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땅콩회항’, 남양유업의 대리점 밀어내기 강매, 몽고간장 명예회장의 운전기사 폭행, 미스터피자 회장의 폭행 등…. SNS가 발달한 요즘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모두 잠재적인 오너리스크를 안고 있다. 그렇다면 위기를 겪고도 살아남는 기업들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20여 년간 매일경제신문에서 국내외 기업과 정부, 정치권 등을 취재하고 연구해온 김대영 기업전문기자가 『평판이 전부다』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들려준다. 저자 김대영은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후 일본 호세이(法政)대 대학원(석사), 동국대 대학원(박사)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대학 때부터 평판, 브랜드, 마케팅전략 등에 관심이 많았다. 〈매일경제〉 경제부, 산업부, 정치부, 사회부, 국제부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고 현재는 중소기업부장을 맡고 있다.
땅콩회항에서부터 몽고간장의 운전기사 폭행 사건, 최근에는 미스터피자 회장의 경비 폭행 사건까지 우리나라에서 자꾸 갑질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상명하복의 군대문화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나아졌다고 하지만 과거 군 복무시절을 회상해보면 고참은 자신보다 계급이 낮은 부하에게 일상적으로 갑질을 해댑니다. 갑질을 당한 부하들이 고참이 되면 자신들도 비슷한 갑질을 합니다. 이 같은 군대문화가 한국의 기업문화나 조직문화, 심지어 가정에서의 가부장적 문화로까지 스며들었습니다. 여기에 한국인 특유의 ‘빨리 빨리 문화’까지 겹쳐서 많은 사람들이 참거나 기다리지 못하며 남에게 관용을 베풀지 못합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일제 식민지 때의 지배자-피지배자 문화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제가 전략적으로 완장을 찬 소수의 특권층을 만든 후 일반 서민들과의 소통을 단절시킨 잔재가 남아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 2세, 3세 경영이 많아진 것도 한 요인으로 보입니다. 창업 세대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사회의 밑바닥을 경험하고 서민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를 잘 압니다. 그러나 오너 2세, 3세로 내려갈수록 워낙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랐기 때문에 사회와의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눈살을 찌푸리는 돌출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생각됩니다.
대기업은 한 번 평판에 타격을 입으면 중대한 피해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위기관리를 사전에 하는 경향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위기대응 컨트롤타워를 만들어놓는 경우가 드뭅니다. 중소기업을 위한 위기 대처 방법, 효과적인 컨트롤타워 만들기 방법을 추천해준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정확히 보셨습니다. 대기업은 위기가 닥치더라도 즉각적으로 대응할 인력이 있고, 시스템도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재력도 튼튼해서 위기를 버텨낼 체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에 위기가 닥치면 말 그대로 한방에 ‘훅~’하고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소기업의 위기 관리는 더욱 중요합니다.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은 ‘기업평판=오너의 개인평판’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너가 더욱 잘 해야 합니다. 우선 본인 주위에 있는 운전기사를 비롯해 직원들을 잘 대우하고 처신을 잘 해야 합니다. 아울러 자사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위기의 유형을 선별해서 가끔은 임직원들과 대처방안을 논의하고 공유해야 합니다. 미디어를 이해하고 있는 임직원들을 중심으로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놓고 본인도 그 위기관리 시스템 안에 들어와 있어야 합니다. 정작 오너 본인이 위기를 발생시킨 장본인인데도 위기관리시스템 밖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전혀 문제 해결이 안 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죠.
올바른 사과문 작성을 위한 팁은 무엇이 있을까요?
서양에서는 사과가 개인의 잘못을 인정하는 행위이지만 동양문화에서는 어그러진 사회적인 관계를 회복하려는 의지나 노력으로 해석됩니다. 이 때문에 동양에서는 문제를 일으킨 기업 오너가 사과하지 않고 사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제품 불매운동 등 집단적인 반발에 봉착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좋은 사과문에는 다섯 가지 표현이 담깁니다. 우선, 자신(자사)이 다른 사람에게 물질(정신)적 피해를 입혔다는 잘못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 다음, 사건이 벌어지게 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적시해야 하고, 피해자를 향한 진정성이 담긴 죄송하고 미안하다는 표현이 있어야 합니다. 재발 방지 약속이 담겨야 하고, 이 모든 것을 신속하게 실행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평판의 종류를 외부평판과 내부평판으로 나눴습니다. 내부평판을 높이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선, 직원들을 내부의 고객으로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유통업체의 경우 매장의 매니저를 포함해 과장이나 차장급 등 중간관리자들을 더욱 배려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소비자를 가장 잘 알고 있으면서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사원들의 만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이 즐겁고 신바람 나게 일할 환경을 조성하는 일을 고민해야 합니다. 직원들의 감정이나 태도가 좋은 상태이어야 이 긍정적인 분위기가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유통점포에는 본사 소속의 정규직을 비롯해 여러 고용형태의 종업원들이 존재하는데, 소비자와 대면하는 사람들은 소속이나 직급 구분 없이 자신과 해당 회사(점포)와의 심리적 거리를 줄이고 소속감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사용자가 아닌 노동자로서의 개인이 평판 관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예로 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회사의 오너가 아닌 이상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옮겨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만큼 근로자 스스로가 본인을 ‘1인 기업의 오너(CEO)’라고 생각하고 평소에 자신의 평판을 관리해야 합니다.
경력직을 채용하려고 할 때, 기업들이 체크하고자 하는 포인트를 염두에 두고 주기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성찰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본인의 업무 수행능력이나 전문성은 어느 정도인 지, 지금 있는 직장에서 어느 정도의 실적을 올리고 있는 지, 구성원들과 원만하게 지내면서 좋은 팀워크를 보여주고 있는지, 인맥이나 네트워크의 넓이와 깊이는 어느 정도인지, 대인관계를 포함한 인품이나 인격은 어떤 평가를 받는지, 사생활을 비롯해 가족관계 등은 원만한 지, 등을 정기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SNS로 평판관리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기업은 취업준비생에게 SNS계정을 요구하기도 하는데요, 이것 역시 기업의 평판에 위배되는 행위이지 않을까요? 기업이 개인을 고용함에 있어 평판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분명히 SNS 계정을 요구하는 기업의 행위가 스스로 평판을 해친다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완전히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채용이 약혼이나 결혼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싶은 것이지요.
사실 기업이 개인을 고용할 때 단번에 평판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습니다. 조금이나마 입사지원자를 잘 알기 위해서 외부의 유료 평판조회(reference check) 업체를 이용합니다. 또한 인사팀이 직접 나서서 해당 취업지원자와 함께 근무했던 직장동료들이나 과거 학교 동창생 등을 통해 평판을 체크하기도 합니다.
평판을 잘 관리하는 한국 기업이나 한국인 기업가의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 기업이나 한국인의 예에서 저희가 배울 점도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네요. ‘좋은 평판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이 평판을 망가뜨리는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는 워런 버핏의 말처럼 평판관리에서 만 점짜리 기업이나 개인은 없습니다. 평판은 하루아침에 형성되지도 않습니다. 물론 좋은 평판을 쌓기 위한 지름길이나 왕도도 없습니다. 스스로가 매일매일 좋은 평판을 쌓으려고 노력하고 부단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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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이 전부다김대영 저 | 매일경제신문사
이 책은 위기 전 미리 준비해야 할 체크리스트부터 위기 종류에 따른 대처법, 사과문 쓰기 전략, 위기 후 대처법 등 위기관리 방법을 체계적으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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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
201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