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리 “좋은 음식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에드워드 리의 요리 세계를 만든, 추억과 맛이 담긴 첫 번째 요리 에세이 『스모크&피클스』 가 한국에서 출간됩니다.
글ㆍ사진 이참슬
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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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리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서 이민자로서의 정체성과 삶을 음식으로 풀어내 큰 감동을 전한 에드워드 리의 첫 번째 요리책 『스모크&피클스』가 국내 정식 번역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요리 레시피와 함께 에세이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 책은 에드워드 리의 성장 과정과 요리 세계가 확장되는 여정을 따라 한국의 전통 재료와 미국 남부 특유의 훈연 기술 등 다양한 지역의 재료와 요리 기법을 한 접시에 담아냅니다. 

“요리에 대한 아이디어와 철학이 모두 이 책에 뿌리를 두고 있다”라고 소개한 셰프 에드워드 리. 지난 6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자택의 지하 테스트 키친에서 진행한 출간 기념 비대면 간담회를 인터뷰로 재구성했습니다.



 

<흑백요리사>에서 “나에게 한국 이름은 ‘균’입니다. 그래서 이 요리는 이균이 만들었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한국에서 나온 첫 책 『스모크&피클스』는 표지에 ‘에드워드 리 지음’이라고 한글로 크게 적혀 있어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한국에서 책이 나온다는 사실을 상상하지 못했어요. 책 표지를 보고 눈물이 흘렀어요. 한글로 이름이 적혀 있다는 사실이 정말 감동스러웠습니다. 이 책은 11년 전, 젊은 셰프로의 여정을 막 시작했을 때 나온 책입니다. 당시에는 한식을 많이 요리하지는 않았지만, 레시피를 보면 한국 음식의 맛이 다 들어 있어요. 한국에서 『스모크&피클스』가 출간되면서 다시 젊은 셰프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어 신나면서, 당시의 기쁨을 다시 느낄 수 있었어요. 이 책을 통해 저라는 사람을 독자분들이 더 이해하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미국 남부 음식과 한국 음식을 연결하며 정체성을 찾은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사람들이 음식에 접근하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재료가 다를 뿐이지 먹는 방식은 비슷하죠. 미국 남부 음식을 보면 돼지고기, 콘 브레드, 피클 절임, 채소를 코스로 먹지 않고 한 번에 먹어요. 한식에서 밥에 나물 반찬, 갈비, 김치를 조합해서 먹는 것과 비슷하죠. 이런 발견이 재밌어요. 

 

“‘미국 음식’ 만들기를 거부한” 할머니의 이야기로 서문을 엽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할머니 요리가 있나요?

된장찌개, 깍두기, 장조림, 미역국, 죽처럼 단순하지만 마음이 편해지는 요리를 주로 먹었어요. 특히 깍두기는 최고의 맛이었죠. 돈이 없었기 때문에 갈비는 자주 먹지 못했어요. 할머니는 레시피를 따로 적어두고 사용하지 않고 손맛으로 요리하셨기 때문에, 저도 기억에서 끄집어내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쁘실텐데 책을 쓰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에서도 문학을 전공했고,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해요. 저만의 언어를 통해 저를 드러내고 싶었어요. 쓰는 것과 요리하는 것은 매우 다릅니다. 제게 최고의 예술은 요리이고 그다음이 글쓰기라고 생각해요. 저를 가장 감동시키는 두 가지죠. 이 책은 주로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늦은 밤에 썼어요. 쉽지는 않았지만, 열정을 다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할 수 있습니다. 

주방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시간제한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5시에 맞춰 카운트다운을 하는 것 같아요. 글쓰기는 전혀 다르죠. 매우 다른 뇌를 사용하는 것 같아요. 아주 마음에 드는 글을 30분 만에 쓰기도 하고 3주가 걸리기도 하죠. 시간을 걱정할 필요 없이 그 과정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즐기면서 했습니다. 

 

방송 출연 이후 달라진 것이 있나요?

제 일상은 같아요. 매일 일을 하러 가고, 아버지의 역할을 다하죠. 달라진 점이라면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한국에 방문할 때 사진을 요청하는 분들이 늘었어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사한 일이에요. 

 

한국에 방문할 계획이 있나요?

정해진 스케줄은 없지만 한국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이전에는 5년에 한 번 정도 한국에 방문했는데, 앞으로는 더 자주 방문하려고 합니다.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 같아요. 한국에 뿌리를 두고 영원히 지속될 만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습니다. 

 

워싱턴 D.C에서 운영하고 계신 비영리 한식 레스토랑 ‘시아(Shia)’는 제로 플라스틱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레스토랑에서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것에 대한 대안과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미국은 쓰레기가 많아서 오염이 심한데요. 환경을 보호하며 레스토랑을 할 수 있다는 실험을 구현하고자 ‘시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즘 주목하는 재료가 있나요?

오미자에 꽂혀 있어요. 저는 재료를 생각할 때 전통적인 방식으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보고, 그 방식을 존중하면서도 다른 방법으로 요리에 활용해요. ‘시아’에서 오미자를 이용한 요리를 선보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두 권의 책이 더 한국에서 출간된다고 들었어요. 어떤 책인가요?

이민자 경험을 모은 에세이 모음집 『버터밀크 그래피티(Buttermilk Graffiti)』와, 버번 위스키에 대한 제 사랑이 담긴 책 『버번 랜드(Bourbon Land)』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좋은 셰프는 어떤 셰프인가요?

좋은 셰프라면 음식뿐만 아니라 전체 소비자의 경험을 생각해야 해요. 조명, 음악, 테이블 세팅 등 수천 개의 디테일을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손님들이 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셰프는 노동 시간도 길고, 개인 시간도 없지만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어려운 직업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과 노력을 일에 바치는 사람들이 셰프가 되는 것 같아요. 꿈을 좇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명심할 것은 이 여정의 끝에 큰 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정 자체가 상이라는 거예요. 매일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상이죠. 접시를 닦고 감자를 깎는 과정이 지루하고 쉽지 않겠지만 그 자체를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고 도전할 준비가 되었다면 매순간이 상으로 주어질 겁니다. 

 

에드워드 리의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맛이 가장 중요하지만, 셰프라면 음식을 통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삶의 이야기가 담겨야 하죠. 물론 어려운 작업이에요. 정해진 원칙은 딱히 없어요. 요리는 만드는 사람의 개인적인 성향을 반영하기 때문에 사람이 성장을 하면 음식도 바뀌기 마련이죠. 계속 도전하면서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셰프가 되고 싶어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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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슬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