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의 음식은 약 아니면 독이라는 양날의 칼로 작용한다. 음식을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가 하면 음식 덕분에 면역력을 강화하여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도 있다. 그리고 칼자루는 바로 우리가 쥐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음식을 고를 때 ‘무엇을 먹으면 입이 만족스러운가’와 ‘무엇을 먹고 싶은가’에 치중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무엇을 더 먹기에 앞서, 무엇을 멀리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음식에도 마스크를 씌워야 하나요』는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먹고 마셔야 할지에 대해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때 범위를 단순히 개인의 안위 문제에만 한정하지 않고 모든 이들의 몸과 마음, 더 나아가 미래 지구의 환경까지 넓혀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만이 가진 특이점이자 놀라운 점이다.
기존에는 독특한 요리를 소개하시거나 유명 셰프들과의 인터뷰를 주로 하셨는데, 『음식에도 마스크를 씌워야 하나요』는 작가님께서 지금까지 보여주시던 이야기와는 방향성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집필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맛있고 새로운 음식을 찾아다닐수록 좋은 음식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져갔어요. 음식에서 발현되는 가치는 자연에 대한 겸손함, 사람에 대한 사랑입니다. 사랑이 지극하면 그 사람 대신 아파주고 싶을 때가 있지요. 가족이 아팠어요. 큰 수술을 끝내고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뭔가 하지 않으면 이 사람을 잃을 수도 있겠다’라는 다급함이 엄습했어요. 그때부터 미친 듯이 전국을 뒤지며 건강한 식재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음식을 바꾸면서 약봉지를 하나하나 쓰레기통에 던지게 되었죠. 당뇨약, 고지혈증약, 빈혈제, 항생제. 그러자 기본적인 면역력이 회복되면서 몸에 자가치유의 불이 반짝하고 켜지기 시작했어요. 수술 부위의 염증이 사라지며 뽀얀 속살이 복숭아 속살처럼 올라오고, 얼굴에 혈색이 살아나면서 생기가 돌았어요. 이를 계기로 음식이 지닌 강력한 치유력을 깨달았죠. 병원을 나가던 날, 반대편 문으로 밀려 들어오는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병이 많은 시대가 오겠구나’라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코로나19 상황을 맞게 되었어요. 이 책을 통해 아픈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쉽고 편하게 좋은 음식을 찾도록 해주고 싶었어요.
본문에 상당히 많은 유기농 농수산물 판매처가 소개되었습니다. 다른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구성이라 눈에 띄었는데요. 소개해주신 곳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이런 업체들을 더 많이 찾아보고 싶은 독자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건강하면서도 실속 있는 판매처들을 찾아내고 선별하는 작가님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시작점은 마음가짐이에요. 소비자가 아니라 참여자가 되는 것이죠. 백화점에서 명품 쇼핑하듯 음식을 쇼핑하면 안 됩니다. 크고, 윤기 나고, 단 음식들의 이면에는 농약이나 인공 화학 약품의 위력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나만의 텃밭을 가꾼다고 생각하고 건강한 생산자의 농업을 지켜봐 주어야 해요. 그러면 팔기 위해 조작된 농산물과 사람을 위해 귀하게 키워진 농산물을 구별해 낼 수 있게 됩니다.
SNS의 해시태그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친환경, 유기농 등과 연결해서 자신이 필요한 식재료를 검색하면 쉽게 좋은 생산자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들이 SNS에 올리는 이야기들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진심 어린 농부님들은 공통점이 있어요. 제품 판매 공지보다는 ‘땅을 가꾸니 기뻤다, 태풍에도 농산물이 견디기를 바란다, 열매가 때에 맞게 제 향과 맛을 지니기를 바란다’ 같은 내용을 꾸준히 올리시죠. 그들의 타임라인에 따라 바뀌어 가는 계절의 노래를 들으면서 열매 맺기를 기다렸다가 수확 시기에 주문 DM이나 댓글을 남겨요. 그러면 주문 은 날 바로 생산물을 수확하여 집까지 택배로 보내주십니다. 저렴한 가격에 넉넉하게 담아 보내주시죠.
