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한다. 소리를 어떻게 담아내는지 보여주는 예술 중 하나가 문학이다. 온다 리쿠가 쓴 이번 신작 『꿀벌과 천둥』은 문학이, 나아가 언어가 어떻게 소리를 극적이면서도 섬세하게 다룰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온다 리쿠는 요시가에에서 열리는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배경으로 도전자들을 마치 오케스트라 합주처럼 배치해놓는다. 천재 주인공들 간 대결 구도가 이 소설의 골격이다. 참가 등록부터 3차까지 이어지는 예선, 본선으로 빈틈없이 짜여있다. 파리 심사 때부터 유지 폰 호프만에게 사사 받은 천재 소년 가자마 진, 소중한 존재를 잃고 무대에서 도망쳤던 에이덴 아야, 뛰어난 재능에 노력까지 하는 마사루, 그리고 피아니스트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회사원으로 살고 있는 다카시마 아카시까지 다양한 색채를 지닌 천재들이 경쟁을 떠나 음악을 순수하게 즐기며 연주한다.
승자와 패자를 가려내는 차가운 비즈니스 현장인 피아노 콩쿠르 무대에서 자신의 음악을 위해 열정을 쏟아 붓는 이들이 나오는 건 이미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다뤘다. 그럼에도 600페이지가 넘는 이 소설을 놓지 못하게 하는 힘은 바로 그 뻔하디 뻔한 ‘열정’이다. 취재 11년 동안 온다 리쿠가 직접 보았을 감정과 노력이 인물의 감정선과 연주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연주에서 나타나는 인물의 성격과 내적 성장은 클래식을 하나도 모르는 독자라도 심장을 뛰게 한다. “음악을 세상으로 나오게 하고 싶다”고 말하는 가자마 진을 따라 협주하듯 서로의 곡을 도우며 연주하는 천재들의 경연은 매력적이다.
소설 속 콩쿠르와 달리 누가 1위냐는 이 소설을 폈을 때부터 중요하지 않다. 그저 음악의 신이 선사한 ‘기프트’가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 콩쿠르가 다 끝나고 나서야 음도 모르는데 귓가에 울리는 것만 같았던 연주곡을 검색해본다. 마치 알고 있었던 소리마냥. 진짜 ‘음악을 세상으로 나오’게 하는 순간이다.
김유리(문학 MD)
드물고 어려운 고귀한 것 때문에 이렇게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