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센스, 중심으로 다가가는 소수자
몰입도는 전작보다 덜하지만, 2019년 한국 힙합과 시스템을 관조하는 흥미로운 기록이다. 
글ㆍ사진 이즘
201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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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이방인’으로 규정한, 굶주린 사내가 뒤를 돌아본다. 현실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를 노래한 이센스는 <이방인>에서 익숙한 질서와 통념을 거부하며 강한 열망을 드러낸다. 그 근거는 모순된 구조와 거짓 웃음, 미디어의 가식 없이도 명작의 칭호를 획득했다는 자신감이다. 시스템 중심으로 다가가는 소수자의 입꼬리엔 슬쩍 미소가 걸려 있다.

 

<이방인>에는 자본과 성공의 이야기가 많다. 전작의 성공과 명성을 소문으로만 접했던 옥중의 이센스는 출소 후 그 모든 것을 「알아야겠어」며 손에 직접 쥐어보고자 한다. 「BUCKY」에서 플렉스와 방탕한 삶을 외치는 가짜 히피들을 조소하고, 「ALL GOOD THING」에서 철학으로 쌓아 올린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돈으로 얻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믿음을 확인하는 식이다. 사회로부터 추방당한 경험을 토로하는 「MTLA」 다음 앨범의 마무리는 강한 열망의 「BAD IDEA」다.

 

고독했던 래퍼의 옆에는 이제 마스타 우, 김아일, 김심야의 피쳐링진, 든든한 프로듀서진과 선주문 3일 만에 2만 장 앨범을 매진시킨 지지자들이 함께한다. 프로듀서 오비(Daniel Obi Klein)의 붐뱁 비트로 일관했던 전작과 달리 250, 디캡, 드류버드, XXX의 프랭크가 참여한 다채로운 비트는 듣는 재미를 더한다. 그 위에서 여느 때보다 공격적이고 확신에 찬 퍼포먼스가 빛난다. 

 

삐딱한 사상의 승리를 선언하는 「BUCKY」와 「ALL GOOD THING」에서 2008년 믹스테잎 의 면모를 발견한다면, 냉소적인 「COLD WATER」와 「알아야겠어」, 김심야의 「Bitch」 폭격과 함께하는 「RADAR」는 트랩 비트로 새로이 날을 벼렸다. 「BUTTONS」의 황망하고도 생생한 스토리텔링 역시 귀를 잡아끈다. 믹스테잎으로 출발한 작품답게 날것의 질감이 두드러진다.

 

그 레어함으로부터 엔터테인먼트 신과 이방인의 대결 구도를 발견한다. 내면에 집중하던 와 가장 구별되는 지점이자 독특한 시선으로 개성을 확보하는 장치다. 공백기의 경험과 현 상황을 둘러보며 창작의 태도를 논하는 「CLOCK」, 횡행하는 가식과 쾌락주의를 비판하다 악 받친 분노를 쏟아내는 「05.30.18」은 물론 한정반의 「서울」, 「DON」에서도 자본과 영혼의 대결은 계속된다.

 

「그XX아들같이」는 완성된 자아의 대표곡이다. 여러 시련을 겪었고 음악 시장은 변했을지라도 굳은 영혼은 여전한데, 겉과 행동만 보는 이들은 ‘운 좋은 삶’과 ‘그XX아들같이 오늘만 사는 타입이네’를 수군댄다. 뮤직비디오 속 스탠딩 코미디를 진행하듯, 비틀거리는 가운데 확실한 사상을 논하고 편견을 비웃는 이센스의 퍼포먼스가 ‘이방인’의 칭호를 납득하게 만든다. 

 

XXX의 김심야는 이즘 인터뷰에서 ‘한국같이 아무 양분 없는 땅에는 건물을 올리기가 너무 좋다’는 표현으로 신에 대한 환멸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방인>의 이센스는 그 황폐한 곳에 나름의 건물 한 채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꼭대기 층에서 섞이지 않을 세상을 내려다보며 현재를 만끽하고 본인의 철학을 다시 새긴다. 몰입도는 전작보다 덜하지만, 2019년 한국 힙합과 시스템을 관조하는 흥미로운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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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센스 #이방인 #The Anecdote #BUC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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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