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전시] 론 뮤익 개론서
사람을 똑 닮은 조각들, 론 뮤익은 누구인가?
글 : 안동선 (미술 전문기자), 국립현대미술관
202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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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뮤익》 전시 전경


사람을 똑 닮은 조각을 보기 위해 미술관에 많은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 이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개막한 《론 뮤익》 개인전 얘기다. 전시를 관람하기 전에, 론 뮤익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론 뮤익은 1958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님은 독일계 이민자로, 장난감 인형 공장을 운영했다. 론 뮤익은 어릴 적부터 다양한 인형에 둘러싸여 자라며, 마리오네트와 꼭두각시를 가지고 가상의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즐겨 그렸다. 성인이 된 후, 론 뮤익은 자연스럽게 텔레비전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움직이는 인형을 제작하는 일을 시작했고, 빠르게 인정을 받았다. 1986년에는 전설적인 인형극 제작자인 진 헨슨이 데이비드 보위와 제니퍼 코넬리를 주인공으로 삼아 감독한 판타지 영화 <라비린스>에 참여했다. 그는 ‘루도’라는 털복숭이 괴물 캐릭터 인형을 제작했으며, 탈을 쓰고 직접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시기, 론 뮤익은 영국으로 이주하여 헨슨과 협업하며 독립적으로 특수효과 회사를 운영하여 명성을 얻었다.  

 

론 뮤익은 1990년대 중반, 그의 장모이자 유명 화가인 파울라 레고의 요청으로 미술계에 데뷔하게 된다. 1996년, 레고는 영화와 회화의 연관성을 탐구하는 전시 《Spellbound: Art and Film》을 위해 론 뮤익에게 피노키오 캐릭터를 조각으로 제작해줄 것을 부탁했다. 이는 월트 디즈니에서 받은 영감을 표현하기 위해 회화 작품과 함께 설치하기 위함이었다.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열린 단체전에 출품된 이 작품은 영국의 수퍼 컬렉터 찰스 사치의 주목을 받아, 1997년 전시 《Sensation》에 뮤익이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42명의 작가들로 구성된 이 전시에서 뮤익은 자신의 아버지가 사망한 직후의 모습을 약 2/3 크기로 축소한 조각을 선보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Dead Dad>(1996-97는 데미안 허스트의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담긴 상어, 마크 퀸의 피로 만든 자소상, 트레이시 에민의 성관계 목록이 적힌 텐트 작품 사이에서 깊은 충격을 남겼다. 

 

뮤익은 그 후 현대 미술계의 아웃사이더로 남기를 선택하고 은둔한 채 창작 활동에 몰두했다. 지난 30년간 발표한 작품은 48점에 불과하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 《론 뮤익》 개인전은 그중 시기별 주요 작품 10점을 아시아 최대 규모로 소개한다. 작품 수가 적고, 크기도 5m, 6m에 이르기 때문에 10점이 모이는 이번 전시는 매우 귀중한 기회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 공동 주최로 열리며, 까르띠에 재단은 2005년부터 뮤익의 작품 활동을 후원해왔다. 


<침대에서>, 2005, 혼합 재료, 162 × 650 × 395 cm.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컬렉션

 <나뭇가지를 든 여인>, 2009, 혼합 재료, 170 × 183 × 120 cm.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컬렉션


뮤익은 작품을 제작할 때 점토로 원형을 만들고, 섬유유리로 몰드를 제작한 후, 실리콘이나 레진을 부어 최종 작품을 만든다. 마지막 단계에서 피부의 주름, 핏줄은 물론 점, 솜털, 머리카락, 수염까지 섬세하게 재현하여 고밀도의 사실성을 추구한다. 이러한 극도의 실재성에도 불구하고 뮤익의 인물은 언제나 실제보다 너무 크거나 다소 작아 명백한 비현실성을 전달한다. 이와 같은 충돌은 관람자의 인식과 감각을 뒤흔들고 감정의 동요를 일으킨다. 이러한 환영의 충격과 유희는 인간 존재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에 가 닿아 심도 깊은 사유로 나아가게 한다. 론 뮤익의 작품에서 대체로 어두운 표정의 인물들은 우리가 간과하거나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질문을 던진다. “당신에게 삶이란 무엇인가? 죽음은? 당신은 행복한가? 슬픈가?”와 같은 기본적이지만 심오한 질문들이다. 론 뮤익은 이렇게 말한다. “비록 표상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내가 포착하고 싶은 것은 깊이다.” 

 

《론 뮤익》의 마지막 전시실에는 프랑스 사진가이자 영화 감독인 고티에 드블롱드가 25년간 기록한 사진과 <스틸 라이프: 작업하는 론 뮤익>이라는 영화를 통해 그의 작업 철학과 일상적인 작업 현장이 드러난다. ‘정물’이라는 제목이 붙은 작업하는 모습은 론 뮤익과 두세 명의 어시스턴트 사이의 침묵을 채워주는 라디오 소리로 가득한 고요한 작업실에서의 일상을 담고 있으며,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이 작가의 본질이 그대로 느껴진다. 


 

현재 60대 후반인 론 뮤익은 영국 최남단에 있는 와이트 섬에서 살고 작업하며 지난 30년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정해진 시각에 작업을 하고, 바다에서 수영을 하거나 손주들과 VR 게임을 하고 새를 관찰하는 취미를 갖고 있는 평화롭고 수행적인 일상. 그 속에서 태어난 작품들이 전하는 일관된 메시지는 관객을 향해 열려 있다. 2005년 개인전을 기획했던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그라치아 콰로니 큐레이터는 론 뮤익의 작품을 “관객 각자에게 자기 이야기를 투영시키는 거울”로 설명한다. 그의 예술은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깊이를 탐구하는 지속적인 여정으로, 관람자가 각자의 삶과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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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선 (미술 전문기자)

15년간 패션 매거진 <하퍼스 바자> 등에서 일했다. 현재는 미술 전문 기자로 활동하며 미술 에세이 『내 곁에 미술』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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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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