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람 | 음악
특히 <적벽화전>의 자진모리장단을 좋아한다. 주로 이동 중 듣는다. 길에서 사람들 오가는 걸 보며 이런 걸 듣고 있고 있노라면, 이 가련한 졸병 하나하나의 목소리가 낯설지가 않다. 백만 졸병이 화마에 옴짝달싹 못하고 죽는 장면이 이렇게 신명날 일인지. 웃고 있는데 눈물이 난다.
Bruce Liu | 음악
차이코프스키는 비발디의 ‘사계’만 알던 내게 러시아의 사계를 새롭게 알려줬다. 열두 개의 달로 구성되어 있는 피아노 소품인데, 나는 이중 10월과 12월을 가장 좋아한다. 집에서 작은 소리로 틀어두고 딴 일을 하다가 문득 아 좋다! 하고 귀에 들려 앨범을 살피면 여지없이 10월 아니면 12월이다. 최근 자주 들은 것은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의 버전이다.
존 버거, 이브 버거 저/신해경 역 | 열화당
존 버거와 이브 버거가 그림을 두고 주고받는 예술에 대한 단상들 모음이다. 나한테 이런 아버지가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나, 내가 알고 싶은 질문들 대답들이 여기 있음에 감사하며 훔쳐 읽는 기분으로 읽곤 한다. 도판도 많이 실려 있는 편인데 책이 가벼워서 들고 다니면서 읽는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글/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그림/김서정 역
생일선물로 받은 책인데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의 삽화가 들어 있는 크고 무거운 책이다. 너무 재미있다. 안데르센이 없었다면 내 삶은 황무지 아니었겠나 싶다. 어린 내게 너무 아름다워 가슴이 미어진다는 걸 제일 처음 체험시켜준 이는 안데르센이었던 것 같다(그때는 미어진다는 게 뭔지도 몰랐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성냥팔이 소녀」와 「나이팅게일」이다.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
영화
겨울방학이나 여름방학에 꼭 다시 본다. 나는 이 영화의 어딜 틀어놔도 어떤 장면인지 안다. 너무 많이 봐서 거의 다 외웠다. 반지의 유혹 이길 수 있을까 없을까, 반지를 운반하는 존재 프로도에게 깊은 감동을 매번 새롭게 느낀다. 프로도 힘내. 힘내. 응원 상영회라도 열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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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시인)
김복희는 1986년 태어났다.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희망은 사랑을 한다』, 산문집으로 『노래하는 복희』『시를 쓰고 싶으시다고요』가 있다. 2024년 제69회 현대문학상 수상작으로 시집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