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착한 가격’을 만드는 피와 땀
저자는 흔히들 말하는 착한 가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한 장에 겨우 만원 밖에 하지 않는 서양의 의류를 만들기 위해 열악한 조건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 국가 노동자들의 피와 땀 그리고 저렴한 임금이 있었다. 싼 물건의 가격에는 언제나 그 가격이 가능하도록 만든 보이지 않는 외부 비용이 결여되어 있다.”
글ㆍ사진 임나리
202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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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의 선택

『여성전용헬스장 진달래짐』

유기 글·그림 | 문학동네



오늘 가지고 온 책은 만화책입니다. 지금은 2권까지 나왔고요. 앞으로도 계속 시리즈로 나올 예정인 만화입니다. 지금 네이버에서 연재되고 있는 작품이에요. 저는 이 책을 성인 학습 만화 계열로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주 교육적이고 운동을 함에 있어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 굉장한 지침을 줍니다. 

주인공 이름은 계나리입니다. 계나리 씨는 동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직장하고 집이 너무 멀어서 자취를 결심하게 됐어요. 그래서 진달래 타워라는 건물의 옥탑방이 전세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이 정도 가격이면 나쁘지 않다 해서 계약하게 되는데요. 진달래 타워의 맨 위층에 계나리 씨가 살고 그 밑에는 진달래짐이라는 이름의 헬스장이 있었습니다. 부푼 꿈을 안고 첫 번째 자취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 첫날 집에서 자는 순간 약간 화가 난 듯한 얼굴로 저녁을 맞이하게 됩니다. 아주 멀리서 굉장한 베이스 음이 집을 전체적으로 울립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집 아래층이 헬스장이면 그곳에서 늘 틀고 있는 그 베이스 강한 음악, 사람들의 심장 박동을 뛰게 하는 그 소리가 들려오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계나리 씨가 층간 소음의 원인을 찾아 나서는데, 바닥을 짚었더니 텅 소리가 나는 거예요. 보니까 틈이 있고 틈이 열려요. 열었더니 지하로 가는 계단이 나타납니다. (내려갔더니) 바로 헬스장이 나옵니다. 

계나리 씨는 생각을 하죠. ‘이건 전세 사기다, 집주인이 나한테 이걸 얘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집주인을 찾았더니 알고 보니까 진달래짐의 관장님입니다. 관장님한테 따지면서 (이 집에서) 나가겠다고 하니까 관장이 ‘사실 전세금으로 헬스장을 리모델링하는 바람에 돈이 없어서요. 죄송한데 3개월만 시간을 주시면 어떻게든 전세금을 마련해 보겠습니다’라고 하는 거예요. 계나리 씨가 펄펄 뛰면서 지금 바로 나가겠다고 하니까 관장님이 ‘그러면 제가 3개월 동안 제가 무료 PT를 봐드릴게요’ 하고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운동할 힘이 없는 게 아니라 운동을 안 해서 힘이 없는 겁니다’라고 하는데 계나리 씨가 약간 감화가 됩니다. 그러면서 ‘그러면... 할게요’가 되고,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진달래짐의 관장 이름은 진달래입니다. 그래서 진달래 씨와 계나리 씨가 PT를 해나가는 과정이 만화에 담기게 되는데요. 진달래 관장님이 여러 가지 팩트를 날립니다. ‘운동은 다이어트 때만 하는 게 아니다, 운동은 삶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체력을 길러주고 삐뚤어진 자세를 교정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 책을 보는 성인 독자들의 마음을 후벼파는 대사를 하죠. ‘중량을 잘 들게 되면 인생의 무게 따위 아무것도 아니게 됩니다.’

계나리 씨가 진달래짐에서 PT를 시작하면서 의아한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제목에서 보시다시피 진달래짐은 여성전용헬스장이었습니다. 다른 헬스장과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모든 기계가 다 똑같고 다른 사람들이 운동하는 것도 다 똑같지만 운동하는 사람 모두가 여자라는 점만 달랐죠. 1권에서는 정말 기초 중의 기초를 다루는데요.  가장 적절한 운동복은 무엇인가, 부터 시작을 합니다. 헬스를 오래 하신 분의 입장에서 이 만화 첫 번째 권을 보시면 ‘너무 기초인데? 내가 지금 운동복부터 골라야 돼?’라는 생각이 드실 테지만,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분이 보시면 한 스텝 한 스텝 나갈 수가 있습니다.

