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윤하만이 윤하를 구할 수 있다

윤하 『RescuE』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아티스트로의 ‘지난 날과 오는 날의 사이에 서’있는 윤하는 다시금 자신을 끌어올리며 ‘오늘도 이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2018. 01. 03.)

201712270820770465_5a42d9cfb25db.jpg

 

 

윤하가 새 앨범으로 구조하고 싶은 이는 윤하 그 자신이다. <Supersonic> 이후 5년 간의 정규작 공백과 만족스럽지 못한 대중의 반응, 길어지는 작업과 팬들과의 갈등이 겹치며 ‘동굴 속에 들어가 있던’ 자신을 다시금 세상에 내놓는 과정이다. 그래서 <RescuE>는 어둡고 조심스럽다. ‘오직 내가 나를 구할 수 있다(Only I can save myself)’며 조근히 다짐하는 톱 트랙 「Rescue」의 다짐이 고민 많은 아티스트의 내적 갈등을 관통한다. 소프트 EDM 타이틀 「Parade」와 끝 트랙 「Propose」 정도가 소소한 행복을 노래할 뿐이고 나머지 트랙은 진지한 고백과 애절한 메시지로 진중하고 무게감 있는 일관성을 구축했다.

 

그러다 보니 힙합 / 알앤비의 신예 프로듀서들을 대거 기용하며 새로운 시도에의 의지를 표명한 것에 비교해 변화의 폭은 그리 크지 않다. 「RescuE」로부터 그루비룸이 참여한 「Parade」까지 이어지는 앨범 전반부를 제외하면 이제까지 어떤 형태로든 접할 수 있었던 윤하의 모습이다. 다만 그 방향이 전에 없이 가라앉고 애잔한 형태로 발현된다는 점이 다르다. 애절한 피아노 발라드 「없던 일처럼」은 「소나기」로부터 이어오는 록 발라드의 건조하고 우울한 변용이고 「Airplane mode」의 재즈 코드도 쓸쓸함을 배가시킨다. 찰리 XCX와 뫼(M?) 등 최신 싱어송라이터 스타일의 「Drive」도 차분한 보컬 위에 고뇌의 메시지를 띄운 곡이다. 긴 고민의 시간이 빚어낸 윤하의 가장 어두운 모습이다.

인터뷰에서 윤하는 “장르적으로는 회귀가 아니더라도 마인드는 초기처럼 대중적인 모습이 될 것”이라 밝히며 ‘자아와 팬들이 원하는 음악 사이의 적절한 조절’로 앨범을 예고했다. 무엇을 의도하는지는 확실하고 곡의 개별 완성도도 좋으나 대중적 모습이나 적절한 조절은 빗나갔다. 선공개 싱글 「종이비행기」나 「Parade」는 멜로디도 매력적이지 않고 유행이라고 하기도 모호하다. 오히려 올 한 해를 관통했던 「오늘 취하면」 류의 싱글 「예지몽」 이나 펑키(Funky)한 기타 리프 위에 그루브를 쌓아나가는 「Feel」같은 트랙이 트렌드에 어울린다.

 

「No answer」처럼 곡의 스케일을 키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답을 찾지 못한 날」과 같은 발라드도 의외의 히트가 될 수 있는데 앨범의 무게와 진지한 메시지, 건조한 보컬이 쉬운 접근을 어렵게 만든다. 청량한 어쿠스틱 팝 「Propose」의 마무리도 앨범 단위의 결과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에서 보자면 어울리지 않는 트랙이다.

 

단단해 보이지만 아직도 혼란스럽고 고민이 많은 것이다. 「RescuE」에서 「Parade」같이 개별 곡으로는 매력이 덜하지만 앨범 단위 감상으로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있는가 하면, 「Feel」과 「Propose」같이 싱글 단위로 튀는 흐름도 있다. 트렌드를 따라가고자 하는 네오 소울 「가」의 다음 트랙은 전형적인 윤하 스타일의 「답을 찾지 못한 날」이다. 이 모든 곡들이 일정 이상의 완성도를 보장하고 있음에도 앨범 단위의 평가를 높게 할 수 없는 이유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 시작이라는 점은 쓸쓸하지만, 아티스트 본인이 다시금 의지를 되찾은 것은 반갑다. 더 넓은 세상에 그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펼치기 위해선 <RescuE>같은 해소의 작품이 필요했다. 가요계 신예들과 함께 일정 부분 새로운 형태를 흡수하며 욕심 많은 아티스트의 면모도 보여줬고, 해를 넘기지 않고 앨범을 발표한 것도 반갑다. 아티스트로의 ‘지난 날과 오는 날의 사이에 서’있는 윤하는 다시금 자신을 끌어올리며 ‘오늘도 이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김도헌(zener1218@gmail.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이상한’ 한국인의 식사법, 왜 그럴까?

식사 방식을 통해 한국의 음식문화사를 살피는 책.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교수는 이 책에서 탄탄한 연구를 바탕으로 매일 밥상 앞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수많은 행위와 익숙한 풍경들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변화해왔는지를 추적해 그 역사를 흥미롭게 재구성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33인의 독한 집중력

증명이 필요한 순간, 모든 것을 버리고 나만 남겨라! 결정적 순간에 끝까지 몰입하여 최고의 성취를 이끌어내는 힘, 최후의 몰입. 12개 종목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33명과 그들을 키워낸 3명의 감독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밝혀낸 최후의 몰입법과 성취의 비밀을 소개한다.

좋게좋게 넘어가지 않아야 좋은 세상이 온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 꼭 착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싫으면 싫다고 단호하게 말해도 괜찮다. 그런 척 하다 보면 정말 그렇게 되는 법. 인생 자체는 긍정적으로 개소리에는 단호하게, 자기표현의 근육을 조금씩 키워보길.

매력 있는 마을은 살아남는다

2040년까지 일본 내 896개 마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예측은 일본은 물론 한국에도 충격을 던졌다. 저출산 노령화로 직격탄을 맞은 건 도시보다는 지방이다. 그렇다면 정말 지방은 붕괴할까. 지방 재생 연구자인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