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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두열을 아끼는 한 친구로부터 시작되었다

『MVP 유두열』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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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유두열을 사랑했던 모든 야구팬들을 위한 책이다. 더불어 유두열을 잘 알지 못하는 모든 야구팬들을 위한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누구보다도 유두열과 평생을 함께한 그의 가족들을 위한 책이다. (2017.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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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 기어코 따뜻한 시선을 보내야 한다고 믿는 편이다. 『MVP 유두열』은 소재웅이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여러 시선 중 따뜻한 시선을 비춰 길어 올린 이야기다. 난 이 책이 훌륭한 책으로 기억되길 기대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게 기억된다면 감사할 일이다. 그보단 이 책이 ‘따뜻한 책’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누군가 이 책을 다 읽은 뒤 마음 한구석이 조금이나마 따뜻해진다면 좋겠다.

 

#2

『MVP 유두열』은 유두열을 아끼는 한 친구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유두열의 인생 마지막을 가까이서 지키며 정성을 쏟았던 친구였다.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 유두열의 역전 3점 홈런이 터지자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뒤풀이 장소를 본인이 잡으러 갈 정도로 유별난 친구였다. 그는 유두열이란 야구 선수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빛과 그늘을 동시에 가진 유두열의 삶이었지만, 그 삶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기 원했다. 이는 꼼꼼한 계산에서 비롯된 제안이 아니었다. 자신이 특별히 아끼는 친구의 삶이기에 잘 복원되어 새로운 생명을 얻기 원했던 거다. 사심 없이 던져진 그의 제안을 난 수락했다. 지극히 본능적으로, 유두열의 삶이 복원되는 건 여러모로 가치 있는 일일 거란 생각이 밀려왔다. 유두열이란 세계로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다.

 

#3

지난 1년, 유두열이란 사람을 추적했다. 생전에 단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한 그를 알아가고 느끼고 경험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보다 ‘겸손함’이었다. 쉽지 않았다. 일단 유두열이란 사람이 갖고 있던 기질이나 성향은 나와 많이 달랐다. ‘나였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라고 생각되는 사건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것이 단순히 ‘다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두열이란 사람을 부정적으로 판단하게 만드는 땔감이 되기도 했다. 유두열이란 사람에게 매료되어도 모자랄 판에 부정적인 생각이 밀려올 때마다 참으로 난감했다. 그래도 애썼다. ‘유두열이란 사람의 삶이 책으로 출판될 정도로 특별한 점이 있는지’ 찾고 또 찾았다. 그리고 결국, 찾지 못했다. 내가 만난 유두열은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희로애락을 갖고 살았던 범인(凡人)이었고, 그 시대를 살아간 남자들이 그러했듯 성공과 좌절을 진하게 겪었던 안쓰러운 가장이었다. 1년이 흐른 뒤 내게 남은 건 ‘인간’ 유두열, ‘보통 사람’ 유두열, 그래서 오히려 사랑하게 된 ‘야구 선수’ 유두열이었다.

 

#4

난 유두열이란 사람의 모든 삶을 다루고 싶진 않았다. 그건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유두열이란 사람을 잘 나타낼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여 편안하게 전하고 싶었다. 그의 삶을 미화하고 싶지 않았고, 그의 삶을 과장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단 한 가지, 따뜻한 시선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가 지겨워질 때면 잠시 거리를 두기도 했고, 그를 이해할 수 없을 때는 그를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가 갖고 있던 평범함 가운데 꿈틀대는 특별함을 포착하고 표현하려고 없는 재능을 쥐어짜기도 했다.

 

#5

내용이 채워져 가며 끊임없이 두려움에 시달렸다. 기존의 자서전과는 조금 다른 형태라는 점에서 두려웠고 두려움은 자연스럽게 ‘과연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유두열을 느낄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백과사전식 나열을 피하고 담백하게 자서전을 써내려가는 의도가 독자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까’, 걱정이 밀려왔다. 그렇게 내용이 하나하나 채워져 완성되었을 때, 묘하게 자신감이 밀려왔다. 적어도 유두열을 미화하지 않았고, 독자들은 분명 유두열을 느낄 수 있을 거란 믿음이 꿈틀댔다. 물론, 나의 믿음과 독자의 반응이 반드시 일치하리란 법은 없기에 여전히 두렵다.

 

#6

난 이 책이 쓸쓸하게 사라져간 수많은 스포츠 레전드를 위한 책이 되길 바란다. 『MVP 유두열』이 신호탄이 되어, 마땅히 기억되어야 할 수많은 레전드들의 삶이 서서히 복원되길 기대한다. 그것은 비단 야구뿐만 아니라 여타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일생을 걸고 뛰었던 선수들을 포함한다. 팬들은 특별한 선수들에게는 특별한 사랑을 보낸다. 그러나 그들 중 상당수는 쓸쓸한 여생을 보낸다. 팬들은 잘 모른다. 그들이 보내는 쓸쓸한 여생에 대해서 말이다. 대다수 팬들은 뜨거운 사랑을 보내놓고, 차갑게 그 사랑을 걷어간다. 난 그렇게 반복된 지난 수십 년에 제동을 걸고 싶었다. MVP 유두열은, 그래서 기억되어야 한다.


#7

이 책은 유두열을 사랑했던 모든 야구팬들을 위한 책이다. 더불어 유두열을 잘 알지 못하는 모든 야구팬들을 위한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누구보다도 유두열과 평생을 함께한 그의 가족들을 위한 책이다. 유두열의 두 아들 재준, 재신 군. 그리고 유두열이 평생을 사랑한 아내 구은희를 위한 책이다. 이 책이 ‘가족 바보’ 유두열이 그토록 사랑했던 두 아들과 아내에게 큰 격려와 위로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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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소재웅(작가)

그것이 누구의 삶이든 기억되어야 한다고 믿는 스포츠 전기 작가. 잊힌 스포츠 레전드의 삶을 복원하는 것이 그의 소명이다. 그의 전작 『긋 플레이어』(부제: 내가 사랑한 선수들)가 그 소명의 시작이었다면, 『MVP 유두열』은 소명을 향한 힘찬 돌진이었다. 그의 시선은 늘 한 사람이 걸어간 삶에 닿아 있다. ‘글쓰기로 존재를 연결하다’라는 테마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LIFE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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