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설은 독자를 울리지 않고도 깊게 감동시킨다. 침착하고 담담하게, 어떠한 과장 없이 어느 장면을 마주하도록 스며든다. 김금희는 이 능력이 출중한 소설가이다. 가끔 몇몇 문장에서 나는 그녀가 「조중균의 세계」 자체 아닌가 웃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조중균처럼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생활을 하는 이들. 그래서 어쩌면 세상의 안에 끼어들지 못한 채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그들을 『경애(敬愛)의 마음』 에서 다시금 조우한다.
소설엔 주인공답지 않은 이들이 등장한다. 전직 국회의원 아버지 덕분에 회사에 입사해 팀장대리를 단 상수. 그리고 3년 전 실패한 파업으로 겨우 회사를 다니는 경애. 회사에선 둘은 루저 그룹으로 묶어 버린다. 그럼에도 낭만적인 상수와 독특한 경애는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현실(회사)와 가상(페이스북), 한국과 베트남,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반복하며 탄탄히 층을 쌓는다. 둘 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야 살 수 있는 상태. 그러나 서로에게서 죽음과 이별을 발견하며 손을 맞잡는다. 소설엔 이전 작품들처럼 은총, 조선생 등과 같은 어딘가에는 꼭 있을 사람들을 그린다. 그들 옆에 상수과 경애는 서로 존중하면서 나란히 서 있다. 작가는 느슨한 이 연대에 주목하고, 그 사이에 흐를 경애(敬愛)를 말한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1990년대 노래나 영화를 닮은 마음들을. 어딘가 완벽하지 않아서 더 사랑스러운 풍경을 기다렸을 누군가에게 분명 반가울 소설이다.
-
경애의 마음김금희 저 | 창비
우리가 견뎌온 아픈 시간이 다정한 목소리와 따뜻한 유머로 위로되고, 앞으로의 삶을 좀더 단단하고 건강한 마음으로 맞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김유리(문학 MD)
드물고 어려운 고귀한 것 때문에 이렇게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