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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낙스(The Knocks), 진짜 일렉트로닉 댄스를 들려주마

더 낙스(The Knocks) -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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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디스코의 부활일지도 모르겠다. 데뷔 앨범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노련한 장르적 터치는 왜 더 낙스(The Knocks)를 주목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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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디스코의 부활일지도 모르겠다. 80년대의 정취를 한껏 머금은 「Classic」의 펑키함, 키치한 사운드를 재현해 낸 「Purple eyes」, 다프트 펑크가 떠오르는 하우스 넘버 「Collect my love」의 인트로와 「Comfortable」까지. 데뷔 앨범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노련한 장르적 터치는 왜 더 낙스(The Knocks)를 주목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한다.

 

리믹스 전문 듀오라고도 불리는 더 낙스는 M83과의 협업을 비롯해 케이티 페리, 크리스브라운, 1975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곡들을 재해석해왔다. 자연스레 넓어진 그들의 음악적 스펙트럼은 디스코 팝의 연장선에서 융합과 반복의 끊임없는 변주를 겪는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New york city」는 캠 론의 랩핑과 독특한 사운드 스케이핑으로 뉴욕을 하나의 자연으로 표현했고, 「Time」에선 라틴 리듬으로 전개되는 가스펠 풍의 댄스곡을 선보인다. 타이틀 곡인 「Love me like that」은 이미 한차례 레트로 팝과의 성공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던 칼리 래 젭슨의 보컬로 청량감을 선사하는 디스코 넘버다.

 

과거 EP <Magic>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벽한 배합률을 찾아내기라도 한 걸까. 듀오는 <55>를 통해 음악적 깊이와 대중성을 동시에 잡아냈다. 다양한 악기를 활용하며 예상치 못한 곳에 예상치 못한 사운드를 배치하여 반복성을 탈피한다. 피아노와 동양풍 현악 사운드에 전자음을 뒤섞어 웅장한 느낌을 주는 「New york city」는 물론, 밴드 매직맨(Magic Man)과의 콜라보인 「Cinderella」는 흡사 포스터 더 피플(Foster The People)의 전매특허인 리버브와 사운드 간의 빈 곳을 채우는 섬세한 빌드업을 상기시킬 정도.

 

개별 트랙들의 좋은 만듦새에도 불구하고 앨범 단위의 통일감은 떨어진다. 아무래도 전작 EP  <So Classic>의 트랙들과 기존에 발표한 싱글들을 합쳐놓다 보니 데뷔 앨범이 베스트 컬렉션의 느낌을 주는 듯한 「아이러니」는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55>는 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캐치한 멜로디에 중독적인 후크 구간이라는 팝의 전형을 따라가면서도 동시에 소리의 왜곡과 변주를 주어 러닝타임 내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곡 전개, 현재의 트랜드를 과거의 맥락에서 풀어내는 세련된 작법은 듣기 좋은 EDM을 탄생시켰다.

 

칼리 래 젭슨부터 워크 더 문, 알렉스 뉴웰, 와이클리프 진, 신예 싱어송 라이터 포이베 라이언 등, 트랙 리스트를 훑어보면 화려한 피쳐링에 먼저 눈이 가지만, 더 낙스가 인맥의 후광효과를 노리는 안일한 신인은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자신들의 명확한 음악적 세계를 구현해냈고, 피쳐링은 곡의 감질맛을 더하는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데뷔를 앞두고 저스틴 비버와 싸이를 배출한 SB프로젝트 레이블과의 계약은, 팝 음악계 역시 그들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55>는 정형화된 EDM이 범람하는 팝 시장에 진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더 낙스의 도전적 가치가 읽히는 앨범이다.

 

2016/03 정연경(digikid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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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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