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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리뷰 대전] 우리말로 들으면 얼마나 더 황홀할지

이 책, 국내 도입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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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소리에 조차 여러 감정이 실린 목소리를 듣고 있다보면 책을 읽을 때와는 다른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암전 속 핀 조명을 받은 배우 앞에 앉은 단 한 명의 관객이 되어 1인극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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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콜린 퍼스 주연의 ‘킹스맨’이 인기를 얻으면서 같이 소개할 만한 책이 없을까 찾다가 이런 걸 발견했다. The End of the Affair 오디오북. 이거 대박이다 생각하며 떠올린 프로모션 문구는 이러했다. ‘콜린 퍼스가 당신의 귓가에 여섯 시간 반 동안 속삭여 드립니다.’ 원작은 1951년 출간된 그레이엄 그린의 소설로, 번역하자면 ‘관계의 끝’ 정도가 되겠다. 1955년 데보라 커 주연으로 영화화가 되었고, 1999년 레이프 파인즈와 줄리안 무어 주연으로 다시 한번 영화화 되었다. 안타깝게도 번역서는 나와있지 않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런던에서 소설가 벤드릭스는 친구 헨리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갔다가 똑똑하고 매력적이지만 무미 건조하게 살고 있는 그의 아내, 사라와 사랑에 빠진다. 이야기는 벤드릭스의 목소리로 전개된다. 그는 소설가 답게 헨리와 사라, 그리고 파티에 온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고 분석한다. 이는 물론 소설의 소재를 얻기 위함으로 관찰과 분석에는 판단이 따르고, 이런 ‘전지적 작가’ 시점에는 오만함도 따라 붙는다.


문제는 주인공의 이 거만한 목소리가 콜린 퍼스의 것이라는 데에 있다. 이 아름다운 중년의 배우는 젠틀함의 대명사로 각인되어 왔다. ‘오만과 편견’, ‘브리짓 존스 다이어리’의 영원한 ‘미스터 다아시’인 그가 아닌가. ‘킹스맨’의 성공에는 그의 ‘신사’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여기에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이미지, 액션과 우아한 망가짐을 잘 버무려낸 것이 분명 꽤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뜻하고 모범생 같은 그가 불륜을 저지르고, 사랑에 빠진 여자가 자신 보다 덜 똑똑하다는 데에 우월감을 느끼고, 그 여자가 사랑하는 이는 그녀의 남편이 아닌 남편의 친구, 자기 자신이라는데에서도 우월감을 느낀다. 모종의 사건을 지나 여자가 자신을 떠난 뒤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자 긴장과 질투, 증오를 느끼기도 한다. 숨소리에 조차 여러 감정이 실린 목소리를 듣고 있다보면 책을 읽을 때와는 다른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암전 속 핀 조명을 받은 배우 앞에 앉은 단 한 명의 관객이 되어 1인극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랄까.


국내에서는 다소 낯설지만, 자동차 이용자가 많은 미국에서는 오디오북의 인기가 높은 편이다. 하나의 원작으로도 양장, 반양장, 더 저렴한 반양장 등 다양한 판형으로 제작이 되는 영미권에서 오디오북은 아주 특별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브릴리언스 오디오 시리즈에서 니콜 키드먼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를 읽는데, 영화에서 울프 역할을 맡은 적이 있다), 새뮤얼 잭슨, 아네트 베닝, 앨런 릭맨, 더스틴 호프만 같은 명배우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좀 특별하다 할 수 있겠다.


올해 5월 국내에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다. 커뮤니케이션북스와 연극계가 합심하여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 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강부자, 박정자, 윤석화 같은 대배우들이 참여한 바 있다. 이후 라인업에는 강동원, 조인성, 천정명, 안성기 네 배우가 꼭 들어갔으면 싶다. 영어로 들어도 이렇게 설레는데 우리말로 들으면 얼마나 더 황홀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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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d of the AffairGraham Greene 원작,콜린 퍼스(Colin Firth) 낭독 | Brilliance Audio
Graham Greene’s evocative analysis of the love of self, the love of another, and the love of God is an English classic that has been translated for the stage, the screen, and even the opera house. Academy Award-winning actor Colin Firth (The King's Speech, A Single Man) turns in an authentic and stirring performance for this distinguished audio re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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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서영(외국도서 MD)

어릴적 아버지가 헌책방에 다녀오시면 책을 한아름 사가지고 오셨습니다. 보통은 그림책이나 동화책이었는데 몇 권이 됐든 하루 이틀이면 다 읽어버리곤 했습니다. 다 읽은 책들은 읽고,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요, 어른이 된 지금은 책 한 권 끝까지 읽는 일이 너무도 어렵습니다. 침대 옆 책상위에는 항상 읽고 싶은 책들을 몇 권 씩 쌓아 놓지만 그저 쌓여 있기만 합니다. 가끔 가슴 뛰는 책을 만나면 몇 줄 씩 읽고는 멈추고 곱씹고, 다 읽고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서 일부러 아껴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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