만화에서 계속해서 나오는 문구가 있어요. ‘주의! 이 만화는 운동 과정을 소개만 합니다. 정확한 운동은 꼭 트레이너에게 배우세요.’ (이 작품을) 웹툰으로 보셨던 분들은 소장을 하시면 이상하게 팔굽혀펴기라도 하나 더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고요. 웹툰으로 보신 적이 없다면 종이책으로 시작을 하셔서 차근차근 계나리 씨와 같이 운동을 시작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냥의 선택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전고운, 이석원, 이다혜, 이랑, 박정민 저 외 4명 | 유선사



아홉 명의 저자가 함께 쓴 에세이집입니다. 제목을 보시면 에세이를 쓰신 분들의 직업, 일이 무엇일지 가늠이 되시죠? 쓰는 것을 일로써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한때 그 일을 생각했지만 쓰지 않기로 마음먹은 사람까지도 다 공감하면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이석원, 이다혜, 이랑, 백세희, 한은형 작가님과 전고운, 김종관, 임대형 감독님, 박정민 배우가 함께 글을 썼습니다. 창작이라는 것, 그 과정과 고뇌는 가볍지 않은 주제이지만 꼭 심각하고 지루하게만 이야기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 점에서 이 책이 참 좋았어요. 진지하지만 무겁지는 않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박정민 배우가 쓴 에세이의 주제는 ‘내가 글을 쓰기 싫은 32가지 이유’예요. 우리가 글을 쓰기 싫은 이유는 정말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쓴다는 게 너무 대단해요. (웃음) 조금 더 진지하게 들어가면, 많은 작가님들이 ‘내가 이 글을 쓰는 게 무슨 의미와 가치가 있지?’라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글을 사랑하기 때문에 너무 거대해 보이고, 그 앞에서 내가 쓰는 글은 너무 자꾸 초라해 보여서 시작을 할 수 없고, 그런 마음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셨어요. 이 마음을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를 해주신 분이 바로 전고운 감독님입니다. “사람은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자신을 작아지게 만드는 존재는 결국 피하게 된다.”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들잖아요. ‘쓸 수 없는 이유가 이렇게나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쓸 수 있는 걸까?’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굳이 정답을 하나 꼽자면 ‘정답이 없다’는 게 정답인 것 같아요. 어떤 엄청난 순간이 찾아오거나 계기가 생기는 경우는 없는 것 같고,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쓰기 싫어, 쓰고 싶어, 쓰고 싶은데 쓰기 싫어’의 상태를 계속 견디면서 하나하나 쌓아가다 보면 뭔가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한은형 작가님의 글은 한때 소설 쓰기를 꿈꿨던 분들, 지금 그 꿈을 꾸고 계신 분들이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한은형 작가님은 소설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셨대요.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인생에 대한 태도라든지 자세라든지 시선이 있어야지,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는 쓸 수 없다고 생각하신 거예요. 소설을 사랑했기 때문에 너무 거대해 보였던 거죠. 너무 위대한 것으로 보이고. 그래서 자신이 인생에 대한 태도나 자세나 시선을 갖출 때까지 기다렸대요.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런 시간은 오지 않았고, 소설을 쓰지 않고는 소설가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쓰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그때 자신은 스스로가 바라던 만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고, 그래서 쓰면서도 ‘아, 이거 아닌데’ 싶었지만 그러면서도 썼다는 거예요. 

이 책에는 ‘해야 하는 일, 선택한 일, 하고 싶은 일’과 관련해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요. 그 일이 꼭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그리고 쓰는 일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과 고민, 그들이 어떻게 (작품을) 만들어내는지도 볼 수 있고요. 제목처럼 쓰고 싶은 데 쓰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한자(황정은)의 선택

