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이 와닿는 요즘이다. 최근에는 ‘소확행’, 그러니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무엇인가가 메가 트렌드가 되어버렸다. 소확행이란 말의 유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 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나온 말이다.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말은 깨끗한 팬티가 잔뜩 쌓여 있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작기는 하지만 확고한 행복의 하나(줄여서 소확행)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데, 이건 어쩌면 나만의 특수한 사고 체계인지도 모르겠다.”
소확행이라는 유행이 하루아침에 찾아온 건 아니다. 나와 비슷한 연도에 태어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이 좋은 회사로의 이직 선호현상, 저성장 시대 속에서 일상의 행복이라는 가치를 높이 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무시간 단축, 유연근무제, 신입 사원 연차부여 등과 같이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 달라는 요구에 맞추어 명목적이나마 여러 가지 제도가 생겨나고, 욜로나 소확행 같은 트렌드가 생겨났다.
하루키가 정의한 것처럼 생각보다 간단하고 다양한 종류로 만날 수 있는데 소소한 행복에는 돈이 들기도 하고 들지 않기도 한다. (물론 어떤 면에서는 ‘소’비가 주는 ‘확’실한 ‘행’복이라고 모 동기는 말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으며,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시집구매, 네일아트 등이 소확행일 수도 있고, 퇴근할 때 버스나 전철이 딱딱 맞춰 오는 순간도 소확행이 될 수 있다.
SNS에 해시태그로도 소확행이 유행인데 최근 2주동안 인스타에 올라온 나만의 소확행은 다음과 같다.
1) 엄마랑 카페에 들렀는데 발견한 색감 예쁜 꽃과 화병
-> 그저 바라만 봐도 좋았던 색감 때문에 소확행
2) 퇴근 후 맥주를 마시며 봤던 주말 드라마
-> 불끄고 보니까, 나만의 영화관을 개장한 것 같아서 소확행
3) 저녁 반주, 샴페인
-> 여행 분위기에 취해서 소확행
4) 내 방의 색감
-> 보면 평안해지기 때문에 소확행
찰나의 행복한 순간을 붙잡고 평범한 일상을 견뎌내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 소확행이라는 단어를 알고 나서는 평범한 내 일상에도 행복한 순간이 많다고 느껴진다. 매일 다이어리를 쓰며 오늘 하루 행복했던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미세먼지 없는 하늘에, 잘 그려진 눈썹에, 딱 맞춰 바뀌는 횡단보도 신호에 일상이 더 특별해지고 내가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다고 느껴진다.
오늘의 소확행은 입사 2주년 축하기념(일까?)으로 동기들과 마라탕을 먹으러 가는 일이다! 고작 마라탕 하나에 나의 행복을 얻을 수 있다니. 쉬운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만 앞으로도 소확행을 통해 긍정 기운을 더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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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예스24 굿즈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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