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코드 진행과 멜로디, 개러지 펑크 특유의 까끌까끌한 기타 톤, 가볍게 넘실대는 그루브, 냉소적이면서도 조금은 불안하기도 한 텍스트, 툭툭 내뱉는 보컬, 변칙적인 리프와 솔로잉, 이따금씩 등장하는 노이즈와 신스 리프와 같은 여러 요소들이 또 다시 새 음반의 내용을 구축한다. 영락없는 뉴욕 펑크. 해당 스타일의 적자(嫡子)로서 파케이 코츠는 이번에도 그 사운드를 훌륭하게 이어간다. 미니멀한 펑크의 기틀 위에 빈티지한 키보드 라인을 얹은 모던 러버스 식의 멋진 오프닝 트랙 「Dust」, 토킹 헤즈를 연상시키는 리드미컬한 펑크 록과 텔레비전 풍의 전위적인 기타 솔로가 함께 등장하는 「One man no city」,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한 자락처럼 나른하게 늘어지는 「Steady on my mind」 등의 트랙에서 그룹의 배경을 찾아볼 수 있다.
뉴욕 펑크의 앞선 지점들로부터 받은 영향이 이처럼 상당하나 파케이 코츠는 이전의 여러 앨범에서도 그래왔던 것처럼 구식의 자취에 무작정 매몰되지 않는다. 이들은 오늘의 밴드로서 낼 수 있는 근사한 장치들을
그렇기에 작품은 다소 어렵게 다가오기도 한다. 허나 잘 들어보자. 종잡을 수 없이 튀어 다니는 사운드 사이사이에는 파케이 코츠가 뽑아낸 잘 들리는 멜로디들이 존재한다. 매력적인 선율을 지닌 「Outside」의 쾌활한 펑크 사운드는 앞서 「Dust」와 「Human performance」가 남긴 난해함을 상쇄하며, 앤드류 새비지와 오스틴 브라운이 함께 만드는 「Paraphrased」에서의 캐치한 기타 리프는 직전의 트랙 「I was just there」가 의식의 흐름에 온몸을 맡기면서 형성해놓은 어지러운 분위기를 걷어낸다. 독특한 메인 리프에 가려진 「Berlin got blurry」의 간편한 코드 진행과 은근하게 매혹을 뿜어내는 「Keep it even」과 「Steady on my mind」, 깊고 너른 울림을 더해 차분하게 앨범의 막을 내리는 「It’s gonna happen」의 보컬 멜로디 또한 이들의 송라이팅이 빛을 발하는 주요한 증거들. 정형성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수작들로 줄 세운 디스코그래피에 밴드는
2016/04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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