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그 넘치는 가사, 트랩 비트와 삼연음 플로우. 그야말로 오늘날 힙합 트렌드의 모든 것이 집약된 앨범이다. 우스꽝스러운 ‘댑 댄스’를 널리 퍼트린 장본인답게 두 번째 정규앨범에서도 군데군데 넘치는 장난기와 흥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지만, 전작에 비해 더욱 완숙해진 음악성과 랩 실력은 이들이 그저 트렌드 받아쓰기에나 열심인 한심한 그룹이 아님을 분명하게 말해 준다. 물론 장점인 동물적인 감각도 전혀 잃지 않았다.
멜로디도 없이 리듬만으로 캐치한 훅을 마구 뽑아낸다. 구찌 메인과 함께한 「Slippery」의 훅은 진득하게 달라붙고, 「Big on big」에서는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스웩을 자랑한다. 지금도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두고 치열하게 경합 중인 앨범 최고 히트곡 「Bad and boujee」의 "Rain drop, Drop top"은 두 말할 것도 없는 킬링 파트. 전담 멤버 없이 오프셋(Offset)과 테이크오프(Takeoff), 콰보(Quavo)가 돌아가며 수록곡들의 훅을 담당하는데도 구멍이 느껴지지 않는다.
‘힙합계의 악동들’이라는 이미지를 증명하듯 가사의 주된 주제는 마약과 흥청망청 인생. 우리에겐 ‘연결고리’로 익숙한 삼연음 플로우의 「T-shirt」는 유머러스한 갱스터 마약상의 이야기가 드러난다. 그러나 화려한 물신주의와 돈 자랑 뒤엔 뒷골목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고민한 흔적이 묻어 있다. 「Call casting」의 화자에게는 아예 마약 밀매와 파티에 대한 장인정신까지 느껴지지만, 그는 총을 집어든 자신의 모습과 선을 넘었다는 이유로 흑인이 죽는 현실을 회의하기도 한다.
음악적 방향을 함께하는 젊은 동료들의 지원도 눈에 띈다. 첫 곡 「Culture」부터 포문을 여는 DJ 칼리드를 비롯해 투 체인즈(2 Chainz),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 신예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등 ‘핫한’ 래퍼들이 모여 앨범에 각자의 색깔로 힘을 보탰다. 어느덧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트랩 스타일, 그 선두를 달리는 삼두마차가 패기롭게 속도를 더해간다.
조해람(chrbbg@gmail.com)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