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나의 왕자님, 나의 공주님이 나타날 거야. 인생을 함께할 사람이 나를 행복으로 이끄는 호화로운 길로 데려가 주리라는 은밀한 소망을 품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누리는 행복. 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누리는 사람들은 매우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사랑. 사랑을 완벽하게 정의하기는 힘들다. 말로 표현하기엔 너무나 심오하고 복합적이다. 사람들은 사랑이 ‘감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감정의 일종이라는 단순한 정의보다는 ‘영적인 성숙’ 또는 ‘상대방의 영적인 성숙을 위해 자신을 초월하려는 의지’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사랑은 분명 감정이지만 ‘힘’이기도 하다. 우리를 성장하고 발전하게 하는, 심오하지만 규정하기 어려운 힘이자 우리의 삶이 무르익도록 한다.
사랑을 정의하는 건 어렵지만 사랑이 아닌 것, 사랑의 표현이 아닌 것을 규정하는 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이상적인 왕자님, 혹은 공주님이 눈부신 하얀 옷을 입고 등장하면 바라던 모든 꿈이 이루어진 것 같다. 그와 함께 최고의 행복을 누리고 싶은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끝없는 사랑을 맹세했던 그 사람이 갑자기 내 감정을 빨아먹는 흡혈귀로 돌변한다면?
사랑이라 믿었던 관계가 서서히 당신을 파괴하고, 행복은커녕 당신의 인격을 짓밟으며 정체성마저 뒤흔든다면? “당연히 빨리 도망가야죠.”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당신의 마음을 허락한 혹은 억지로 당신 마음의 문을 연 그 사람이 사실은 마음을 지배하려는 교묘한 심리 조종자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지배하고 조종하는 것은 몇몇 사람들의 주요 수단이며 뜻밖에도 그들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그들은 남자일 수도 있고 여자일 수도 있다. 대부분 매력적인 외모와 태도를 보이지만, 그들의 겉모습은 희생양이 될 사람을 사로잡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처음 그들의 태도는 마치 흔한 사랑 표현처럼 보인다. 하지만 점차 가면을 벗고, 장밋빛 미래를 약속한 사랑의 관계는 파괴적인 지배 관계로 급격하게 변질되어 버린다. 이성은 당신에게 빨리 달아나라고 경고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수집한 경험 사례들을 보면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다. 사랑의 포로가 된 희생자가 포식자, 즉 조종자에게 복종하는 것이다.
이 결과는 가히 주목할 만하다. 희생자는 자존감을 잃고 위축된 채로 근심과 죄의식, 두려움으로 가득해 사회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고립된다. 신체적으로는 수면 장애가 나타나는 등 그동안 없었던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일상생활이 힘들어지고 우울증과 자살 충동이 생긴다. 주눅 든 희생자가 피학적 성향이라 그런 것일까? 자기 생명의 에너지를 빼앗은 심리 조종자를 돕는 또 다른 공범일까?
흔히 사랑에 빠져 눈이 멀었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눈을 뜨고 상황을 직시해야 할 때가 온다. 그때가 10년, 20년, 혹은 30년이 지난 뒤에 올 수도 있다. 깨어나 마주한 현실이 너무 가혹해 눈을 가리고 오랫동안 머물던 혼수상태로 다시 돌아가고 싶을 수도 있다.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두렵게 하는 것일까?
이 책은 심리 조종자와의 애정에 관한 책으로 ‘자신의 인생을 갉아먹고 있는 가사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자 쓴 것이다. 조종자들의 병적인 성격은 어떻게 표출되는 것일까. 나는 첫 책에서 대략적인 틀로 묘사했던 심리 조종자의 성격을 연인 관계를 중심으로 매우 자세하게 다뤘다.
이 책을 쓰기 시작하며 나는 이 주제에 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백컨대 책을 쓰면서 예기치 못했던 사실들을 몇 가지 더 발견했다. 예를 들면, 심리 조종자가 유혹하는 단계를 인지하는 남녀의 관점이 달랐다는 점이다. 그리고 심리 조종자와의 관계에서 불안을 느끼면서도 공식적인 관계를 맺는 이유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응답자들에게 한 질문을 통해 언제부터 사회적?가족적 공백이 생기기 시작했는지, 심리 조종자나 성도착자는 어떤 형태로 성적 유혹을 하는지 등을 알았고, 또 이런 형태의 심리 조종자 대부분이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는 심리적 학대가 육체적 학대보다 더 교활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은밀하게 진행하기 때문에 더 파괴적이다.
연구 과정에서 많은 질문들이 떠올랐다. 심리 조종자와의 관계를 끊고 싶어 하면서도 자꾸만 망설이며 그 시기를 늦추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가? 왜 심리 조종자들은 아이들의 양육권을 강하게 요구하는가? 이별 혹은 이혼할 경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 이별 후 피해자인 사람은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가?
나는 이 책에서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연인 관계를 맺는 여러 단계에 따라 심리 조종을 설명했다. ‘사랑 이야기’지만 ‘진짜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런 일이 남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사랑할 잠재적 연인들, 이성애자 혹은 동성애자 모두에게 필요한 이야기이다. 장마다 끝에 둔 꼭지 ‘어떻게 벗어나야 하나’는 예방책으로 참조해도 좋다.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사람은 현실에 눈을 뜰 수 있다. 심리 조종자는 전형적인 특징이 있어서 그들과 가까이 지내다 보면 이어질 상황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의 전형적인 행동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심리 조종자의 거미줄에 걸려들어 큰 불행을 맛보았다. 어떤 희생자는 이 비극적 경험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기도 한다.
많은 피해자들이 녹음이나 서면으로 자신의 경험을 증언했다. 나는 1990년부터 심리 상담 치료와 교육,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편지와 대화를 통해 사례를 수집했다.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들은 모두 자기의 과거 경험(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진행 중인 경험)을 공유해 자기와 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돕고 싶어 했다. 이 책 전체에 걸쳐 그들의 경험을 기록했으며, 그들이 그 고통스러운 경험을 말하려 입을 열 때마다 나는 종종 할 말을 잊곤 했다.
이자벨 나자르 아가
tintinhwang
2017.11.02
“그들은 자신이 심리조종자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종종 떠오른 의문이다. 그래서 답변도 미묘해질 수밖에 없었다. 수차례 관찰해본 바에 따르면 조종자의 대부분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행사하는 힘과 영향력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위 사람의 심리 상태에 파괴적인 결과를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나는 일그러진 사랑과 이별하기로 했다-
책을 읽으면서 나를 비춰본다.
책에 나오는 사례 나 요즘 뉴스에 나오는 어금니아빠 같은 심각하진 않더라도
나도 심리조종자가 아닐까?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외식을 할 때, 오늘 뭘 먹지? 오늘은 당신이 원하는 걸로 하지,
그래서 식구가 중국 음식을 먹자고 하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다른 음식으로 유도한다. 영화도 마찬가지... 그리고 나는 내 식구의 마음은 아랑곳 없이 무더덤하다
그러던 어느날 식구는 나와의 외식을 거부한다. 영화도 혼자보라고 한다. 나는 점점 투명인간이 된다.
책에 나오는 여러 사례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저자의 주장처럼 이별 당할 것 같다. ㅠㅠ
표지나 카피만 보면 여자들만 피해자 같은데 읽어보니 가여운 남자들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