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SM 소속 아이돌의 홀로서기는 현재진행형이다. 활동 중 몇 번의 싱글 발매를 통해 개인 활동의 가능성을 열어두었지만, 태연, 티파니 등 동료들과 비교하면 서현의 솔로 음반이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다소 의아할 수도 있지만, 소녀시대의 유닛 그룹 태티서와 뮤지컬을 거치며 내공을 다진 그는 팀 내 성실한 조력자에서 ‘디바’로 향하는 길을 선택했다.
일곱 개의 수록곡은 무지개를 채우는 대표 색조와 같이 개성이 뚜렷하다. 팝 댄스, 알앤비, 발라드 등 다채로운 장르가 켜켜이 담겨있는데 이미지 선택에 있어 수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수만의 반대를 무릅쓰고 타이틀곡으로 낙점했다고 전해지는 「Don’t say no」는 SM의 명실상부한 대표 프로듀서 켄지(Kenzie)의 손길이 닿았다. 알앤비 팝 장르에 캐치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으로 그룹 활동에서 개인 활동으로 전환할 때 생기는 부담감을 줄여주기에 적합하다. 후렴구 앞뒤에 배치한 클랩은 상승감을 살리고 이후 잘게 나뉜 하이햇은 팝 댄스 장르의 댄서블 포인트를 환기한다.
나머지 트랙의 가사는 모두 그의 손끝에서 나왔다.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SM의 제작과정에 단독으로 이름을 올린 것은 괄목할만한 업적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거둔 경험과 상상력이 만나 가사의 내러티브를 강화했다. 에릭남의 피쳐링이 담긴 커플 송 「Hello」는 달달한 가사를 바탕으로 듀엣 트렌드를 연장하고 발라드 「혼자 하는 사랑 (Lonely love)」은 섬세한 사랑 해석에 공감하게 된다. 서현 특유의 안정적인 보컬이 장점으로 주목할 만한 트랙들이 즐비한데 「Magic」과 「Bad love」에서는 그동안 쉽게 만날 수 없었던 도발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미디움 템포 곡 「달빛 (Moonlight)」은 몽환적인 분위기에 편안히 귀를 맡길 수 있는 EP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트랙이다.
데뷔와 함께 형성된 ‘바른 생활’ 이미지는 그를 정의하는 캐치프레이즈였다. 꼼꼼함과 성실함이 오롯이 드러나 완성도를 더했고 제작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지분을 늘렸다. 궤도에 오른 프로듀싱 팀은 그간의 성공 요소를 모아 첫 도전을 하는 아티스트의 안착을 도왔지만, 결과물은 다소 평이하다. 앨범이 갖는 유기성보다 싱글을 모아 놓은 듯 각각의 트랙의 독립적인 성향이 강하다. 소속사에서 여러 차례 그룹 아티스트의 개인 음반이 나오며 어느 정도 스타일이 정형화된 가운데 조금 더 과감하게 그가 가진 뜻밖의 매력을 강조해도 좋지 않았을까. 그룹 커리어를 발판 삼아 타 분야로 전환하는 사례는 심심찮다. 그런 유행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디스코그래피를 계속해서 이어가고자 하는 열의는 멋지다. 시작이 과도기라 해도 아니라고 말하긴 아직 이르다!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