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심리 상담은 처음입니다만
조각 같은 몸을 갖기 위해 그렇게 애쓰면서, 왜 마음의 건강을 위한 운동은 하지 않는 거죠?
글ㆍ사진 최지혜
201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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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친다는 것은 마음에 따귀를 맞는 것과 같습니다.
- 배르벨 바르데츠키, 『따귀 맞은 영혼』 12쪽

 

더는 감정을 넣어둘 곳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친한 친구? 엄마? 아니, 아니다. 만난 적 없는, 그래서 나를 조금도 알지 못하는 백지 상태의 사람에게 어떤 이야기라도 쏟아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진작부터 상담을 받아보고 싶었지만, 상담을 받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뭔가에 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일단은 혼자 갈 수 있을 때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스스로를 밀어붙였다. 그러다가 결국엔 두 손 들고, 두 발 들고, "제발 누가 내 얘기 좀 들어줘요!" 외치는 상황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그래서 상담을 받겠다는 마음은 먹었는데, 대체 누구에게 상담을 받아야 하는 걸까? 생각보다 정말 많은 상담 센터와 상담사들이 있었다. 어떤 상담사가 좋은 상담사일까? 속 깊은 곳의 이야기를 꺼내놔도 괜찮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그런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상담을 받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기까지도 쉽지 않았지만, 좋은 상담사를 찾는 과정은 한층 더 어려웠다.

 

『제 마음도 괜찮아질까요?』 는 그런 와중에 큰 도움이 되었던 책이다. 상담 센터는 가까운 곳을 선택하는 게 좋다는 조언부터 상담 비용, 예약 방법, 첫 상담을 위한 준비까지, 상담을 받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준다. 심리 치료와 약물 치료가 필요한 상태는 어떻게 다르고, 정신과 의사와 심리상담사, 임상심리사는 어떻게 다른지 그림을 통해 쉽게 설명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각 챕터마다 그림을 그린 '서늘한여름밤' 작가의 블로그에 소개된 추천 상담 센터 중에서 집 근처의 센터를 찾았다. 그리고 그냥 마음이 끌린 한 원장님께 상담 예약을 하고, 상담이 시작되었다. 난생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그간 꾹꾹 눌러 숨겨뒀던 감정들이 순식간에 새어 나왔다. 상담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목욕탕에서 얼굴 빨개지도록 때를 밀고 나서 밖에 막 나왔을 때처럼 너무나 상쾌하고 개운해서, 왜 진작 상담을 받지 않았는지 후회가 될 정도였다.

 

자기 자신을 동정하는 마음에 빠질 때 사람들은 대개 타인과 분리된 느낌을 경험합니다. 이 넓고 거친 세상에 나만 홀로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느끼지요. 이럴 때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며, 이와 비슷한 또는 더 힘든 일을 다른 사람이 겪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합니다. 자기동정은 자신이 겪는 어려움이나 고통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이와 반대로 자기자비의 프로세스는 자기와 타인이 '다르지 않다'는 경험을 상위인지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에서 비롯하기 때문에, 특정한 경험, 감정, 고통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사이클을 깨뜨려 혼자 동떨어진 것만 같은 자기중심적 정서를 줄이고, 다른 사람이나 세상과 연결된 느낌을 늘려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게 일어난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을 더 넓은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해 자신의 고통의 정도를 더욱 명료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 변지영, 『내 마음을 읽는 시간』  223쪽

 

일주일에 한 번, 상담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심리학 책을 읽었다. 이 책이 말하는 '자기자비'의 프로세스를 읽으면서 머리가 띵 했다. 나와 타인이 다르지 않고, 내게 일어난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만 해도, 내가 혼자가 아니라 이 세상과 연결된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나의 고통을 지나치게 과장하면 더 외로워지기만 할 뿐이라는 것.


심리학 책을 읽으며 열심히 상담을 받았지만 뾰족한 수가 생기지는 않았다.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문제, 미래의 막막함은 여전히 그대로다. 하지만 답이 없는 생각과 고민을 내 일처럼 귀 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같은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런 존재가 주는 든든함은 기대 이상이었다.


갈수록 겁만 많아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소심한 나. 그간 쌓인 경험들이 나를 구원하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릴 때, 상담과 상담 사이의 그 시간들을 떠올린다. 조각 같은 몸을 갖기 위해 그렇게 애쓰면서, 왜 단단하고 예쁜 마음을 만드는 데는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걸까. 마음에 눌어붙은 상처들을 더 늦기 전에 살펴보고, 자주 보듬어줘야 한다.


큰일을 겪어야만 상담 받을 자격이 생기는 건 아니다. 내 마음이, 내 영혼이 따귀 맞은 기분이 든다면, 그 때가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간. 심리 상담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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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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