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몸을 다루는 법, 근데 이제 마음가짐을 곁들인
복잡한 몸의 문제를 다루기 위한 치열한 고민들. 한의사 최혜미가 몸과 마음을 이어 들여다보는 책 세 권을 소개합니다.
글ㆍ사진 최혜미
202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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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우리 모두가 딱 하나씩 소유하고 있는 재산입니다. 집이 없는 사람은 있어도 몸이 없는 사람은 없지요. 모양은 다 다르고 구성도 다양한 우리의 몸은 거의 그 사람 자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항상 함께하는 존재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정교한 기계이자 치밀한 시스템이고 인류 역사 속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대상이지만 아직도 다 파악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이기도 합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몸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것은 늘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이지요.

 

몸을 다루는 일이 몸 안에서 완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몸은 우리의 문제가 드러나는 현장이지만 그를 다스릴 수 있는 주체는 좀 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는 관점이 존재합니다. 마음챙김, 명상, 심신수련과 같이 현대의학과 한없이 멀어 보이는 키워드들이 바로 지금 최첨단의 유행이라는 사실은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과거에 비주류, 대체의학으로 치부되었던 방식이 서서히 주류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식사, 운동, 수술과 약물치료만으로는 다스려지지 않는, 측정되지 않고 심지어 존재한다고 증명하기조차 어려운 몸의 문제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결과이기도 하겠지요.



『노화를 늦추는 보고서』

엘렌 랭어 저/신솔잎 역 | 프런티어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엘렌 랭어의 책 『노화를 늦추는 보고서(The Mindful body)』는 긍정적인 마음이 어떻게 건강한 삶으로 연결되는지 다양한 연구와 통계로 독자를 차근차근 설득해 나갑니다. 현대의학이 편의에 따라 정한 일부 규칙들보다 ‘스스로 젊고 건강하다고 믿는 것’이 몸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실제 실험의 결과를 통해 역설합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흔한 말도 여성 최초로 하버드대 심리학과 종신교수가 된 석학의 입으로 들으면 이렇게나 힘이 있습니다. ‘마음챙김(mindfulness)’을 의료에 접목해서 병원의 환경을 좀 더 편안하고 스트레스가 덜한 방향으로 바꾸면 치료율이 한결 높아질 것이라는 대목은 종합병원에만 가면 없던 병도 생길 것 같은 불안에 사로잡히는 저에게 너무 와닿기도 했어요.



『바디 뉴트럴』

제시 닐랜드 저/임혜진 역 | 옐로브릭


스스로 내 몸을 인식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여러 가지 시도도 있어 왔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아름다운 몸에서 벗어나 내 몸을 긍정하려는 신체긍정주의가 유행하기도 했지만 『바디 뉴트럴』을 쓴 제시 닐랜드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갑니다. 신체긍정운동이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운동으로 더 큰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내 몸에 대해 어떤 도덕적 판단을 내리지 않는 ‘신체중립성’이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저자는 독자가 스스로의 상태를 진단하고 구체적인 지침을 따라 신체 중립성을 통해 몸을 해방할 수 있도록 이끌어갑니다. 무엇보다 내가 가진 신체 문제가 사회의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이미지의 변화를 통해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강력하게 밀고 나가는 저자의 힘을 마주하는 과정이 매력적입니다. 



『몸을 상상하라』

오하시 신 저/안선주 역 | 쌤앤파커스


마음가짐으로 몸을 다스리는 게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그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누구나 동의합니다. 명상에서도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가장 어렵다고들 하지요. 일본의 물리치료사인 오하시 신의 책 『몸을 상상하라』는 마음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쉽고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스트레칭이나 운동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조화롭게 하는 ‘알렉산더 테크닉’을 접목해 본연의 자세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 책은 간단한 열 개의 문장으로 지침을 제시하고 그에 따라 ‘몸을 상상하라’는 제목에 걸맞은 구체적인 이미지들을 머릿속에 그려 나가기만 하면 됩니다. 긴장된 몸, 구겨진 자세는 시시각각 악화되고 스트레칭과 운동은 시간과 공간을 필요로 하는데 때때로 그저 생각만해도 되는 지침은 어떤 이유로든 반갑습니다. 그리고 일단 긴장을 풀어주는 데에는 생각보다 꽤 효과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조금 덜 아프고 더 건강할까, 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일이다 보니 몸을 둘러싼 새로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요즘의 질환들은 대부분 타고난 체질의 약한 부분 위에 생활에서 켜켜이 쌓인 문제들이 몸과 마음의 균형을 무너뜨리면서 나타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현대의 치료는 몸을 들여다보는 일에서 결국 삶을 들여다보는 일로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겪은 일, 그 때 했던 생각, 그 생각을 만드는 사회가 모두 질병을 만드는 공범인 시대입니다. 몸을 다루는 일이 마음을 다스리는 일과 연결된다면 보다 나은 삶의 질로 한걸음 더 다가갈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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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미

한의사. 달과궁한의원 대표 원장.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후 〈더블유코리아〉 창간 멤버로 입사해 패션 에디터로 일했다. 자신을 비롯한 주변 여성들이 겪는 몸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 에디터 4년 차에 한의학도의 꿈을 안고 퇴사, 같은 해에 한의과 대학에 진학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진료하고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