가장 쉽게는 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활용하시면 됩니다. 5,000명이 넘는 SNS 인맥 중 3분의 1은 건강한 음식을 생산하는 분들, 3분의 1은 건강한 요리를 하는 셰프, 나머지 3분의 1은 건강한 음식에 관심을 지닌 소비자들입니다. 앞으로도 SNS에 계속 좋은 판매처들을 공유할 예정이니 책에 나온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 참고해주세요.
팬데믹 시대의 식사 문화에 변화가 생긴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달라지나요?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에 개인 차원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음식 산업이 달라지고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달라져요. 식당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사람들은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점차 옮겨가죠. 기존에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유명한 식당과 레스토랑들이 생겨났어요. 유명한 식당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몰려갔고요.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 자체가 생명을 위협하고 불편함을 초래합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연을 찾아 시골이나 숲을 찾아가고 사람들을 대면하기 보다는 홀로 혹은 가족끼리 오븟하게 식사하는 것을 즐깁니다. 이미 대도시의 유명한 식당, 노포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몰리는 곳, 산이나 숲을 끼고 자연식을 차려 놓는 식당에는 오히려 사람들이 멀리서 찾아들기 시작했죠.
사람들이 도시에서 식사할 때는 한기는 알약을 먹고 한 끼 정도는 건강한 식생활을 추구할 거예요. 자연환경이 점차 오염되기에 일반적인 농수산물도 잡음이 많고 영양적 밀도도 낮아지는 추세예요. 이런 음식만으로는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없어요. 이에 필수영양분을 압축하여 조제한 초간편 영양식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끼는 자연에 충실한 건강식을 먹게 되요. 조금 더 돈을 주고서라도 유기농, 친환경 식재료를 구입하여 간단한 조리법을 활용하여 식탁에 올리게 되죠.
오랜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장기적인 자가격리, 경제 불안 등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으로 이어지는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분들이 많아졌는데요. 코로나 블루를 이겨낼 수 있는 음식이나 기분이 좋아지는 음식은 뭐가 있을까요?
음식의 맛은 감각적이에요. 과거에 맛있게 먹었던 음식은 맛과 향을 느끼는 동시에 행복한 기억이 떠올라 더욱 맛있게 느껴지지요. 우울할 때는 어렸을 적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드세요. 떡볶이도 좋고 마가린에 구워 먹었던 호떡도 좋아요. 케첩을 듬뿍 발라 먹는 핫도그도 좋고요. 먹었을 때의 행복감은 그 자체로 몸에 치유 효과를 가져다 줍니다.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맛있는 음식이 행복감에 도움을 주는 것은 의학적으로 밝혀진 바 있어요.
영양학적으로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음식이 좋습니다. 다크 초콜릿, 아몬드, 커피 등이 도움이 됩니다. 맥주나 탄산음료가 마시고 싶을 때는 콤부차를 드셔 보세요. 발효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기포가 막힌 가슴을 탁 풀어주고 녹차나 홍차를 발효한 음료여서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답니다. 건강하게 중독되는 맛이죠.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졌습니다. 아이들과 학생 들도 오랜 기간 집에 머무르며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됐지요. 그래서 매 끼니를 어떻게 챙겨 먹어야 할지 다들 걱정이 많아졌습니다. 가족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음식도 추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부모님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어요.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 필요한 영양성분을 꾸준히 체크하셔야 합니다. 바깥에 나가기 힘든 이런 때는 비타민D 결핍이 발생하기 쉬워져 성장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고 튼튼한 면역력을 갖추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눈이 상당히 나빠지고 있어요. 성장하기도 전에 노화되는 거지요. 아이들 건강에 산양유가 참 좋습니다. 산양유 요거트는 금상첨화지요. 그리고 견과류를 갈아서 우유를 만들어 주세요. 건강 보조 식품으로 칼슘과 비타민D를 섭취하고, 아이들의 장내 미생물 건강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스를 꼭 챙겨주세요.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음식을 먹는 습관을 들이는 일입니다. 보통 부모님이 건강하면 아이들도 건강한데, 이는 유전적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부모님의 식습관을 고스란히 아이들이 닮아가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언론이나 미디어를 통해 면역력에 좋은 음식이나 식재료 등 많은 광고를 접하는데요.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은 광고에 현혹되지 않고 음식을 고르고 판단하기가 힘듭니다. 어떻게 음식이나 식재료를 고르면 좋을지 노하우가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음식을 선택할 때만큼은 대중매체에 현혹되지 마세요. 100명에게 좋은 음식이어도 한 사람에게 독이 된다면 그 음식은 나에게 독인 겁니다. 음식을 선택할 때, 또 얼마나 섭취할지를 따질 때는 철저하게 자신의 몸을 기반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공장에서 대용량으로 제조되고 파우치에 담긴 음식은 최소한으로만 선택하세요.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신선하게 생산되는 곳에서 구입하세요. 중간 유통 단계가 적고 산지에서 바로 받을수록 음식에 건강한 에너지가 가득합니다.