『지구를 살리는 옷장』

박진영, 신하나 저 | 창비



이 책을 지은 두 사람은 패션 업계에서 일하는 비건으로서 먹는 것뿐만이 아니고 ‘동물을 입는 것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다가 울, 실크, 가죽 등의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재료를 사용해서 의복을 만드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빨리 쓰레기가 될 제품은 만들지 않겠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이 이 브랜드의 원칙과 철학이라고 하는데요. 책의 내용은 ZARA, H&M 같은 패스트패션이 전 세계적인 붐으로 확산되던 시기인 2000년대 이야기로 시작이 됩니다. 패스트패션이란 ‘쉽게 구입해 쉽게 누릴 수 있는 즉각적이고 순간적인 패션’이라는 개념이라고 하는데요. 저희가 흔히 SPA 브랜드라고도 이야기를 하죠. 쉽게 누리고 즉각 입어서 즐기려면 싸고 빠르게 만들어야겠죠. 이 책에 따르면 패스트패션의 등장과 확산으로 잠깐 입고 버리기 위해서 의복을 구입하는 소비 문화와 옷을 자주 사고 쉽게 버리는 소비 문화가 아주 빠르게 확산이 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일단 어떤 물건이 너무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면 거기에 피 땀 눈물이 묻어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사람을 포함한 생물이든 환경이든, 누군가가 또는 어딘가에서 그 싼 가격에 대가를 치렀다는 이야기니까, 마냥 싼 물건이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옷이 저렴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을 해보면 원가가 싸다는 얘기잖아요. 원가가 어떻게 절감이 될까요. 저렴한 소재를 사용을 하겠죠. 그리고 인건비가 낮습니다. 이 점을 이 책이 지적을 하고 있는데요. 저렴한 소재는 환경오염과 질 나쁜 노동 환경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고, 낮은 인건비 역시 노동 환경 그리고 인권 문제를 안고 있겠죠. 

패스트패션에 필연적으로 내재한 이 문제점들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사건이 있었는데 2013년에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난 라나 플라자 사건이었다고 합니다. 현재 중국 다음으로 의류를 많이 수출하는 나라가 방글라데시라고 해요. 이유는 값싼 노동력입니다. SPA 브랜드의 옷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보잖아요. 그러니까 매우 매력적인 조건인 거죠. 2013년 4월 24일에 방글라데시 수도인 다카에서 라나 플라자라는 건물이 붕괴되면서 1,134명이 사망하고 2천 명이 넘게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라나 플라자는 의류 공장 말고도 그 안에 여러 상점들이 입주해 있었는데요. 건물이 무너지기 전날에 이미 붕괴의 조짐이 있어서 폭발음과 함께 큰 균열이 생겼다고 해요. 그래서 다른 상점들은 다 폐쇄를 했는데 라나 플라자에 입점한 의류 공장의 공장주가 이튿날 노동자들을 출근을 시켰다고 합니다. 발주를 받고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양을 납품을 해야 되니까 일을 계속 시킨 거죠. 그리고 이날 오전 9시에 건물이 무너집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사건이 사고가 아니고 책임의 주체가 분명한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해서 말합니다. 이 사건으로 의류 산업계에서는 노동 환경과 인권 문제가 대두되었다고 하는데요. 이 사건을 설명한 챕터에서 저자는 흔히들 말하는 착한 가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한 장에 겨우 만원 밖에 하지 않는 서양의 의류를 만들기 위해 열악한 조건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 국가 노동자들의 피와 땀 그리고 저렴한 임금이 있었다. 싼 물건의 가격에는 언제나 그 가격이 가능하도록 만든 보이지 않는 외부 비용이 결여되어 있다.” 

챕터 2에서는 동물들은 어떤 과정으로 의복의 소재가 되는지를 살피면서 본격적으로 동물을 입는다는 것을 고민합니다. 그리고 챕터 3에서 ‘그러면 생산자와 소비자로서 어떤 실천을 할 수 있을까’라는 것을 살피는데요. 이 책의 지은이가 한 명은 디자이너고 한 명은 마케터인데 ‘세상에 이미 많은 물건이 있는데 이렇게 제품을 세상에 내놓는 게 과연 맞는 일인가’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고 해요. 그리고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산에 종사하며 살아가는 세상에서 생산 자체의 회의를 느끼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끝이 없다. 생산자나 소비자나 조금이라도 덜 해를 끼치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아주 작은 실천이라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하는 것이 늘 낫다.” 

그런데 이런 일을 하면 언제나 완벽하지 않다는 자신을 향한 비판과 바깥에서 오는 비판을 받고 하잖아요.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에 실린 글에서 지은이들은 완벽에 대한 집착이 실천을 방해하고 무력감에 잠기게 만드는 일을 경계하면서 ‘완벽한 실천을 하는 소수보다는 작은 실천을 하는 다수가 세상을 바꾸는데 더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그리고 자기의 삶 속에서 누구나 지금 활동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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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