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종잡기가 어렵다. 그만큼 기묘한 앨범이다. 직선적인 록을 구사하는 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의 리더 조시 호미와 협업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처음 공개됐을 때 예상했던 보통의 개러지 록, 하드 록 음악과는 꽤 거리가 멀다. 앨범이 주는 느낌은 오히려 데이비드 보위와 작업했던 베를린 시절의
상반되는 두 특성이 함께 뒤섞여 앨범을 특별하게 만든다. 우선 음반은 정말 차분하다. 내달리는 곡이 하나라도 있을 법한데 도통 그렇지 않다. 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 혹은 조시 호미 식의 로큰롤이 배어있는 「In the lobby」가 가장 로킹한 곡에 해당하나, 스투지스 시절서부터의 모든 이기 팝을 함께 고려해보면 그리 썩 강렬하지만도 않다. 전체를 한번 훑어보자. 「Break into your heart」로 어두운 색감의 묵직한 공기를 뿜어내더니 이내 그 안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 음반의 마지막 「Paraguay」에 이를 때까지 한없이 절제된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 음악의 전면에 있는 이기 팝의 크루너 보컬은 너무 가라앉은 나머지 심지어는 지적으로 들릴 정도다. 그 뒤를 따르는 조시 호미의 기타 리프와 악틱 몽키스의 드러머 매트 헬더스의 드럼 라인 역시 절대 과하지 않다.
그러나 동시에, 앨범에는 상당한 완력 또한 감지된다. 첫인상이 아무리 낯설다 하더라도
완급 조절이 훌륭하다. 앨범에는 단순한 일변도적 접근이 없다. 침잠하는 색감을 외부에, 작품을 끌고 나가는 록 사운드를 내부에 배치시키며 작품 특유의 정적인 기조를 조성하면서도 이따금씩 트랙 한 가운데서 두 요소의 위치를 교차시키며 동적인 이미지도 만들어낸다. 이 재미있는 접근은
오랫동안 함께한 개러지와 펑크, 하드 록, 아트 펑크의 여러 인자와 음침한 색감이 교차해 갖은 마력을 자아내는
2016/03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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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