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옥션 '컬렉터 소장전'. 사진 촬영 및 제공 : 아티피오
9월은 바야흐로 미술의 달이다. 키아프·프리즈가 서울에 자리 잡은 지도 어느덧 4년째. 2022년 두 아트페어가 코엑스 공동 개최를 선언했을 당시,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를 서울에서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매년 가을이면 코엑스는 세계 각국에서 온 관람객과 컬렉터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홍콩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아시아 미술 시장의 무게 추가 점차 서울로 기울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K-컬처의 확장성에 힘입은 아트 마켓의 상승세는 도시의 위상을 높이 끌어올렸다. 이제 9월의 서울은 전 세계 미술인의 이목을 사로잡는 무대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코엑스 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서 미술 전시가 펼쳐지고 있다.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리는 ‘컬렉터 소장전’도 그 중의 하나다. ‘색채의 마술사’ 데이비드 호크니를 비롯해 조지 콘도, 뱅크시, 안토니 곰리, 헤르난 바스 등 거장의 작품들이 집결해 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고 거래가 속도감 있게 이뤄지는 아트페어와 달리 이곳은 한 작품 앞에 오래 머물며 사유하기 좋은 공간이다. 전시회 제목처럼 실제 컬렉터가 오랫동안 간직하며 아껴온 미술품 들이기에 작품의 예술성과 함께 작품을 소유한 이들의 안목과 취향을 엿보는 재미도 있다.
시공의 경계를 넘어서는 의자의 체험
(왼쪽) 데이비드 호크니 ‘Pictures at an Exhibition’, 2018 (오른쪽) 데이비드 호크니 ‘30th May 2021, From the Studio’, 2021 ⓒ David Hockney. 사진 촬영 및 제공 : 아티피오
전시장 중앙엔 나무 의자가 놓여 있다. 처음엔 관람객의 휴식을 위한 의자인가 싶었는데 벽에 걸린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작을 보는 순간 전시 연출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폭 9m에 달하는 사진 드로잉 〈전람회의 그림(Pictures at an Exhibition)〉에는 인물들이 저마다 다른 자세로 의자에 앉아 있다. 작품 속 장면은 전시장에 놓인 현실 속 의자들과 묘하게 겹쳐지며 시공을 넘어 교감하는 체험을 맛보게 해준다. 단순한 감상을 넘어 작품 속의 한 인물이 되어 낯선 세계를 경험하는 듯한 느낌이다.
호크니의 노르망디 풍경화, 팬데믹 속 희망을 칠하다
호크니의 사진 드로잉 작품 옆에는 또 다른 대작 <30th May 2021, From the Studio>가 전시돼 있었다. 암울한 팬데믹 시기 프랑스 노르망디에 머물며 아이패드로 그린 연작 중 하나이다. 파노라마처럼 길게 이어진 화면에는 구름의 부피감, 풀잎의 리듬, 빨간 지붕의 결이 살아 있다. 아이패드 드로잉인데도 실제의 붓질처럼 보이는 디지털 선과 색감이 따듯하고 포근하다. 고립과 단절의 역경을 넘어서는 봄의 기운, 희망의 메시지가 화면 가득 채워져 있다. 동시대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가 평소 강조해 온 “예술로 절망을 경감한다”는 메시지가 가장 명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호크니 작품의 컬렉터는?
데이비드 호크니 ‘30th May 2021, From the Studio’, 2021 ⓒ David Hockney. 사진 촬영 및 제공 : 아티피오
<30th May 2021, From the Studio>는 국내에서 올해 첫 선을 보인 작품이어서 관람객에겐 더욱 특별한 전시다. 영국의 한 컬렉터가 오랫동안 소장해 온 작품을 아티피오가 직접 매입해 국내에 들여와 제1호 청약 작품으로 소개된 작품이다. 전통적으로 소수 컬렉터들의 전유물이었던 블루칩 미술품의 소유권이 이제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조각투자’라는 방식을 통해 여러 사람에게 쪼개져 공동 소유하게 되는 새로운 흐름이다. 미술품 소유의 개념을 바꾸며 예술 향유의 기회를 확대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셔터 아래 망치를 든 쥐, 뱅크시의 메시지는?
뱅크시 ‘KEEP OU’, 2019 ⓒ Banksy. 사진 촬영 및 제공 : 아티피오
대형 철제 셔터 밑에 쥐 한 마리가 있다. ‘KEEP OUT’이라는 문구에서 떨어져 나온 ‘T 자’를 망치처럼 들고 자물쇠를 부수려는 모습. 뱅크시의 대표 캐릭터인 쥐(Rat)가 ‘컬렉터 소장전’ 한 구석에 등장했다. ‘ART’에서 T를 바꾸면 ‘RAT’가 되듯 뱅크시의 작업에서 쥐는 예술과 저항을 동시에 상징하는 캐릭터다. 위쪽에 적힌 ‘Customs’와 ‘EU’라는 문구가 겹쳐지며 이 작품은 브렉시트와 국경, 통제와 장벽의 문제를 환기한다. 데이비드 호크니가 의자로 관객을 작품과 연결했다면 뱅크시는 셔터 앞 쥐의 망치질을 통해 전시장을 전시장 밖 세상과 연결하려 시도한다.
사유의 장으로 관객을 초대하는 공간
‘컬렉터 소장전’은 단순히 소장품을 선보이는 전시가 아니다. ‘2025 프리즈 ∙ 키아프 서울’의 열기 속에서 관람객들을 작품 세계 속으로 초대해 사유의 시간을 체험하게 하는 공간이다. 또 국내에서 만나기 힘든 걸작의 예술적 가치를 눈으로 확인하며 미술품 투자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는 기회다. 컬렉터의 시선을 따라가다 컬렉터의 세계로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전시이다.
전시 정보
전시명 : <The Collection> (컬렉터 소장전)
기간 : 2025. 9.2(화)~9.8(월)
관람 시간 : 매일 10:00-19:00
장소 : 서울옥션 강남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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