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비비 렉사
가수의 캐릭터와 선율의 힘을 생동감 있게 담았고, 이를 유기적인 한 장의 앨범으로 엮었다.
글ㆍ사진 이즘
2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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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비비 렉사의 강점은 감각적 송라이팅과 개성 강한 음색이다. 그는 이름이 미처 알려지기도 전에 「Lucifer」(샤이니), 「The Monster」(에미넴)와 같은 인상적인 곡들을 써냈고, 지-이지(G-Eazy)(「Me, Myself & I」), 마틴 개릭스(「In the Name of Love」) 등 유수의 가수들과 협업을 펼쳤다. 세 장의 EP를 거쳐 발매한 대망의 1집 는 이러한 그의 장기를 충분히 발휘한 결과물이다. 「I Got You」 「Meant to Be」 등 기존 발매곡 2곡을 포함해 총 14곡을 수록한 앨범은 일관된 톤, 치밀한 짜임새로 부드러운 감상을 유도한다. 기타를 사운드 디자인의 핵심으로 삼고, 미디엄 템포에서 승부수를 띄운 것도 주목할 점이다.

 

자신을 이탈리아의 슈퍼 카 페라리에 빗댄 「Ferrari」가 포문을 연다. ‘속력을 내며 사는 것이 점점 외롭다’며 ‘속도를 좀 늦추고 현재를 충분히 느끼자’고 말하는 노래는 ‘떼창’에 적합한 싱어롱(singalong) 파트를 갖춰 특히 공연에서 사랑받을 곡이다. 히트 작곡가 저스틴 트랜터(Justin Tranter)가 참여한 「I’m a mess」는 앨범에서 가장 친근한 매력을 지녔다. 메레디스 브룩스(Meredith Brooks)의 1997년 히트곡 「Bitch」의 후렴을 훌륭하게 재활용해 곡의 중독성을 높인 것이 포인트다. 비비 렉사 특유의 독특한 발음법이 만드는 리듬감도 재미있다.

 

음반 전반부의 주제는 기타의 활용이라고 부를 만하다. 대세 힙합 트리오 미고스(Migos)의 퀘이보(Quavo)가 힘을 보탠 「2 souls on fire」에선 일렉트릭 기타 위주로 반주를 편성해 두 사람의 호흡과 반복되는 후렴에 초점을 맞췄고, 역시 일렉트릭 기타가 중심이 되는 「Shining star」에선 곡의 시작과 끝에서 어쿠스틱 기타로 감칠맛을 냈다. 감정적인 보컬 연기와 차분한 기타 연주가 대비를 이루는 「Knees」도 흥미롭다. 이처럼 곡의 색깔과 분위기를 고려한 트랙 배치가 정돈된 감상을 끌어낸다.

 

수록곡 중 가장 댄서블한 「I Got You」부터의 구성은 한층 다채롭다. 댄스의 기조를 이어가는 「Self Control」, 드럼 패드를 사용한 트랩 비트와 몽롱한 신시사이저로 몽환경을 연출한 「Sad」, 독특한 목소리에 이펙터까지 입혀 신비로움을 배가한 「Mine」, 래퍼 토리 레인즈(Tory Lanez)가 가세한 힙합 트랙 「Steady」, 전조 되는 후렴과 보컬의 카리스마가 특징적인 「Don’t Get Any Closer」까지, 개별 곡들이 서로 다른 지점에서 듣는 이를 매혹한다. 이렇게 다양한 사운드를 아우르면서 산만하게 들리지 않는 것도 재주다.

 

앨범의 하이라이트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동원해 전통적인 발라드 작법에 도전한 「Grace」와 미디엄 템포의 산뜻한 팝 발라드 「Pillow」다. 리아나의 「Stay」가 그랬듯, 유니크한 목소리에서 배어나는 감수성과 호소력이 상당하다. 아름다운 멜로디로 한국의 음악 팬들에게 특히 사랑받을 곡들이다. 음반의 대미는 플로리다 조지아 라인과 화음을 맞춘 기분 좋은 컨트리 팝 「Meant To Be」가 장식한다. 「I Got You」와 마찬가지로 기존 발매작에 실린 곡이지만, 흐름에 신경을 쓴 짜임 덕에 겉돌지 않는다.

 

곡 단위, 앨범 단위의 완성도가 고루 탄탄하다. 가수의 캐릭터와 선율의 힘을 생동감 있게 담았고, 이를 유기적인 한 장의 앨범으로 엮었다. 신인 아닌 베테랑으로 보일 만큼 정교한 솜씨다. 유명 가수들의 히트곡을 쓰고 여러 장의 EP를 발매하며 보낸 시간이 에서 빛을 발했다. 비록 컨트리 장르를 통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그의 잠재력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비비 렉사는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뮤지션이다. 본 앨범이 그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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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 렉사 #Expectations #I got you #Meant to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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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