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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시컬에 대한 좋은 욕심, 자이온(Xion)

자이온(Xion) 〈Mysel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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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을 사용했음에도 인공미를 최대한 덮은 것, 간간히 들리는 디즈니 삽입곡의 터치 등으로 보아 분명 클래시컬한 무언가에 대한 좋은 욕심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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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닉 대신 음색으로 밀고 나가는 뮤지션들의 전형적인 어법을 보인다. 초반부터 음정이 흔들리고, 음절마다 호흡이 끊어질 정도로 안정과는 거리가 먼 보컬은 자신의 가창력보다는 곡 전체의 이미지에 승부를 맡긴다. 싱어송라이터 자이온(XION)의 EP <Myselves>는 이제 막 데뷔하는 이의 풋풋한 향기가 느껴지지만, 동시에 매우 익숙한 기조 안에 자리한다.

 

재밌는 건 프로그래밍 된 가상악기의 색감이 리얼 악기와 닮아있다는 점이다. 앨범의 인트로 격인 「Myselves」에서는 호른을 연상시키는 전자음이 길게 쭉 뻗어 나오며 귀를 사로잡는다. 「너와 닮아가」의 후반부에서 후경을 채우는 소리는 현악기 피치카토, 「실수투성이」의 간주를 채우는 선율은 클라리넷을 염두에 둔 듯하다. 인스트루멘탈 트랙인 「Memory」의 스트링 소리는 리버브를 크게 준 나일론 기타에 의해 공간감을 형성하고, 둘의 소리가 잘 섞이게 된다. 이런 시도는 곡의 부피를 크게 해주고, 비교적 쉬운 진행 속에서도 풍부함을 더한다.

 

다만 독창성을 찾기 힘들다는 데서 아쉬움이 생긴다. 언뜻 악보 상으로는 공통점이 없어 보여도 전체적인 흐름에서 다수의 레퍼런스를 찾을 수 있는데, 「그댈 보내고」의 후렴구는 가수 박지윤의 「바래진 기억에」를, 「실수투성이」는 스탠딩에그의 「사랑한다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 똑같은 패턴의 세븐 코드로 곡을 끝까지 이어가는 「너와 닮아가」 역시 달콤한 기타 팝 음악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방식이다. 분위기의 측면에서는 넓게 보면 루시드폴, 원모어찬스, 10cm, 목소리 톤은 에피톤 프로젝트, 권영찬까지 생각난다. 대체할 수 없는 그만의 개성이 부재하다는 뜻이다.

 

프로그램을 사용했음에도 인공미를 최대한 덮은 것, 간간히 들리는 디즈니 삽입곡의 터치 등으로 보아 분명 클래시컬한 무언가에 대한 좋은 욕심이 엿보인다. 최소한 이번 음반만큼은 보컬이 들어간 트랙보다는 연주곡에서 효과를 봤다. 지금보다 좀 더 큰 편성에서는 어느 정도의 힘을 발휘해낼지 궁금해진다. 설익음을 벗기 위해 규모에 대한 적극성과 촘촘한 밑그림이 요구된다.

 

2016/04 홍은솔(kyrie17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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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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