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러블리즈, 주특기는 여덟 가지

러블리즈 〈R U Ready?〉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각자의 장점을 한껏 부각해 독창성을 발휘하고, 그와 더불어 대중 취향과 거리를 좁혔다는 점에서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만한 결과물이다.

1.jpg

 

 

온통 덧셈이다. 귀를 기울일수록 편곡의 풍부함이 체감돼 쉽게 넘길 트랙이 하나 없다. 흥미로운 건 「Destiny」 이전의 러블리즈였다면 충분히 타이틀곡으로 선정했을 법한 유형의 곡들이 이제는 2번 트랙 너머의 수록곡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아마 2년 전에는 스트링으로 꽉 채운 「숨바꼭질」을 타이틀로 정하지 않았을까. 신작에서는 그룹을 벗어나서는 특별히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멤버 개개인의 캐릭터를 진화시켜 달콤, 상큼, 성숙, 고독의 총천연색 이미지를 전부 소화한다. 곳곳에서 자신감이 넘친다.


시간 싸움에서 난항을 겪고 있었다. 너무 음악성에만 치중한 나머지 반복 청취를 위한 자극이 부족하다는 게 거듭된 패인(敗因)이었다. 그러던 중 「Ah-Choo」의 히트로 성공 반열에 오르는 듯하더니, 이후에 내놓은 「그대에게」와 「Destiny(나의 지구)」가 「Ah-Choo」를 받쳐주기에 다소 미미한 성과를 냈다. 엎친 데 덮친 격. 문화체육부 발(發) 차트 집계 변동의 첫 타자로 지목돼 소동을 겪었다. 발매 당일 러블리즈의 자리로 추정되는 순위 데이터가 아예 사라진 것. 19위와 21위 사이의 텅 빈 곳이 종일 분노의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WoW!」는 승부수다. 이전까지 러블리즈가 받았던 무난하다, 심심하다는 평은 이 곡을 통해 반전을 손에 넣는다. 도입부터 펑키(funky)한 베이스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포인트 단어인 “와우”의 연타로 아이돌 식 후크를 갖췄다. 잦은 분위기 전환으로 속도감을 높여 듣는 재미가 있고, 후반부에는 소위 (고음을) 지르는 구간까지. 리너스(러블리즈의 팬클럽인 ‘러블리너스’의 줄임)가 아닌 리스너들이 즐기기에도 좋을 만한 성분을 고루 주입했다.


가사를 해석하기에 조금 난해할 수 있을 타이틀곡의 특성(좋게 말하면 독특함, 나쁘게는 이질감)을 경계해 균형추도 구비했다. 언제나 환상적인 스토리텔링을 선보였던 러블리즈에게 주인공(사랑의 대상)의 뒤에서 그를 애타게 바라보는 「Cameo」는 안성맞춤의 캐릭터. 그룹에게 편안한 옷이며, 대중에게도 익숙한 이미지다.


일부 멤버에게 쏠려있던 비중도 조금씩 밸런스를 되찾아가고 있다. 8명을 3개의 집합으로 분할해 만든 유닛 곡은 단체 곡에 결코 뒤지지 않는 인상을 남긴다. 보컬 라인인 케이(Kei), 베이비소울, 진(JIN)을 발라드 트랙인 「새벽별」에, 발랄한 이미지의 류수정, 이미주, 정예인을 록킹한 기타 팝 「The」에, 깜찍한 음색의 유지애와 서지수를 동화적인 터치의 보사노바 곡 「나의 연인」에 각각 배치했다. 설령 기술적인 완성도에 흠을 남길지라도 보컬 그룹이 아닌, ‘아이돌 그룹’으로서의 기획 방향을 고수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절차였다. 호흡의 서투름은 애정이 식는 것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음반의 구성에 설득력이 있다.


1990년대의 그림자로만 남지 않기 위해 팀은 끊임없이 연구했다. 그 결과로 직전의 곡 「Destiny」에서 파생한 마이너 조성의 후렴구가 아련한 감성 코드를 여전히 지켜내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마냥 밝기만 한 곡으로 착각하게끔 전략을 세웠다. 멤버 유지애가 특징적인 목소리로 부르는 ‘킬링 파트’ 카드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한명 한명을 부각하는 기능을 하는 소절을 삽입했다. 물론 여전히 프로듀서의 기운이 강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러블리즈 대신 원피스(1Piece)의 이름이 먼저 떠오를 때의 아쉬움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멤버 구성에 대한 당위성을 찾아 그들 각자의 장점을 한껏 부각해 독창성을 발휘하고, 그와 더불어 대중 취향과 거리를 좁혔다는 점에서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만한 결과물이다. 필살기는 약할지언정, 주특기는 여덟 가지나 된다.


홍은솔(kyrie1750@naver.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러블리즈 (Lovelyz) 2집 - R U Ready?

<러블리즈>17,100원(19% + 1%)

러블리즈 매력에 빠질 ’준비 됐나요?‘ Lovelyz 2nd Album [R U Ready?] 걸그룹 러블리즈가 돌아온다. 러블리즈(베이비소울, 유지애, 서지수, 이미주, Kei, JIN, 류수정, 정예인)는 지난해 4월 발매한 미니2집 ‘어 뉴 트릴로지(A New Trilogy)’에 이어 10개월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수많은 사랑의 사건들에 관하여

청춘이란 단어와 가장 가까운 시인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이번 신작은 ‘생의 암호’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언어화되기 전, 시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사랑의 사건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아름답고 처연한 봄, 시인의 고백에 기대어 소란한 나의 마음을 살펴보시기를.

청춘의 거울, 정영욱의 단단한 위로

70만 독자의 마음을 해석해준 에세이스트 정영욱의 신작. 관계와 자존감에 대한 불안을 짚어내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결국 현명한 선택임을 일깨운다. 청춘앓이를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결국 해내면 그만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마주해보자.

내 마음을 좀먹는 질투를 날려 버려!

어린이가 지닌 마음의 힘을 믿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 신작! 장갑 초등학교에 새로 전학 온 발가락 양말! 야구 장갑은 운동을 좋아하는 발가락 양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호감은 곧 질투로 바뀌게 된다. 과연 야구 장갑은 질투심을 떨쳐 버리고, 발가락 양말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위기는 최고의 기회다!

『내일의 부』, 『부의 체인저』로 남다른 통찰과 새로운 투자 매뉴얼을 전한 조던 김장섭의 신간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며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를 중심으로 저자만의 새로운 투자 해법을 담았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 삼아 부의 길로 들어서는 조던식 매뉴얼을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