예나 지금이나 팍팍하고, 그곳이나 저곳이나 힘들 테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의 고통은 무엇일까요? 즐거운 일은 없을까요? 최근 출간된 일본, 중국, 러시아, 포르투갈에 관한 책을 소개합니다.
이창민 저 | 더숲
일본이 대한민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뒤 양국 간 적대 감정이 높아졌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반일, 일본에서는 혐한 정서가 들끓었습니다. 불매 운동까지 벌어졌습니다. 『신냉전 한일전』, 『일본이 선진국이라는 착각』 등 일본에 관한 책도 다수 출간됐습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습니다. 우리는 일본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일본 경제 전문가 이창민 교수가 쓴 이 책은 감정을 가라앉히고 냉철하게 일본을 바라보자고 제안합니다. 한때 미국마저 압도할 것 같았던 일본 경제가 왜 갑자기 주저앉았는지, 그럼에도 여전히 경제 규모 3위를 지키는 저력은 무엇인지, 일본 부동산 버블 붕괴와 한국의 지금은 어떻게 다른지 등등 지금 대한민국이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제공합니다.
개인적으로 한일 역전 자체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과잉 해석하는 분위기는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일 역전이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한국의 순위가 상승한 것보다 일본의 순위가 하락한 영향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 25년 동안 한국의 1인당 명목 GDP는 49위에서 39위로 10계단 상승했지만, 일본은 6위에서 33위로 무려 27계단이나 하락했다. 스위스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서 발표하는 국가 경쟁력 종합 순위 또한 25년 동안 한국이 26위에서 23위로 3계단 상승하는 사이에 일본은 4위에서 34위로 급전직하하면서 한국에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결국 그동안 한국이 잘한 것도 맞지만 일본이 너무 못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_(316쪽)
벨랴코프 일리야 저 | 틈새책방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먼 나라 러시아에 관한 책입니다. ‘러시아’라고 하면 추운 나라, 북한과 가까운 나라, 푸틴이라는 특정 정치인이 계속 권력을 잡을 수 있는 나라로 생각합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를 향한 비판적인 여론이 높아졌고요. JTBC <비정상회담>에서 러시아 대표로 활약했던 벨랴코프 일리야가 쓴 이 책은 현대 러시아가 왜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러시아의 일부 지역은 그리 춥지 않고(심지어 한국보다 더), 북한에 관심이 없으며, 자본주의로 체제 이행 실패가 현재 정치 체제로 이어졌다는 분석 등 현재 러시아에 관한 흥미로운 정보가 가득합니다.
한국에서는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친밀하다고 생각한다.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의 뒷배가 중국과 러시아라고 보는 것 같다.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의 뒤를 봐주면서 정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말을 들으면 “첫째, 러시아는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고, 둘째, 중국이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고, 셋째, 러시아와 북한은 사이가 별로 안 좋다”고 대답한다. 대부분은 이 답변을 듣고 놀란다. 고정 관념을 깨려면 한참을 더 설명해야 한다.
러시아와 북한은 사실 사이가 나쁘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관계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서로에게 무관심하다고 하는 게 맞다. 러시아 입장에서 북한은 중요한 경제 파트너도 아니고, 이데올로기 측면에서도 먼 나라다. 서로 친해질 필요도, 싸울 필요도 없다. _(173~174쪽)
김진방, 손덕미, 김상윤 저 | 따비
앞서 소개한 두 책이 정치나 경제 등 다소 진지한 주제가 담겼다면, 『중국의 맛』은 경쾌한 소재인 ‘음식’을 다룹니다. 중국 음식 전문가 세 저자가 힘을 합쳐 쓴 이 책은 오묘한 중국 음식 문화에 관해 소개합니다. 중국의 식문화를 한국과 비교하며 흥미를 더했습니다. 부대찌개는 즐기면서 김치찌개는 외면하는, 마라의 매운맛을 좋아하면서 매운 국물 떡볶이는 싫어하는 중국인의 미묘한 미각을 분석했습니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으로는 불고기, 삼겹살, 비빔밥, 부대찌개, 감자탕, 찜닭, 삼계탕, 육개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음식의 이름만 놓고 보면 도대체 공통점을 찾아볼 수가 없다. 반대로 선호하지 않는 음식으로는 한국식 죽, 김치찌개, 된장찌개, 게장, 육회, 나물무침, 김밥 등을 꼽을 수 있다. 선호하지 않은 음식을 추가하고 보면 혼란은 더욱 가중된다. _(360쪽)
조용준 저 | 도도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로 가까워지긴 했으나 여전히 우리에게 포르투갈은 지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정말 먼 나라입니다. 이곳에 매료된 사람이 있습니다. 조용준 작가가 바로 그렇습니다. 작은 나라에서 출발해 한때 스페인과 세계 패권을 다퉜고, 지금은 다시 소국으로 물러난 포르투갈. 저자가 보기에 포르투갈은 '블루의 나라'입니다. '블루'는 빛과 그림자를 모두 품은 색으로, 포르투갈의 영광스러운 과거와 다소 초라해진 현재를 안고 있는데요. 책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블루를 좇으며 포르투갈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봅니다.
파두에는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끌려온 노예들의 설움, 식민지 지배를 당한 브라질 원주민들의 노여움, 머나먼 항해에 지치고 병든 뱃사람들의 비탄, 북아프리카 고향을 등지고 떠나온 무어인들의 향수가 모두 녹아 있다. 그래서 아말리아 로드리게스는 이렇게 말했다.
“파두란 우리들이 결코 마주하고 싸울 수 없는 숙명. 아무리 발버둥치며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것. ‘왜?’냐고 물어보아도 결코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것. 그렇게 답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묻지 않을 수 없는 것….”
파두는 소통, 요즘 용어로 하자면 ‘인터랙티브’의 노래다. 어느 노래인들 소통의 기능이 없겠냐만 파두는 특히 더 그렇다. 파디스타는 통상 대규모 공연장에서 노래하지 않는다. 근대 클래식처럼 소규모 인원이 감상하는 ‘살롱 음악’의 형태다. 많은 청중을 상대하지 않고 소수의 관중과 일체감을 느끼기 좋은 ‘교감의 무대’에서 노래한다. _(454~4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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