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렸다. 찔끔찔끔 내렸지만 그래도 기분이 푸근해졌다. 첫눈을 같이 맞고 싶은 사람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소복소복 쌓인 눈을 보고 있으니 따뜻한 라떼 한 잔이 생각난다. 출근길 좋아하는 카페에 갔다. 항상 딱 적절한 온도로, 적절한 친절로 커피를 내려주는 바리스타가 나는 고맙다. 문득, 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는 카페 테이블 안 쪽에 항상 책을 한 권 올려놓는다. 그 바리스타가 좋아진 건, 사실 내 책 취향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책장을 열자마자 따뜻해진다. 달 출판사가 걸음마를 뗀 지 10년을 맞아 기획해 만든 책.
공모전 ‘엄마 아빠, 그땐 어땠어?’를 통해 당선된 원고와 사진을 담았다. 11명의 작가 이야기도 함께 실렸다. (달 편집부 저, 달)
한동안 음악을 듣지 않은 사람에게 루시드폴의 노래와 글을 선물하자.
마법처럼 마음이 고요해진다. 감정에 요동치는 요즘을 보내고 있는 이에게 “당신의 속도로 살아요” 속삭여보자. (루시드폴 저, 예담)
북극해와 맞닿은 그린란드의 북쪽 끝 짧은 여름을 정성 들여 살아가는 동식물을 만나러 떠난 한 생태학자의 일기. 춥다가 따뜻해지고, 따뜻하다가 추워지는 이상한 매력이 가득한 책.
겨울에 선물하면 더없이 좋다. (이원영 저, 글항아리)
크리스마스 카드를 쓰기 어색하다면 예쁜 책에 짧은 엽서를 띄우면 어떨까.
수필집 『20킬로그램의 삶』으로 사랑받은 아트디렉터 박선아의 여행 에세이.
책과 함께 실린 사진엽서집에 편지를 써서 선물한다면, 당신에게 반할지도. (박선아 저, 안그라픽스)
일본의 대표적인 미니멀리스트 ‘야마시타 히데코’와 심리상태를 통해 몸의 습관을 개선하는 카운슬러 ‘오노코로 신페이’가 쓴 책. 공간의 정리, 주고받는 말, 인간관계 등 현대인이 놓치지 쉬운 108가지 주제를 논한다. 지금 여기, 이 책이 필요한 당신. (야마시타 히데코 외 저, 이봄)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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