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트리플엑스, 의외로 세련됨
‘클럽 에스키모’의 프로듀서라는 재능에 긴밀한 팀워크를 더해 만든 준수한 퀄리티의 작품. (2018. 01. 10.)
글ㆍ사진 이즘
201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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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부터 독특한 투트리플엑스는 딘, 크러쉬, 오프온오프와 같은 소위 힙한 뮤지션이 활동하는 크루 ‘클럽 에스키모’의 멤버이자 프로듀서다. 특히 딘과는 오랜 시간 협업해왔으며, 딘의 화제작 <130 mood : TRBL> 곳곳에 들리는 로파이(Lo-fi) 사운드에 그의 색이 담겨 있다. 최신 음향 장비가 쏟아져 나오는 요즘이지만, 시대를 역행해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이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음악을 거칠게 물들이는 투트리플엑스도 바로 그중 하나다.

 

그는 나른하게 이어지는 비트를 지루하지 않게 이끄는 능력이 있다. 삽입음을 이용한 곡과 곡 사이의 연결이나, 선율을 살려내면서도 둔탁한 소리를 함께 배치하는 편곡 상의 능란함도 보인다. 피처링에 참여한 크루 구성원과의 공통점도 존재한다. 이들은 모두 일렉트로니카와 힙합을 넘나들며 차갑고 몽환적인 멋을 풍기는 칠(Chill)한 음악을 소화한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가졌지만 그들에게 어울리는 스타일과 분위기가 비슷해 동떨어진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본인의 스타일을 나타내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띄어쓰기하지 않은 영어 제목, 정제되지 않은 사운드가 의외로 ‘세련됐다’는 느낌을 제공한다. 또한 직접 가사를 쓰지는 않지만, 프로듀서이기에 멤버들이 써낸 노랫말을 한데 모아 동일한 호흡을 부여했다. 불안한 감정을 내뿜는 「Dawn」이나, 사랑에 관한 애상이 묻어나는 「섬」, 삐딱한 세상을 살아가는 「Piss on me」 모두 청춘의 단면과 일상에서 고민할 법한 사건들을 젊은 감각으로 담아낸다.

 

비슷한 생각과 지향을 가진 이들이 투트리플엑스가 만든 필름 속에서 영사된다. 앨범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건 나른한 어느 날의 풍경이다. 보컬의 고저가 심하지 않은 뮤지션들의 몽롱한 창법, 단순한 비트에 얹은 전자 피아노, 매끈하지는 않아도 빈티지한 멋이 나는 특별한 하루. ‘클럽 에스키모’라는 이름처럼, 이글루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는 그들은 함께 얼음 벽돌을 쌓아나간다. 개인의 재능에 긴밀한 팀워크를 더해 만든 준수한 퀄리티의 작품.


정효범(wjdgyq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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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트리플엑스 #LIFE #클럽 에스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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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