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권에서 출간되는 도서들을 접하다 보면 아마존 1위,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와 같은 화려한 수식어를 단 책들을 만난다. 유명 작가의 신작 소식도 한발 빨리 듣게 된다. 이 책들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한국에 번역 출간되기도 한다. 혼자 알기엔 너무나 핫한 소식들, 알려드리겠다.
피넛츠는 찰스 M 슐츠가 1950년 10월 2일 부터 2000년 2월 13일 까지 50년 동안 일간지에 연재한 4컷 만화로, 우리나라에서는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로 잘 알려져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을 때는 75개 나라에서 2600개의 신문을 통해 21개 언어로 쓰여져 3억5천만명의 독자에게 읽혔다고 한다. 어린시절의 추억을 숫자로 풀어 이야기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지만 아무래도 얼마나 대단한가 하는 것을 전하는데에는 수치 만한 것이 없다. 그야말로 세대와 국경을 넘나들며 큰 사랑을 받은 것이다.
인기의 비결은 아마도 어딘가 어설픈 꼬마 주인공들이 만들어 내는 깨알 같은 재미와 위트, 무거움과 담백함의 적절한 조화 때문일 것이다. 화려한 색깔도,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볼거리도 없지만, 땅콩 만한 인물들은 완벽하지 않아서 사랑스럽고, 이들은 서로 화학작용하며 단 4컷 안에서 메시지를 전한다.
인물들은 2등신으로 묘사되는데 만화에서 SD(Super Deformed)라고도 불리는 이 표현 방식은 작은 신문 지면에 딱 맞았다. 얼굴을 크게 그림으로써 비교적 작은 공간에서도 표정을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었고, 이는 미국에서 4컷 만화가 정착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또한 이 비율의 캐릭터는 친근함을 주기 때문에 아이들 세계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국내에서도 어른들의 캐릭터 사랑은 여러 콜라보레이션으로 나타나 작년 한해 동안 무민, 스머프, 어벤져스 등 다양한 프로모션 상품들이 인기를 얻었다. 사실 My Busy Book 시리즈는 3세 이상의 어린이를 위한 놀이책으로 10쪽 가량의 이야기책과 놀이판, 작은 인형 12개가 들어 있는데, 기존에는 디즈니 캐릭터들로 출간 되어 아이들 사이에 인기가 좋았지만 최근 피넛츠, 스머프,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가 새로 나오면서 어른들이 더 신나서 찾는 책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른들의 고급 키덜트 취미에는 돈이 꽤 많이 들지만, 이 시리즈는 책 한 권 가격에 불과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캐릭터의 생명력이다. 찰리는 매번 루시의 장난에 넘어가고 어느 것 하나 잘 하는게 없다. 스누피는 강아지면서 주인 말을 마냥 따르지 않고, 라이너스는 그럴 나이가 지났지만 아기 때 쓰던 담요를 항상 가지고 다니며 손가락을 빠는 버릇까지 가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작가는 피넛츠의 마지막 연재가 실리던 날 은퇴 원고와 함께 세상을 떠났고, 이런 말을 남겼다. 이 만화를 통해 어린 시절 꿈을 이루었으며 찰리 브라운, 스누피, 라이너스, 루시를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슐츠가 창조한 어리숙한 꼬마들은 반백년을 살아남아 그가 떠난 후에도 여전히 잊혀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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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nuts Busy Book 비지북 피넛츠 피규어 책Charles M. Schulz | Phidal Publishing
An engaging storybook and toy in one activity kit! My Busy Books offer full-page illustrations, a story, 12 figurines, and a playmat that bring the characters to life and ignite your child's imagination. 3 years and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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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영(외국도서 MD)
어릴적 아버지가 헌책방에 다녀오시면 책을 한아름 사가지고 오셨습니다. 보통은 그림책이나 동화책이었는데 몇 권이 됐든 하루 이틀이면 다 읽어버리곤 했습니다. 다 읽은 책들은 읽고,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요, 어른이 된 지금은 책 한 권 끝까지 읽는 일이 너무도 어렵습니다. 침대 옆 책상위에는 항상 읽고 싶은 책들을 몇 권 씩 쌓아 놓지만 그저 쌓여 있기만 합니다. 가끔 가슴 뛰는 책을 만나면 몇 줄 씩 읽고는 멈추고 곱씹고, 다 읽고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서 일부러 아껴 읽습니다.
감귤
2016.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