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도 많고 먹어야 할 음식도 많은 연말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음식 덕후라면 음식의 역사에 대한 책을 읽지 않고 올해를 마감할 수 없죠! 오늘의 인류를 만든 음식들, 먹는 활동과 방식이 사회에 가져온 변화를 살펴보면서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왜 삶에서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볼까요?
자크 아탈리 저/권지현 역 | 따비
“먹는다는 것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무엇을 의미할까?” 거창한 질문입니다. 하지만 꼭 생각해 봐야 하는 질문이기도 하죠. 음식을 먹는 게 다른 어떤 인간 활동보다 더 역사의 중심에 있으니까요.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미래를 대비하려면 음식의 역사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심각한 주제이지만 책 내용은 쉽고 재미있어요. 일상에서 우리가 접하는 음식에 숨겨져 있는 자기 존중, 타인과의 관계, 남녀 관계, 환경, 동물과의 관계를 마치 여행자를 안내하는 가이드처럼 설명해 줍니다. 음식을 먹는 게 즐거움, 공유, 창작, 기쁨의 원천이 되게 하고 싶은 마음이라면 음식의 역사책 속으로 여행부터 떠나볼까요!
윌리엄 시트웰 저/문희경 역 | 소소의책
집에서 먹어도 되는데 굳이 레스토랑을 찾아가서 식사한 건 언제부터일까요? 넷플릭스 <흑백 요리사>처럼 이제는 엔터테인먼트의 주류가 된 외식 산업의 역사를 수천 년 전 폼페이에서부터 찬찬히 훑어 내려갑니다. 외식의 역사에 대한 책은 많지만 유명 셰프들의 계보, 그들 사이의 경쟁과 뒷이야기까지 이렇게 상세히 다룬 책은 드뭅니다. 덕분에 소설을 읽듯 손에 땀을 쥐고 볼 수 있어요. 현대사에 더 큰 비중을 두고 다룬 것도 이 책의 장점입니다. 위에 소개한 『교양인이 알아야 할 음식의 역사』는 프랑스 저자, 이 책은 영국 저자가 쓴 음식의 역사 책입니다. 둘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읽어 봐도 재미있습니다.
비 윌슨 저/김명남 역 | 까치(까치글방)
부엌 도구로 들여다보는 역사 이야기가 이렇게 흥미로울 일인가 싶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디테일이죠. 나무 숟가락 하나를 가지고도 이야기를 줄줄 풀어내는 푸드라이터 비 윌슨의 솜씨는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국내에 번역서로 소개된 비 윌슨의 책 중에서 단연 제일 재미있습니다. 르크루제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테플론 팬에 음식이 달라붙지 않는 원리는 뭔지, 냉동식품이 왜 처음부터 성공하진 못했는지 세세하게 음식의 역사를 파헤칩니다. 다 읽고 나면 밑줄 치고 표시하게 되는 부분이 정말 많은 책 중 하나예요. 음식잡학박사가 되고 싶은 분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제리 퀸지오 저/박설영 역 | 프시케의숲
달콤한 디저트를 소재로 풀어낸 역사책이라니! 음식 역사에 관한 책 중, 이렇게 흥미롭고 읽는 맛이 좋은 책은 아마 없을 겁니다. 빈속일 때 보면 너무 위험한 책이에요. 와플과 피자와 아이스크림이 사촌이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면, 두꺼운 파이 안에 살아있는 새를 숨겨 놓고 날아오르는 장면을 연출해 손님을 놀라게 하는 장면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면, 책 속의 이야기에 금세 빠져들고 말 겁니다. 축일에 날리는 색종이 조각이 원래는 사탕 과자였다는 걸 알고 보면 아마 연말 TV에서 중계되는 각종 시상식이 다르게 보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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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약사이자 푸드라이터. 주변 사람들이 푸드파이터인지 푸드라이터인지 헷갈려 할 정도로 먹는 일에 진심이다. 캐나다 이민 시절 100kg 직전까지 체중이 불었다가 20kg 이상 감량하면서 음식 환경이 체중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을 실감했다. 그동안 쓴 책으로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정재훈의 생각하는 식탁』, 『정재훈의 식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