책에서는 팬데믹과 뉴 노멀 시대를 맞이해 변화하고 있는 음식 문화를 소개해주셨는데, 앞으로 이러한 변화와 변화에 발맞춰 공급자와 소비자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를 어떤 방식으로 알려주실지, 계획이 궁금합니다.
이번 책의 가장 큰 목적은 성실한 소명을 지닌 생산자들을 더욱 많은 분께 소개해 드리는 것입니다. 이분들의 역할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집니다. 미디어도 이런 분들의 중요성을 더욱 느끼고 주목하기 시작할 겁니다. 이분들이 스타가 되는 시대가 올 거예요. 한정된 생산량에 비해 원하는 사람이 더욱 많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까지의 ‘생산자-소비자’ 관계를 ‘생산자-투자자’의 관점으로 전환하고 싶어요. 유기농, 동물복지, 이런 생산물을 구입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 결과물을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생산물을 일궈내는 분들의 삶의 방식을 지지하고 더 나아가 그분들이 더욱 생산을 잘 해내도록 투자하는 개념인 것이죠.
그리고 음식은 ‘백문이 불여일식(食)’이에요. 아무리 글과 말로 설명을 잘해도 한번 맛보여드리는 것만 못하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책에 소개한 음식과 식재료를 중심으로 유기농 시식 박스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제철에 나오는 음식을 가족 수에 맞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중에는 좋아하는 음식도, 싫어하는 음식도 있을 거예요. 최종적으로는 박스를 받아서 다양한 재료들을 접한 후, 더 필요한 재료가 있다면 소비자가 직접 구매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합니다. 이 시스템을 따르면 사람들은 어떤 먹거리가 올바르고 건강한 먹거리인지 서로 소개하며 연대하고, 생산자는 자신이 키운 산물이 누구에게 전달되는가를 알기에 함부로 키울 수 없습니다. 또 음식을 먹는 사람이 그 음식을 만드는 재료들을 누가 키운 것인지 알면 신뢰가 생기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게 됩니다. 저는 이런 마음까지 들어야 그것이 비로소 진정한 건강식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임선영 음식작가이자 미쉐린가이드 칼럼니스트이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칭화대 중어중문학 석사를 취득했다. 음식과 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중국에서 10여 년간 거주하며 중국 음식을 섭렵했다. 외국인에게 중국 미식을 통해 중국을 여행하는 여행 가이드북을 집필, 번역하였으며. 동시에 GLOBAL K-FOOD FAIR 중국 지역 총책임자로서 중국인들에게 한식을 알리는 행사에 기획자로 활동했다. ‘한국 영향력 있는 음식업계 전문가 100인’에 선정된 바 있다. 현재 음식 관련 SNS를 운영하며 일간지와 매거진, 온라인 미디어 등을 통해 활발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 러브 베이징』, 『64개의 통찰력』, 『중국경제 미래지도』, 『셰프의 맛집』,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트렌드 2018』 등이 있고, 번역서로 『Best of China』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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