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넘어선 그 무언가, 엘피(LP)
내면에 대한 깊은 고뇌가 훌륭한 작품을 생성했다.
글ㆍ사진 이즘
201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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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최고 기온 58℃에 육박한다는 캘리포니아 주 데스 밸리(Death Valley) 한 가운데 우두커니 놓여있는 상상에 빠져볼까. 1년 내내 비도 오지 않는 그 곳에서 온 몸 녹아지는 가운데 작열하는 태양을 넘어선 그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본명 로라 퍼골리지(Laura Pergolizzi)의 앞 글자를 데려와 작명한 여성 싱어송라이터 엘피(LP)의 음악이 그렇다.

 

2007년 백 스트리트 보이즈의 작곡가로 음악계에 데뷔해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 리아나에게 곡을 제공하여 이름을 알린 아티스트. 벌써 2001년, 2004년, 2014년 3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해 무시하지 못할 관록이 녹아있다. 앨범 커버를 살펴볼까. 남성인지 여성인지 쉬이 구분하기 힘든, 밥 딜런이나 티 렉스의 마크 볼란 혹은 더 큐어 보컬 로버트 스미스(Robert Smith)를 연상시키는 그 앙상한 실루엣이 흑백사진 안에 담겨 있다. CBGB의 상징 패티 스미스의 〈Horses〉가 떠오르는 시점이다.

 

이미 유명 기타 제작사 마틴(Martin)의 첫 여성 홍보대사로 공헌된 뮤지션이기에 연주로 자유자재로 청중의 시야를 좁혔다 넓히는 그 특기를 여실히 펼친다. 첫 곡이자 블루지한 리듬 기타와 함께 뒷부분 고조되는 보컬로 로큰롤 거장에 대한 헌사를 바치는 「Muddy Waters」, 공간감 가득한 코러스에 흠뻑 빠져 황량한 느낌을 표현하는 「Lost on you」가 그렇다. 앨범 제목이기도 한 「Death valley」에서는 사막 속 디스코텍의 열기가 표현되며 떠나간 사랑에 대한 장송곡인 마지막 「Other people」은 그간 보여주지 않은 고음역대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앨범 전반에 서려있는 자신감 넘치는 외침이 얼굴 없는 가수 시아(Sia)의 그것과 닿아있다. 보컬이 가진 매력뿐만이 아니다. 보통 레코드판 중에서도 1분에 33번하고도 1/3번 더 회전하는 롱 플레이(Long Play) 판을 지칭하는 LP, 그 이름에 스며있는 고전의 향기가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밥 딜런의 전기 영화 〈I’m Not There〉에서 여자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그의 여성적 자아 주드 퀸(Jude Queen)과 맞닿아있다. 내면에 대한 깊은 고뇌가 훌륭한 작품을 생성했다.

 

2016/07 이기찬(Geechan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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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