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예스24 소설/시 PD 박형욱 추천] 첫 문장, 다음에 오는 것들

『마고』,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 『여자들의 왕』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책의 첫인상은 표지라고 하겠습니다만, 첫 문장 역시 전체 이야기에 대한 느낌을 좌우합니다. (2022.07.01)

언스플래쉬

첫인상은 중요하지요. 첫인상으로 갖게 된 예감들이 보기 좋게 빗나가는 일도 왕왕 있지만 그럴 때조차도 처음의 그 순간은 잘 잊히지 않으니까요. 책의 첫인상은 표지라고 하겠습니다만, 첫 문장 역시 전체 이야기에 대한 느낌을 좌우합니다. 책 한 권을 다 읽은 후에, 혹은 책을 읽는 동안 첫 문장의 탁월함에 감탄한 적 있지 않나요? 오늘은 올여름 출간된 책 몇 권의 첫 문장과 그 이후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마고』

한정현 저 | 현대문학



“그 여인을 그냥 두세요. 여자를 제발 내버려두세요.”

이 문장이 한정현 작가의 소설 『마고』의 시작입니다. 작품은 일제 이후 미군정이 시작된 한반도를 배경으로 해요. 유명 인사인 한 대학교수가 살해당하고, 세 명의 조선 여성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릅니다. 경찰은 범인이 미군이라는 것을 알지만, 세 사람 중 가장 그럴듯한 범인을 만들어내려고 하고, 가명으로 활동하는 여성 탐정은 비밀리에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지요. 혼돈의 시기에 활약하는 여성 인물들의 이야기가 매력적인 것과 동시에, 지금도 여전한 사회적 문제와 한계들이 씁쓸한 기분을 남기기도 합니다. 소설의 내용을 알고 나면 곱씹을수록 긴장감이 느껴지는 첫 문장 아닌가요? 작가의 전작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를 읽은 분이라면 반가울 만한 요소들도 중간중간 있으니 함께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

정재율 저 | 민음사



자는데 사람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시집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에 수록된 첫 번째 시 「물탱크」의 처음은 이렇습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무척 무겁고 아프고 불안한데요. 문장 자체의 느낌은 단정하고 차분하고 고요합니다. 이 시집의 수록 시들을 보는 마음도 그렇습니다. 과거 언젠가 얻었을 몸의 상처도 누군가의 죽음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이제 와 그것은 당시와는 또 다른 의미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사는 동안 우리는 ‘빨간색으로 이름을 적지 않아도 누군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미약한 세계」 중에서), ‘저번 주에 들었던 멍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것을 목격하기도 하지요(「달리고 달려도 바뀌는 건 없고 여전히 날씨는 제멋대로입니다」 중에서). 그렇게 나의 슬픔과 손잡고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 할 수 있겠다는, 다짐 아닌 다짐을 해보게 됩니다.



『여자들의 왕』

정보라 저 | 아작



여기 어떤 높은 탑 속에 한 공주가 있다.

『여자들의 왕』은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의 새 소설집입니다. 이 책의 첫번째 수록작인 「높은 탑에 공주와」는 위의 문장으로 시작하고요. 정보라 작가가, ‘탑 속의 공주’의 존재를 밝히며 시작하는 소설이라니, 예사 공주는 아닐 거라는 감이 옵니다. 이 책에서 우리가 무심결에 공유해온 모든 이야기는 뒤집어지고, 상상은 예측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릅니다. 

작가는 ‘용도 사실은 다 자기 나름대로 생각이 있고 사연이 있고, 공주도 사람이니까 평생 마냥 저렇게 연약하지만은 않을 것 같아서 천편일률적인 구도를 좀 뒤집어보고 싶었다.’고 말해요. 강한 이야기 속 더 강한 여성들을 지금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마고
마고
한정현 저
현대문학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
한정현 저
문학과지성사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
정재율 저
민음사
여자들의 왕
여자들의 왕
정보라 저
아작
저주토끼
저주토끼
정보라 저
아작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박형욱(도서 PD)

책을 읽고 고르고 사고 팝니다. 아직은 ‘역시’ 보다는 ‘정말?’을 많이 듣고 싶은데 이번 생에는 글렀습니다. 그것대로의 좋은 점을 찾으며 삽니다.

오늘의 책

게이고답지만 게이고답지 않은 소설

2001년에 발표된 게 믿기지 않는 게이고의 장편 소설. 어느 날 나타난 친구의 ‘여성이지만 남성의 마음을 가졌다’는 고백. 거기다 살인까지. 충격적인 이야기의 뒤엔 젠더, 사회의 정상성, 결혼 등에 대한 질문이 숨겨졌다. 그답게 세심한 미스터리 흐름을 좇게 만드는 소설.

다정한 사람이 더 많습니다

박지현 저자는 15년간 다큐멘터리 디렉터로 일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왔다. 유재석과 같은 인기 연예인에서부터 일반인, 시한부 인생, 범죄자까지. 다채로운 삶을 접하며 확인한 것은 세상은 아직 살 만하고 우리사회에는 다정한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입지 키워드로 보는 부동산 이야기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입지를 중심으로 한반도의 부동산 역사를 담았다. 교육 환경부터 도시계획까지 5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역사 속 사건을 통해 부동산 입지 변천사를 보여주며 현대에는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광고인 박웅현이 사랑한 문장들

『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의 저자 광고인 박웅현이 아껴 기록한 문장들을 소개한다. 그가 ‘몸으로 읽’어낸 문장들은 살아가는 동안 일상 곳곳에서 생각을 깨우는 질문이 되고, 그 답을 찾는 과정의 든든한 안내자가 된다. 이제 살아있는 독서를 경험할 시간이다!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